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2년, 현재를 통해 미래를 본다
국립현대무용단 2년, 현재를 통해 미래를 본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2.12.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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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허심탄회한 토론”통해 발전방안 모색

▲ 국립현대무용단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가 된 간담회 모습.
▲ 사회자 장승현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2주년을 맞았다. 우리전통 춤에 발레가 더해지고 현대무용이 또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으면서 우리춤 공연은 풍성해지고 다양해졌다. 특히 국립현대무용단 창단은 여러가지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오늘의 우리춤을 체계화시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조심스럽게 걸음마를 떼고 있기에 앞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이 정체성을 공고히하고 나아갈 방향의 좌표를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대학로 연극센터에서 주목할 만한 행사가 하나 있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국립현대무용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허심탄회한 토론”을 공개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간담회는 장승헌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의 사회로 성기숙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의의와 향후 발전방향’(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의의, 국립현대무용단의 현재 - 제도적 측면, 국립현대무용단의 발전 방향)발제를 시작으로 송주원 교수(한국콘서바토리 무용과)의 ‘국립현대무용단의 사업성과와 기대’의 발제가 이어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홍승엽 단장은 ‘후배무용가들에게 고함’이라는 글을 통해 후배 무용가들이 나아가야할 자세에 통렬한 환기를 주문했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현대무용에 대한 담론을 형성을 위해 발제 내용과 질의응답의  주요 내용을 발췌해 싣기로 한다.  -편집자 주-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의의와 향후 발전방향
“정규단원제 도입, 레퍼토리 확충과 시즌제 공연 도입 시급”

▲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2010년 무용계의 오랜 염원 속에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 한국춤 전공의 국립무용단이 1962년에 창단되었고, 1972년 발레로 특화한 국립발레단이 출범한 것에 비하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1980년대 춤아카데미즘 세대의 왕성한 활동을 통해 한국 예술춤이  전성기를 이루면서 현대무용 또한 비약적인 진화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무용 전공의 국공립무용단이 부재해 그동안 한국춤, 발레에 비해 제도 창출이 안겨주는 혜택으로부터 홀대되어온 경향이 없지 않다.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젊은 테크니션이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새로운 직업창출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어왔다. 그런 흐름 속에서 2010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 현대무용이 처음 발원된 시점에서 보면 80여년 만에 무용계 숙원이 달성된 셈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은 비단 현대무용 장르의 활성화와 예술적 진화를 견인할 뿐만 아니라, 이른바 ‘세계 속의 한국 현대무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용사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하겠다.

2010년 8월 창단된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른바 프로젝트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속단원 없이 예술감독과 사무국 직원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소위 프로젝트 시스템은 노조문제로 인한 폐해와 단체의 존재방식의 비효율성을 탈피하려는 의도에서 발상된 것이다. 일부 공감가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동안 국공립무용단의 한계로 지적되어 온 경직성, 보수성, 안일한 태도를 타파할 수 있는 적절한 구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원 없는 국공립단체는 모래로 쌓은 성(城)과 같다. 우선 단체 공연자산이 되어야할 레퍼토리 축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가령 레퍼토리 공연의 경우, 매번 새로 선발한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동어반복적으로 안무와 구성, 움직임을 훈련시켜야 하는 수고는 다분히 소모적이다. 따라서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측된다.

국립현대무용단의 발전 방향을 위해서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정체성 확보△현대무용의 가치 확산 - 대중화 모색△레퍼토리 확충과 시즌제 공연△제도의 개선 - 단원들의 정규직화△세계 속의 국립현대무용단 - 국제교류와 세계화△전문성 갖춘 기획인력 확보 △예술감독과 이사회의 조화와 협력△유관 기관 및 단체와의 네트워킹 강화△지역 연계프로그램 강화△안정적 재정확보 - 공연예산 확대△재정자립도를 위한 노력△기업/브랜드/예술 간의 콜라보레이션△전용극장 마련 - 장기플랜 마련이 시급하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사업성과와 기대
레파토리 개발 앵콜공연 성과, 관객저변 확대 사업 지속적 펼쳐나가”

▲ 송주원 한국콘서바토리 무용과 교수
지난 해 해외안무가 초청공연사업의 일환으로 프랑스 안무가 조엘 부뷔에의 ‘왓 어바웃 러브’에 출연하며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수로 경험했던 것을 계기로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우선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이래 지금까지 진행된 사업성과에 대하여 말씀드리겠다.

작년 1월 창단공연 ‘블랙박스’를 시작으로 3월, 보다 실험적이고 다양한 레퍼토리 확보를 위한 안무가베이스캠프 ‘김남진/똥개, 김성용/가라앉다, 밝넝쿨/헨델과 그레텔들, 이태상/뿔난 낙타, 정영두/시간은 두 자매가 사는 서쪽 마을에서 멈추었다, 최경실/포옹’이 있었다.

다음으로 12월 레퍼토리 개발사업인 ‘말들의 눈에는 피가’, 지역순회공연으로 안동 낙동강가 가을문화축제, 서산문화회관  방방곡곡 문화공감 공연, 화성시문화재단 기획공연, 관객저변 확대사업으로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개막공연, 전국무용제 개막식 축하공연, 대한민국무용대상 축하공연 등을 2011년에 시행했다.

올해는 창작 및 신규사업개발로 6월 신작공연 ‘호시탐탐’과 9월 국내안무가초청공연 전미숙 ‘Talk to Igor’, 정의숙 ‘최후의 만찬’이 공연되었고, 해외안무가초청공연 이브기&그레벤의 ‘소셜 스킨’이 11월말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또 레퍼토리 개발사업으로 9월 ‘말들의 눈에는 피가’를 앵콜 공연했고, 12월말 국립극장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아Q’가 예정되어 있다.

관객저변 확대사업으로는 경북군위삼국유사회관, 경남김해문화의전당, 경북성주문화예술회관, 충남계룡문화예술의전당 등에서 ‘수상한 파라다이스’를 4회 지역순회공연 하였고, 공연상품 해외진출사업으로 멕시 릴라로페즈 국제현대무용축제에서 ‘수상한 파라다이스’를 3회 공연, 최근 미국 뉴욕의 넥스트웨이브페스티발에서 ‘수상한 파라다이스, 데자뷔, 호시탐탐 하이라이트’를 6회 공연했다.

단기 프로젝트 베이스 계약에 따른 신분 불안정이나, 정규단원 부재에 따른 레퍼토리 축적 어려움 등에 대한 우려나 비판도 이해된다. 경험자로서 그동안 열악하기 그지없던 안무가 및 무용수들에 대한 제작환경 기준을 업그레이드하는 효과와 이런 국립단체 창단의 수혜가 기존의 학연이나 지연 등 인맥 중심으로 편중되거나 정체되지 않고 늘 새롭게, 최대한 많은 무용인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건강한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필요하다면 다양한 형태의 질타와 몰매를 지속적으로 용감하게 맞아주시길 응원한다.

▲ 간담회 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 young@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