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을 사랑한 CEO-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 잭웰치가 가장 신뢰한 CEO, "예술과 경영은 한 몸"
[문화예술을 사랑한 CEO-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 잭웰치가 가장 신뢰한 CEO, "예술과 경영은 한 몸"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11.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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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린왕자… 山河 그림으로 담아 우주에게 보여주고파”

     ‘코리안 칭기즈칸’, ‘글로벌경영자의 롤모델’… 20년 넘게 GE코리아를 이끌어오며 무려 200배 넘는 매출 신장을 이룩한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전 GE코리아 회장)이 얻은 수식어는 모두 그의 뛰어난 경영수완을 일컫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예술’이 바로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했다고 그는 강조한다.

     지난 ‘GE코리아 신화 창조’ 경험을 토대로 현재 기업 컨설팅을 맡고 있는 그에게는 경영만큼이나 오래된 또 다른 직업이 있다. 바로 화가. 전업화가는 아니지만, 개인전·단체전 참여 경력이 무려 100회가 훌쩍 넘는 그는 프로화가 중의 프로화가다. 특히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일명 ‘부감구도’를 통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작가로서 미술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그는 미술 분야에만 예술 활동을 그치지 않고, 중견 시인으로서, 지난 4월 허균문학상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예술, 그것은 어쩌면 경영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 같지만, 그는 경영과 예술은 같은 거라고 힘주어 말한다. GE코리아 회장 시절,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경영과 예술의 공통점 세 가지인 창조성, 열정, 프로정신에 대해 설명하며 세계 경영인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 바 있다.

     종로구 누하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은 기자에게 세계 각국에서 모은 전통악기를 보여주며 그는 직접 연주해보였다.. 미술과 문학은 물론 기타, 하모니카 등 악기까지 능숙하게 다루며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는 그는 그야말로 ‘범문화예술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그의 경영인생, 예술인생에 대한 일문일답.

△現 CEO컨설팅그룹 회장, 한국전문경영인협회 이사장, 세계미술문화진흥회 이사장, 세계와이크시티연맹 이사장 △前 GE 코리아 회장, 한국 CEO포럼 공동대표, 아시아-유럽 미래학회 이사장, 교육인적자원부 인적자원 개발위원, 국무조정실 정부혁신 자문위원 등 역임 △2004 대한민국 경영자 대상, 2006 글로벌 경영자 대상 수상 △개인전 6회, 국내·국제 그룹전 100회 이상
-언뜻 예술과 경영은 서로 관계있어 보이지 않는데, 둘의 공통점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난 그 둘이 다르다고 생각한적 없다. CNBC 앵커가 내게 위와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난 이렇게 대답했다. 예술을 하기 위해선 창조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21세기 지식 사회에서의 경영에서도 중요한 게 바로 창조성이다. 예술과 경영 모두에서 창조성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두 번째로는 열정. 밤 새가며 작업하고, 더위와 추위를 이겨내며 작품에 임하기 위해선 열정이 있어야 한다. 경영에서도 열정이 없다면 리스크 있는 사업에 뛰어들거나 첨단 분야에 도전하지 못할 것이며, 어떻게 수천 명의 사원을 이끌 수 있겠나. 이렇듯 열정도 두 분야의 핵심적인 공통 요소이다. 마지막으로는 프로정신을 들 수 있다. 아마추어 정신으로 예술을 한다면 작품이 나올 수 있겠는가? 장인정신으로 몰두해야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건데, 경영도 이와 마찬가지로 프로정신으로 임해야 철저한 경쟁시대에서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 이렇듯 예술의 3요소가 경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난 훌륭한 경영자는 훌륭한 예술가라고 말하곤 한다.”

-작업실 안 가득한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요즘도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지, 하루에 작업량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저녁 퇴근 후 작업실에 와서 밤 11시정도까지 작업한다. 그래서 되도록 저녁 약속은 피하려고 하고 한다. 주말에 하루는 야외스케치하고, 다른 날은 하루 종일 작업실에서 작업하고 있다. 작업실에 오면 난 전화도 꺼버리고 일체 세상과 차단된다. 밤에 화상회의가 있을 때는 벽에 커다랗게 화상회의라고 써 붙여놔도 작업에 몰두하다보면 까먹곤 한다.(웃음)”

작업실에선 모든 걸 비울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사무실에서의 머리 아픈 일들을 지울 수 있고 잊을 수 있다고 한다. 머릿속에 쌓여 있는 것들을 청소 하지 않고 밤새 사무실, 일 걱정하면 다음날까지도 피곤은 계속 될뿐더러 창조적인 생각이 떠오르겠냐며, 그림과 경영은 서로가 융합해 서로를 청소해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 회장.

-작품에 영감을 주는 것들은 무엇인가?
“내 작품 대부분은 자연을 그리고 있다. 자연이 자신을 꼭 좀 그려달라는 메시지를 전할 때 그곳을 그린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어떤 장면을 봤는데, 그게 날 끌어당길 때가 있다. 그 자연풍경을 그려야만 자연이 날 놔주는 거다. 언젠가 포천에서 멋진 물안개를 본적이 있는데, 그림도구가 없어 급히 서울로 돌아가 도구를 챙겨 다시 왔는데, 이미 물안개는 사라진 뒤였다. 그 이후부터 늘 그 일이 마음에 걸려 비오는 날 작정하고 다시 그 장소에 갔더니, 그때와 똑같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얼마나 신이 나던지…. 자연을 그리며 난 자연과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자연은 내게 많은 이야기들을 해준다. 바다를 그리고 있노라면, 바다 위의 어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난 자연과 마음 속 대화를 나누며 많은 걸 느끼곤 한다.”

그의 작업실에는 작품뿐만 아니라 특이하게도 나무가 잔뜩 있다. ‘친구들’이라고 칭하는 이들 덕분에 그는 작업실에서도 전혀 외롭지 않다고 한다. 이들이 이곳에 넘쳐나게 된(?) 까닭은 평소 그가 자연을 자신의 수족처럼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느 날, 아침마다 즐겨 올라가는 우면산에 들어서니 가지치기를 한답시고 나무들이 제 몸을 난도질당해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아침마다 늘 자신을 반겨주던 나무들이 가지가 잘린 채로 더 이상은 기다려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 순간 가슴이 찡했다는 그는 떨어진 나무들을 일일이 주워와 깨끗하게 씻어 작업실에 세워 놨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더니 작업실에는 풍채 좋은 큰 나뭇가지들이 즐비하게 된 것이다. 세계와이크시티연맹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이렇듯 자연에 대한 사랑을 담아 걷기, 자전거타기 등 친환경운동에 누구보다도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작품 대부분이 마치 높은 산이나,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구도이다. 쉽게 볼 수 없는 구도인데, 이를 추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내가 높은데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걸 좋아한다. 평생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시간을 보내며, 세계 전체를 무대로 활동해왔다. 세계를 아우르는 시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그림을 그리더라도 넓은 대지와 들판을 그리게 되더라. 특히 내게 많은 영향을 준 게 생텍쥐페리 의 ‘어린왕자’였다. 어린왕자가 이 별, 저 별 왔다가 떠나는 모습이 항상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겐 지구도 하나의 별과 같다. 어린왕자가 그랬듯이 나도 지구별을 떠나 어딘가로 돌아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그림에 담아 훗날 다른 별들의 이들에게 지구는 이렇게 생긴 거라고 보여주고 싶다.”

-그림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눈에 띄는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서른 살에 뉴욕에서 금융회사 부사장으로 있을 적에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젊은 화가를 알게 돼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어느 날은 내가 ‘대체 너처럼 이렇게 유화로 그림을 잘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다짜고짜 날 데리고 시내에 있는 미술재료백화점으로 가더라. 물감, 붓, 팔레트부터 이젤, 캔버스까지 고르더니 오일페인팅을 하려면 이게 다 필요한 거라면서 사라고 하는데, 그 앞에서 안 산다는 말을 도저히 못 하겠더라.(웃음) 신용카드도 없던 시절, 순식간에 몇 천불을 수표로 지불하고 그 많은 도구와 재료들을 들고 나왔다. 그렇게 해서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다. 한국으로 온 뒤에 GE에 있으면서 우리나라 쟁쟁한 화가들과 가까워져 그 분들과 함께 작업도 다니고, 야외스케치도 다니면서 그림을 배웠다. 난 비록 미대에서 그림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현장에서 원로선생님들과 직접 같이 그리며, 오히려 미대를 다닌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배운 것 같다. 그렇게 6~7년이나 지났을까…. 원로선생님께서 이젠 함께 작품전시를 해도 괜찮겠다며, 나를 신미술회의 회원으로 추천해주셨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전업 작가가 아닌 나를 두고 회원으로 받아야하나 논쟁이 많았다고 한다. 이젠 내가 신미술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지금까지도 전업화가가 아닌 회원은 나밖에 없다.”

-CEO컨설팅그룹은 주로 대기업 경영 컨설팅을 맡았었다. 문화관련 기업이나 단체는 진행한 적이 있는가?
“직접적으로 했다기보다는 문화와 경영기업을 연결시키는 일은 많이 했다. 미술단체들이 대기업의 후원을 받게끔 하고, 세계작가들을 한국으로 오게 해 국제교류전을 개최한다거나 말이다. G20정상회의 때, G20 국가의 화가들을 우리나라에 초대해 전시를 열고 작품화집을 G20 정상들에게 배부해 우리나라 문화이미지를 높이기도 했다.”

-한국기업문화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우리나라 산업을 일으킨 분들은 오로지 기업가 정신으로만 도전한 분들이다. 당시 자동차, 조선 등 다 최초로 도전해보는 분야였지 않나. 그런 도전정신으로 성공을 이룬 회장의 말이라면 곧 황제의 말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젠 인권이 존중받으며, 우리나라도 첨단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정보통신사회에서 조직문화는 빠른 속도로 바뀌어야 할 거다. 지시형 경영이 아닌 사람중심 경영으로 변화해야 한다. 직원들을 절대로 종업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며, 조직구성원 또는 동반자로 여겨야 한다. 또한 개인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그걸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조직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스스로 열정을 쏟아야 창조성이 생기고, 그러면서 기업의 가치창조가 극대화되는 거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익은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기업으로서 사회시민의 역할도 수행하고 말이다.”

-전시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내년에 중국에서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한국인 최초로 중국 북경의 국립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중국 문화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 두 분이 통역을 대동해 직접 날 찾아와 전시가 성사됐다. 예전에 북경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이분들이 내 그림을 처음 보고는 그 앞에서 토론까지 벌였다고 하더라. 문화혁명을 거치며 본래 정신을 잃어버린 중국의 화가들에게 내 그림을 꼭 보여줘야 한다며 내게 전시를 제의했다. 지금은 잃어버렸지만, 수 천년동안의 동양 자연 철학이 내 그림 속에 들어있다며 말이다. 그분들이 여기 작업실에 와서 내 그림들을 살펴보며 오히려 나보다 더 내 그림에 대해 잘 설명하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 마치 내 생각을 그대로 꺼내보이듯 설명하는 그들을 통해 새삼스레 예술을 통한 무언의 소통을 느끼기도 했다. 국립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은 지금껏 작가 사후에 이뤄졌지, 생존 작가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

기자의 요청에 강 회장이 악기를 연주해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내년 예정돼 있는 중국 북경의 국립미술관에서의 초대전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 반경을 세계로 넓히고 싶다. 또한 세계미술문화진흥협회 이사장으로서 국제미술교류활동에 힘써왔는데, 우리 미술을 세계로 널리 퍼뜨리고 싶다. 그리고 현재 네덜란드 트벤테 대학의 TSM 경영대학원에서 학술연구와 논문집필 중에 있는데, 곧 논문이 나올 예정이다. 이 연구를 토대로 우리나라 기업 경영 방식에 접목시켜 전문경영인학회를 열고,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사람중심경영자’로 바뀔 수 있도록, 가장 창조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싶다.. 제조원가와 기술면에서 중국을 따라잡을 순 없다. 앞으로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창조적인 조직문화, 사람중심의 기업문화로 밖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