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연재] 한민족의 색채의식⑧
[특별기고-연재] 한민족의 색채의식⑧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
  • 승인 2012.12.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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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와 기법. 한국적 조형사상과 직결되어 있어

(지난호에 이어)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

‘가마귀’, ‘가마오지’, ‘가오리’, ‘구름’, ‘가리다’, ‘그늘’, ‘그림자’, ‘그림’, ‘그리다’, ‘감추다’, ‘그믐께’, ‘곰’, ‘거북’, ‘거미’, ‘굴(窟)’, ‘깜깜하다’, ‘컴컴한’, ‘케묵은’, 눈‘감다’, ‘까막눈’(文盲), ‘구불구불’(曲), ‘굽다(燒)’, ‘군것질’, ‘군불’, ‘군소리’, ‘갈무리’, ‘꺼름’, ‘끄슬르다’, ‘껌벙’,.. ‘깜부기’, ‘깜짝’(驚), ‘깜빡’(明滅), ‘꾸물꾸물’, ‘굼벵이’, ‘가물다’, ‘그믐’(晦) 등 전부가 ㄱ+ㅁ(k+m)의 어근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의 대응어로 까망은 kuro-si(黑)다. 중세어에 ‘그림자’를 ‘그리메’라고 했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그림’이 된 듯하다. 석중인(釋仲仁)의 화론서 《화매추상설(畵梅取象說)》에 보면 창호위에 달빛에 비친 대나무 그림자를 보고 그림공부를 하였다고 쓰고있다. ‘그리메’→‘그림자’→‘그림’으로 발전한 것이 그림의 발전과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을 보면 흥미로운 일이다. 이처럼 색이름은 빛과 관련되어 천문기상과 연관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가마귀’, ‘가마오지’, ‘가오리’, ‘구름’, ‘가리다’, ‘그늘’, ‘그림자’, ‘그림’, ‘그리다’, ‘감추다’, ‘그믐께’, ‘곰’, ‘거북’, ‘거미’, ‘굴(窟)’, ‘깜깜하다’, ‘컴컴한’, ‘케묵은’, 눈‘감다’, ‘까막눈’(文盲), ‘구불구불’(曲), ‘굽다(燒)’, ‘군것질’, ‘군불’, ‘군소리’, ‘갈무리’, ‘꺼름’, ‘끄슬르다’, ‘껌벙’,.. ‘깜부기’, ‘깜짝’(驚), ‘깜빡’(明滅), ‘꾸물꾸물’, ‘굼벵이’, ‘가물다’, ‘그믐’(晦) 등 전부가 ㄱ+ㅁ(k+m)의 어근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의 대응어로 까망은 kuro-si(黑)다. 중세어에 ‘그림자’를 ‘그리메’라고 했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그림’이 된 듯하다. 석중인(釋仲仁)의 화론서 《화매추상설(畵梅取象說)》에 보면 창호위에 달빛에 비친 대나무 그림자를 보고 그림공부를 하였다고 쓰고있다. ‘그리메’→‘그림자’→‘그림’으로 발전한 것이 그림의 발전과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을 보면 흥미로운 일이다. 이처럼 색이름은 빛과 관련되어 천문기상과 연관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6. 질료적(質料的)으로 본 색채문화(色彩文化)

수간채색(水干彩色)과 화장품 원료가 풍부하게 생산되는 곳으로부터 인류의 문명은 발생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일강 유역과 유프라테스강, 티그리스강 유역이 그렇고 갠지스강 유역과 황하 유역이 어김없이 이런 공통점을 지닌다. 이것은 역사를 문화사적 측면에서, 더 좁게는 회화재료의 기법사적 측면으로 파악해 본 필자의 자의적 시각이다.

수간채와 화장품, 이 둘은 모두가 인간적 욕구의 ‘이드(id)’단계인 구미본능(求美本能)의 충족이란 점에서 일치한다. 인간이면 누구이거나, 또 예나 지금이나, 어디에서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스의 조각을 알기 위해서는 지중해성 기후와 대리석의 질료를 파악해야 되듯이 한국의 조각을 이해하려면 사계절의 변화와 화강석의 특성을 연구해야만 비로소 그 단서가 잡힐 것이다. 고구려의 벽화를 연구하려면 그곳의 자연환경과 풍토와 역사를 파악해야 한다.

같은 이치로 서양의 그림을 공부하려면 서양의 풍토와 재료기법을 연구해야 될 것이며 한국의 그림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전통회화의 재료와 기법을 면밀히 분석해 볼 수 있는 과학적 접근방법이 필수적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아래로부터 상향적으로 연구한 결과물, 즉 표현질료가 기법을 통하여 정신적 세계와 하나로 일치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창작을 하는 화가 자신도 자기가 다루는 질료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는 기법이 나올 수 없으며 재료기법이 어설픈 상태에서는 깊은 사상을 표출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회화의 맹목적 서구화 경향이 바로 기초적인 미술교육에서부터 재료와 기법이 한국적 조형사상과 직결되어 있음을 명쾌하게 가르쳐 주지 못한 데 기인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은 일상의 생활 속에서 체험하는 단청, 석채나 지(紙), 필(筆), 묵(墨)을 질료와 표현기법으로부터 이해하면서 회화의 정신세계와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전통의 재료가 남의 재료와 기법을 수입해 쓰고 있는 서양화의 그것보다 더 더욱 생소하고 낯설기만 한 것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심지어는 재료와 기법이 사상과 무관함을 강변하며 현대회화는 곧 서구화란 등식 속에 우리 그림의 그것을 단 한번도 거들떠보려 하지도 않은 채 가장 ‘한국적’이며 ‘한국성’을 대표한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한국인의 정통적인 색채의식도 이런 이유로 해서 이미 서구 조형논리에 함몰된 지 오래다. 요즘 들어 우리 그림을 세계화시킨다는 명분 아래 명시도가 높은 유독성 화학안료가 함부로 쓰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재료’와 ‘기법’과 ‘인격’과 ‘사상’은 먹이사슬처럼 하나의 조형사슬(造形鎖)로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