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3) - 씻김굿으로 기제사를 올린 박병천가무악보존회
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3) - 씻김굿으로 기제사를 올린 박병천가무악보존회
  • 서연호 고려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12.12.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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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호 고려대학 명예교수

씻김굿은 기제사로서 훌륭한 공연이 될 수 있다. 2012년 11월 23일, 서울시 상계동에 있는 (사)박병천가무악보존회 연습실(02-930-5067)에서는 박병천(1933-2007) 선생의 5주기 추도식이 있었다.

이날 직계 가족들은 유교식 기제사 대신 씻김굿을 공연함으로써 새로운 제례예술을 선보이기 된 것이다. 우리 무속에는 무당이 자신이 믿는 신을 위해 올리는 축신굿이 널리 전승되었다. 봄에 올리는 것을 꽃맞이굿, 가을에 올리는 것을 단풍맞이굿이라 속칭했다. 이번에 공연한 씻김은 이런 축신굿과는 달리, 자식들이 타계한 아버지를 비롯한 7대 조상을 동시에 추모한 기제사(忌祭祀)이자 시제(時祭)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양식이고, 특별한 연행으로서 주목을 끌었다.

박씨가문은 당골계로 수십대를 이었지만 1960년대에 김태곤 교수가 처음 기록을 남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고조부 박덕인, 증조부 박종현, 박종현의 딸 박선내, 조부 박범준, 조모 김소심, 부친 박병천, 모친 정숙자로 이어진 가계는 굿과 음악과 춤을 전문으로 해 온 전통예술의 대표적인 집단이다. 진도씻김굿은 1980년 11월에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되었고, 동시에 박병천, 채계만, 김대례가 보유자가 되었지만 모두 고인이 되었다. 현재는 악사 박병원이 보유자이고, 박미옥과 김오현, 송순단이 조교로서 후계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이날 40여 평이나 되는 연습실은 만원이었다. 오후 8시에 시작된 공연은 조왕, 안당, 초가망석, 손님, 제석, 조상모시기, 고풀이, 씻김, 길닦음, 종천으로 이어져 자정 무렵에 끝났다. 본래는 밤을 새우며 하는 의례지만 귀가하는 관객들을 위해 압축한 것이라 했다. 굿은 장녀 박미옥, 차녀 박향옥, 며느리 양용은이 담당했다.

악사는 역시 박씨 후예들이 맡았다. 장남 박환영(부산대 교수)은 대금, 그의 아들 명규(서울대 2년)는 대금, 딸 영실(국고 1년)은 거문고, 차남 성훈(사단법인 대표)은 장고, 장녀의 아들 김동환(광주예고 2년)은 아쟁을 각각 연주했다. 이날 출연하지 않은 막내아들 상훈은 드럼, 차녀의 아들 조형석은 아쟁, 차남의 아들 건태(중 3)는 풍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박씨가문이 예술가의 집안임을 실력으로 유감없이 보여 주었고,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춤을 중심으로 말하면, 씻김굿은 망자를 위한 지전(紙錢)춤과 생자를 위한 제석(帝釋)춤으로 대별된다. 지전(한지를 여러 가닥으로 오려서 만든 무구)을 두 손에 들고 추는 지전춤은 씻김을 전반적으로 이끌어가는 춤으로서 당골의 필수적인 예술이다.

제석춤은 제석거리에서 주로 연행되는 춤으로서 맨 손과 복개를 들고 굿거리, 자진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추는 입춤이다. 이날 장녀와 차녀는 지전춤으로 굿을 이끌었고, 차자 성훈의 처인 양용은은 제석춤으로 굿을 이끌었다. 양용은은 작고한 시어머니 정숙자(1939-2001)의 제석춤과 굿을 계승한 희귀한 무용가로서 「진도 씻김굿 정숙자류 제적춤 연구」로 석사학위까지 받은 재원이기도 하다. 우아한 기교와 깊은 멋을 겸비한 그녀의 제석춤은 이날의 공연을 더욱 돋보이게 한 비장의 명무였다.

이날의 씻김은 한낱 타성에 젖은 굿거리, 낡은 무당놀이가 아니라 신선한 공연예술의 향취를 짙게 표현해냈다. 더욱 한 가계의 후예들이 이처럼 훌륭한 연기와 연주를 통해 연행을 한 점에서 수준 높게 보였다. 과연 진도 박씨가계의 전통과 명예를 명실상부하게 표현한 집단예술이었다.

국가적으로 진도씻김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것은 온당한 사업이었고, 장차 ‘씻김굿’이라는 명칭으로, 씻김굿 전부를 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해도 좋겠다는 신뢰감을 준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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