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연재] 한민족의 색채의식⑨
[특별기고-연재] 한민족의 색채의식⑨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
  • 승인 2012.12.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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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문화 유기질 안료, 주거문화 무기질 사용

(지난호에 이어)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

한국인의 정통적인 색채의식도 이런 이유로 해서 이미 서구 조형논리에 함몰된 지 오래다. 요즘 들어 우리 그림을 세계화시킨다는 명분 아래 명시도가 높은 유독성 화학안료가 함부로 쓰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재료’와 ‘기법’과 ‘인격’과 ‘사상’은 먹이사슬처럼 하나의 조형사슬(造形鎖)로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채료(彩料)는 칠한다(塗布)는 의미의 안료와 물들인다(染色)는 의미의 염료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채도가 낮은 천연의 유, 무기질 안료와 염료를 사용함으로써 드러나지 않고 자연에 동화되려는 은인자중의 선비적 모노톤을 선호하였다. 염색이나 요리 등에서는 유기질 염료를 주로 사용하였으며 벽화나 단청, 공예 등에서는 무기질 채료를 주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의식주문화(衣食住文化) 속에서 의복문화(衣服文化)와 식사문화(食事文化)는 유기질의 염료(染料)를, 주거문화(住居文化)는 무기질의 안료(顔料)를 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회화예술에서는 두 가지를 혼용하여 왔으나 대부분 연대가 올라갈수록 무기질 안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나타난다. 이처럼 그 쓰임에 따라 질료가 다르게 마련인데 광물염료는 돌가루나, 흙을 수간(水干) 정제하여 만든 가루채색(粉彩), 접시채색(盆彩), 막대채색(棒彩), 돌가루채색(石彩) 등의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채료들은 대자석(代?石)이나 토홍(土紅), 석영(石英), 운모(雲母), 주, 황, 백, 니, 토(朱, 黃, 白, 泥, 土)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천연의 재료들을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식물염료는 꽃과 열매, 그리고 잎이나 껍질, 뿌리 등에서 천연의 색소를 추출하여 만들어졌다. 동물염료는 선인장과, 목화나무과, 붉나무과에 기생하는 고치닐(cochineal), 연치충(kermes), 오배자(五倍子) 등의 혈액이나 즙에서 색소를 채취하여 만들었다. 그밖에도 버섯과 습한 바위 등에 기생하는 균류(菌類)를 이용하기도 하며 또한 해조류(海藻類) 등을 이용하여 염료를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1) 빨강(赤色系)
주(朱:French Vermllion)는 특히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가장 많이 쓰이는 채료로써 인류가 발명한 최초의 화합채료이기도 하다. 유화 수은이 주성분으로 주나라 때 이미 사용되었으며 부적과 낙관의 인주에도 쓰이고 있다. 빨간색 계통을 얻으려면 꼭두서니, 오리봉목, 적송피(赤松皮), 홍화, 오미자, 아랑오피, 소방목심(蘇方木心), 연지(?脂), 뽕나무열매, 천초근(Rubinaticorum), 연지충(?脂蟲:Cochineal), 자초근(紫草根), 대자석 등이 재료로 쓰였다.

(2) 파랑(靑色系)
파랑은 염기성 탄산동과 수산화동의 혼합물인 군청(群靑:Arr Ultramarin) 석채와 남(藍:Persian Blue), 쪽풀, 닭장풀, 소방목과, 진피 그 밖에 닥나무(楮)와 대나무의 잎과 수장나무의 열매 등에서 추출하여 쓴다.
녹색(綠色) 계열은 석록(石綠), 동청(銅靑), 공작석(孔雀石:Malachite) 등의 채료와 쪽물과 홍화, 쪽물과 치자의 복합에서 얻으며, 또 황벽, 쑥(艾)에서 얻는 염료가 있다. 담황색(淡黃色)이나 두록색은 쪽풀과 괴화 열매의 복합으로, 압두록색(鴨頭綠色)은 갈매피와 감당목피 등에서 얻어진다.

(3) 노랑(黃色系)
철강석이나 장석에서 얻는 황토(黃土:Yellow Ocher) 수간채와 초자황(草雌黃:Gamboge)에서 채취하는 식물성 염료인 등황(藤黃)은 독성이 없어 조선시대 먹과 혼용하여 쓰기도 했다. 또 유화비소 화합물인 유독성의 웅황(雄黃), 자황(雌黃), 석황(石黃) 등이 있으며 순금분박(純金粉箔)을 노란색으로 쓰기도 한다.
노란색의 염료를 얻으려면 치자, 회화나무 꽃과 열매, 황백나무 껍질, 물푸레나무 껍질 등으로 염료를 구했다. 또 다색(茶色)은 울금, 노목(盧木), 참나무, 금잔화, 오배자, 밤나무, 정향나무, 호도, 감나무, 상수리나무, 오리봉나무, 광대싸리와  잎, 수수깡과 잎을 이용하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