[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 백인제 가옥이 아니라 한상룡 가옥이다.
[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 백인제 가옥이 아니라 한상룡 가옥이다.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승인 2012.11.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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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한상룡은 식민지기 조선 재계의 거두였다. 동양척식주식회사, 한성은행, 조선생명보험주식회사, 조선신탁주식회사 등의 금융업에서 활약하면서 각종 은행과 회사 300여개에 관여하여 당시 ‘조선의 시부사와 에이이치’라고 불렸다. 한성은행을 기반으로 식민지라는 상황과 각종 정치적 역학관계 속에서 식민지 조선 재계의 최대 포식자였으며 일제의 무단 통치에 극렬하게 가담하여 귀족 작위까지 받은 최악의 친일파 중 한 명이다. 이완용의 조카사위로 아마도 을사오적 다음으로 을사육적이 있다면 바로 한상룡 이었을 정도로 식민지 조선 경제의 최대 악덕 자본가였다.

그의 재력을 알게 해주는 증거가 현재 북촌에 남아있는데 언제부터인지 이 가옥이 악질 친일파 한상룡 가옥에서 백인제 가옥으로 둔갑 해버렸다. 한상룡은 1906년 4월 재동으로 이사한 후 가옥 12채를 사들여 1913년 7월부터 이 집에서 산다. 신축건물은 조선 주택으로는 보기 드물게 일부가 2층으로 되어 있고, 일본식 방도 마련했다. 대지 907평에 건평은 110평 이다, 경성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였다.

들리는 말로는 백두산의 목재를 가져왔다고 하지만, 당시 일제에 의해 경복궁이 철거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한상룡의 재력과 권력이라면 좋은 목재였던 경복궁의 목재를 가져다가 자기 집을 짓는데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집을 완공한 그 해 10월 17일, '일본 천황'이 신에게 곡식을 바치는 날인 '간나메사이(신상제)를 맞아 데라우치 총독, 야마가타 정무총감, 고다마 총무국장, 후지타 부관, 이윤용 남작, 이완용 백작, 송병준 자작, 조중응 자작, 고영희 자작, 박제순 자작, 문영휘 자작, 한창수 남작, 그 밖의 실업가, 가까운 친척들을 새 집으로 초대하여 오찬을 함께하고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당시 데라우치 백작을 필두로 내빈의 휘호를 받았는데, 그 기념화첩은 지금도 가보로 간직하고 있단다. 개인의 집을 완공하는데 총독이 방문을 해서 휘호를 내렸다는 의미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또 1918년 5월27일, 하세가와 총독, 야마가타 정무총감, 기타 고관대작을 오게 해서 즐겁게 놀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후 이 집은 최선익의 민족 자본진영에 넘어갔고, 1944년 인제대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가 사들이고, 그가 6.25전쟁 중 납북된 이후에는 후손들이 관리했다.

문제는 친일파 한상룡 가옥이 1977년 서울시 민속자료 22호로 지정될 때 정확한 사료를 조사하지 않고 이후에 거주한 “백인제” 선생 가옥으로만 알려진 것이다. 즉 백인제 선생이 거주한 기간은 불과 몇 년인데 어째서 이 집이 한상룡 가옥이 아닌 “백인제 가옥” 인가.

친일파의 집을 문화재 이름으로 지정하기 곤란하다고 건축주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엄연한 역사왜곡이다.

이런 문제를 지적했더니 서울시의 한심한 작태는 근대시기의 건축이 일제와 관련되어 있다면서 한국은행 본관, 서울역, 서울시청본관을 운운하는 실로 웃지 못 할 사례를 들고 있다.알다시피 한국은행 본관, 서울역, 서울시청본관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악덕 친일파 집의 역사를 시장 혼자서 사용하는 자존심도 없는 무례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인제 가옥이 아닌 한상룡 가옥은 현재 좋든 싫든 문화재다. 문화재는 서울 시민이 모두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상룡 가옥은 시민 모두에게 개방되어 다시는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할 역사교육의 장이 되어야한다. 청와대에 이어 대한민국 두 번째 중요기관인 서울시 수장이 친일파가 건축한 공관으로 간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조선의 정통 한옥도 아닌 국적도 불분명한 일본식과 한식의 절충양식을 서울 시장이 사용한다고 자랑스러워하라고 강요하는 서울시와 중앙일보 사설이 억지스러울 뿐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의 의미를 잘 살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