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칼럼] 공립으로까지 번지는 관람료 무료화의 불편한 진실
[윤태석의 박물관칼럼] 공립으로까지 번지는 관람료 무료화의 불편한 진실
  •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경희대 겸임교수
  • 승인 2012.11.16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경희대 겸임교수
박물관·미술관(이하 박물관) 관람료 무료화가 공립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모 야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이명박대통령의 문화향유권 확대 공약 실천이 조저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그 의원에 의하면 '전국 국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의 무료 관람제'는 국공립 227곳 중 무료 관람제를 실시한 곳은 17곳으로 전체 대비 6.1%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적에 의해 관계당국은 이를 확대하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이다. 관람료 확대조치는 야당의원이 지적 한만큼 공립의 경우 해당야당의 당적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장으로서도 반대할 명분이 약해 질 수 있다.

따라서 정권초기 보다 부드럽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의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어길 수 없는 천명과도 같다. 그러나 이 공약은 불가피한 사유가 명백히 존재하고 있어 확대에 앞서 깊은 사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관람료 무료화가 과연 향유권 확대에 큰 매력을 제공하고 있냐는 것이다. 관람료 유료 시(2008.5이전) 국립민속박물관이 성인기준 3,000원으로 국공립 중 관람료가 가장 비쌌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이 2,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 외는 1,000원이하인 곳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립민속과 국립경주의 경우에 5월부터 무료화한 2008년 대비 2009년에 관람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국립민속:2008-193만, 2009-187만/국립경주:2008-144만, 2009-127만), 국립청주 역시 2009년에 비해 2010년에 소폭 줄었다.(2009:252,910명, 2010:249,781명)
이는 관람료 무료만으로 향유기회를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국공립 박물관은 세금으로 운영된다. 관람료 무료는 세금의 균일화를 요구하는 착시일 뿐이며, 국고 낭비적 요소가 있다. 박물관을 빵 가게로 비유해보자. 빵 가게가 도심에만 있어 빵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이들이 있는데, 일정한 사람들이 먹는 빵을 사주기 위해 빵 값을 전 국민에게 걷는다면 이는 문제가 있다. 한편 우리는 외국에 나가면 돈을 지불하고 빵을 사먹는데, 외국인은 우리나라에서 빵을 공짜로 먹고 빵을 쉽게 먹어 보기도 힘든 농어촌지역 사람들까지 그 빵 값을 부담해야 한다.즉, 문화향유확대를 위한 이러한 조치는 결국 세금낭비요 세금 돌려 막기 식 조치로 밖에 볼 수 없다.

셋째, 우리문화에 대한 인식저하와 문화향유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도 크게 우려된다. 우리나라 박물관의 관람료는 전시품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권위와 존엄성을, 관람객에게는 관람의 자세를 달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징적인 의미로 봐야한다.

전적으로 옳은 비교는 아니지만 해외 수입명품의 경우 생산가(價)와 수입가격 대비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과 일부 뮤지컬이나 오페라가 드레스코드를 지정하는 것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향유 선택권의 제한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지역의 경우 근소한 거리에 국공립과 사립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종로, 서대문 등 경기 부천 등 수도권 일부지역, 제주의 서귀포지역, 강원의 영월지역, 경남의 거제지역 등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국공립의 무료화는 상대적으로 관람료를 받고 있는 사립의 문턱을 높게 하고 있다.

이는 사립을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는 요인과 더불어 관람객에게 문화향유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게 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사립 박물관 관계자에 의하면, 박물관입구에서 관람료를 보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는 관람 후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최근 중앙과 지방정부의 사립에 대한 박물관지원예산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것이 국공립 무료화에 따른 사립 박물관 달래기의 일환이라면 이 역시 말이 안 된다. 큰 빵집의 빵 값은 무료해 돈을 받고 파는 이웃집 작은 빵가게는 빵을 안 팔리게 하며, 그 안 팔리는 빵집에는 국가가 대신 약간의 빵 값을 보전해주는 샘이다. 그리고 큰 빵집과 작은 빵집의 빵 값은 빵을 먹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까지 돈을 걷어 충당하게 하는 격이다.

위와 같은 여러 문제점을 인식한 경기도는 금년에 와서 공립 박물관 관람료를 유료로 전환했다. 대신 지역주민에 대해서는 관람 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문화향유 확대-공짜로는 한계가 있다. 차라리 정당하게 관람료를 받고 그 만큼의 콘텐츠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이다.

야당 의원이 말한 17개 관은 관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여기에는 우리 역사와 문화예술을 대표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포함되어있다.

박물관까지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너무 수준 낮고 치졸한 전략이다. 이번 정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결자해지의 심정에서 박물관관람료를 반드시 유료로 전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