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 - 84] 서양미술과 청자에서 보는 대적(大寂)의 아름다움
[박물관기행 - 84] 서양미술과 청자에서 보는 대적(大寂)의 아름다움
  • 한국박물관연구소
  • 승인 2012.11.1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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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천년의 신비 비색청자’와 삼성미술관리움 ‘Anish Kapoor’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뮤지엄에서 근래 보기 드문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두 뮤지엄은 거리도 가까워 하루시간을 낸다면 이 가을의 풍요를 문화와 함께 한층 만끽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 두 전시는 다름 아닌 국립중앙박물관의 ‘천년의 신비 비색청자(翡色靑瓷)’전(10.16-12.16)과 삼성미술관리움의 ‘아니카 카푸어’전(10.25-2013.1.27)이다. 이 두 전시는 서로 연결하여 생각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름 아닌 매우 동양적이며 고요한 심연의 아름다움이 작품의 본질에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적막과 적요(寂寥), 신비의 공통분모로 이어지고 있다.

청자는 청색이 갖는 강한 상징성, 그 그릇의 표면에 나타난 오리와 버드나무, 연못, 갈대, 학(鶴)과 구름, 선비, 소나무 등이 이를 더 강조하고 있어 매우 직접적이고 객관적이라면, 카푸어의 작품은 모노크롬의 파스텔 톤 무채색이 갖는 중성적이며 몽환적 분위기가 간접적이며 매우 개념적이다.

▲ 삼성미술관 리움 전경
영국 현대작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카푸어(58세)의 작품은 심연의 묘사를 통해 표현의 상징성에 있어서는 청자전에 비해 보다 직접적인 경향도 띤다. 이러한 기법과 화법이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그 이상의 작품이나 전시를 두 번 이상 보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를 해소하고자 평면과 입체, 반사(거울)와 무광, 방형과 원형, 스테인리스에서 베벳과 같은 천 또 정지된 작품에서 움직이는 것(Kinetic Art) 등 여러 가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재질은 소재에서 다르게 들어나는 표현방식을 통해 보는 이에게 한결 부담을 덜 느끼게 한다.

▲ 아니쉬 카푸어 야외작품
카프어는 심연의 깊이를 착시적으로 표현함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이 갖는 표피적 가벼움을 탈피해 인간본연의 자기로의 회귀적 상념으로 이끄는 묘한 마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전시는 부분적으로는 별도의 벽을 설치해 그 두께가 갖는 깊이 이상으로 끌어들게 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7-8년 전에 국제갤러리에서 보았던 작품하나 하나에서 느꼈던 것 단절된 이미지에 비해 설치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전시는 물질과 비물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계를 탐구해온 작가의 조각을 내부로 함몰된 음의 공간으로 보이드 시리즈나 스테인리스 스틸 작업 등 총 18점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처음 갖는 대규모의 전시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미술 교육을 받은 카푸어의 인생 여정에서 발현된 표현화법은 이미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작가로 출품, 1991년 터너상을 수상, 2009년에는 런던 로열아카데미에서 생존 현대미술과 첫 개인전 개최. 올해 런던올림픽 기념조형물 '궤도(orbit)'제작 설치 등을 통해 이미 세계 현대미술계 최정상에 우뚝서있는 대표 작가이다.

▲ 아니쉬 카푸어 작품 (좌), (우)

 

한편, ‘천하제일 비색청자 ’전은 송나라 태평노인이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책『수중금袖中錦』의 내용 중 ‘천하제일(天下第一 조)’에서 ‘고려비색(高麗秘色)’을 천하제일의 하나로 꼽은 것에서 따온 제목이다. 고려청자가 중국의 송 청자를 제치고 천하제일로 꼽혔다는 것에서 당시 고려청자의 국제적인 위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또한 선화(宣和)5년(1123)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에 온 서긍(徐兢, 1091~1153)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의 “도기의 푸른 빛을 고려인은 비색이라고 말한다(陶器色之靑者麗人爲之翡色)”는 기록과 연결해보면 “비색(翡色)”은 당시 고려인들이 청자의 푸른 빛깔을 표현하는 특유의 단어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고려청자의 아름다움과 높은 수준을 잘 나타내준다.

▲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총 출품작 중 청자 완형만 350여점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하여 국내·외에 소장된 중요한 청자를 엄선했다. 전시 유물은 질적인 부분을 최대한 고려하였으며, 규모로서도 역대 최대수준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정문화재도 대거 출품되었는데 국보가 18점, 보물이 11점으로 총 29점에 달한다. 한편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우리 청자도 2점이 선보이는 등 국·내외 지정문화재가 모두 31점으로, 가히 최상급의 청자를 모았다고 할 수 있다.

▲ 청자전 유물(상), (하)
본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하였으며, 기존의 편년순서에 의한 단순한 전시방식을 탈피하고 고려청자를 종합적으로 조명하기 위하여 편년ㆍ용도ㆍ상감ㆍ명품의 4구역으로 나누었다. 관람객들은 각 구역별로 선택적 관람을 해도 무리 없이 청자를 여러 측면에서 이해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고려청자의 뛰어난 우수성과 미감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 청자전 관람장면(좌), 청자전 프랑카드(우)
청자전의 전시 관람료는 만7-18세는 1,000원, 만25세 이하는 2,000원, 만64세 이하는 3,000원이다. 관람시간은 평일은 9시부터 18시까지이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은 밤 9시까지 관람을 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카프아전은 일반인은 8000원, 중고생은 5000원이다. 관람시간은 평일은 10시 30분부터 18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발췌 및 참조: 국립중앙박물관(www.museum.go.kr) 및 삼성미술관리움(leeum.samsungfoundation.org),
뉴시스(www.newsis.com)
국립중앙박물관 (02)2077-9000
삼성미술관리움 (02) 2014-6901
한국박물관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