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계화 시대, 동아시아 팝 음악의 지형도
문화 세계화 시대, 동아시아 팝 음악의 지형도
  • 편집부
  • 승인 2012.12.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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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pop)과 제이팝(J-pop)을 비교하기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이사장 이어령 전 초대문화부장관)가 지난 7일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관에서 ‘한중일문화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문화산업의 창조성’이란 주제로 한중일 3국의 실태와 전망을 살펴 본 이날 포럼에서 최근 가수 싸이의 빌보드 차트 진입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k-pop을 j-pop과의 비교를 통해 앞으로의 전망을 내놓은 발제가 관심을 끌었다. k-pop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미래 진단을 내놓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발제문을 축약, 편집해 싣는다. -편집자 주-

 k-pop 글로벌 음악으로 성공 ,한국 고유성 없어
일본 진출 아이돌 외화 내빈 , 일본 j-pop 시장 키워주고 잠식 당할 수도
수십 년 동안 지속가능할 만큼 음악적, 창작적인 실체에 의문
과도한 독점력, 과잉된 열풍이 오히려 장르로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반증 될 수 있어

 

▲ (왼쪽부터)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K-Pop과 J-Pop: 같음과 다름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열풍으로 K-Pop은 아이돌 그룹 중심의 K-Pop이 지난 몇 년 동안 누렸던 글로벌한 인기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아이돌 그룹들이 아시아와 다른 대륙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었긴 했지만, 미국의 주류 팝 시장에서는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전까지는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 여성 아이돌 그룹인 '원더걸스'의 "노바디"(Nobody)가 빌보드 싱글차트 76위를 한 것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싸이는 현재 영국 유케이 차트 2주 연속 1위, 빌보드 싱글차트 5주 연속 2위, 전 세계 30개국에서 아이튠즈 팝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K-Pop의 초국적인 인기를 가장 확실하게 각인시킨 올해 최고의 유행가가 된 것이다.   

▲ 싸이의 '강남스타일'

 
도대체 K-Pop은 어떤 점에서 초국적이라 할 수 있을까?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세계 대중음악을 지배하는 제1세계 팝과는 다르게 K-POP은 분명 국지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 K-Pop의 음악적 스타일, 기획과 제작의 특수성, 그것이 소비되는 방식은 국지적인 음악생산의 인류학적, 지리-문화적 특이성을 반영한다.  그러나 실제로 K-Pop이 음악 창작의 차원에서 독자성을 갖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흥미롭게도 K-pop의 음악적 국적 없음, 다국적인 참고 체계가 자신의 초국적 토대가 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J-Pop이나 Canto-pop, 혹은 중국 팝(Chinese-pop)과의 차이점이다. K-Pop의 음악스타일은 동아시아 팝음악 시장에서 가장 초국적화 되어 있다. K-Pop의 음악 양식들은 힙합, 알앤비, 일렉트로닉 팝 등 미국와 유럽에서 유행하는 음악 스타일이다. K-pop이 동남아시아 권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까지 초국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아이돌 그룹의 제작이라는 국지적인 고유성 때문만이 아니라, 음악적인 스타일이 국지적인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자원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K-Pop과 J-Pop이 모두 국적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표기는 영어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 대중음악, 혹은 가요라는 용어 대신에 K-Pop이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이 용어는 내부의 시점이 아니라 외부의 시점이 반영되어 있다. 한국의 대중음악을 외국 음악팬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간단하고도 대표적인 용어로 국적을 알 수 있는 '케이'(K)와 대중음악의 가장 대중적인 언어인 '팝'(pop)이 불리게 된 것이다. K-Pop은 한국 대중음악이 국지적인 곳에서 글로벌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용어이다. 그럼에도 이 음악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알려주는 '케이'라는 약자는 K-Pop이란 용어가 역으로 글로벌 팝 음악 안에서 생산되는 국지적인 팝이라는 것을 지시한다. 왜냐하면 국적성을 표시하는 팝의 용어들은 미국이라는 팝의 중심지에서 주변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영국의 팝을 지시하는 브릿팝 조차도 그 용어 안에 팝의 주변부라는 의미를 갖는다. 미국 팝은 통상적으로 국적성을 표시하는 아메리칸 팝, 혹은 '에이팝'(A-Pop)으로 불리기보다는 '빌보드팝'(Billboard Pop)으로 불린다.

J-Pop 역시 일본 팝음악의 글로벌한 인기를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미국 팝 음악의 자장 안에서 자신을 구별하기 위한 국적성을 갖는다. 그 국적성의 시점 역시 이중적이다. 이는 해외 팝음악 시장에서 일본이 만든 대중음악을 특별히 구별하려는 것과 일본의 팝음악 안에서 외국 팝음악을 구별하려는 것 모두의 의미를 갖고 있다.

K-Pop과 J-Pop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크게 보아 두 가지 면에서 드러난다. 하나는 용어가 생성된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K-Pop은  디지털 문화 환경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았다. K-Pop이 초기에 글로벌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위성 TV 채널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덕분이다.
반면 J-Pop은 1980년대부터 영어권 팝음악 시장과는 별도로 독립적인 시장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 환경보다는 일본의 대중문화 자체의 글로벌 흐름이 더 중요한 요인이다.  해외의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J-Pop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진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두 번째, K-Pop이 아이돌 팝에 국한된 것과 달리, J-Pop은 일본의 팝음악 일반을 지칭하는 측면이 강하다. J-Pop은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들의 글로벌화를 이루어냈다. 1963년에 이미 미국 빌보드 핫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일본의 팝음악1)은 전통적인 일본의 리듬과 음역에서 벗어나 서양의 팝음악을 일본화하는 과정을 빨리 거치면서 오래 동안 장르음악의 저변을 넓혀왔다.
 

 

K-pop vs J-pop: 아이돌 전쟁

인터넷 유튜브에 접속해서 K-Pop과 J-Pop을 검색하면 팬들이 많든 흥미로운 동영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양국에서 팝 음악에서 아이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이다. 이른바 아이돌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하나는 데뷔 시점이 10대이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아이돌 제작에 필요한 돈과 기획노하우가 포함된 제작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1990년대 이전에 가수들은 대부분 전문 연예기획사가 관리하지 않고 음반사들이 관리했다.

반면 일본 대중음악에서 아이돌은 한국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쓰인 용어다. 일J-Pop에서 아이돌은 갑자기 나온 용어가 아니라 적어도 수십 년 동안 고유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 대중음악 안에서 하나의 하위 장르로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주지하듯이 K-Pop에서 아이돌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아이돌 없이는 K-Pop 자체가 성립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독점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돌 음악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J-Pop에서처럼 오래 동안 지속되면서 하나의 고유한 장르나 스타일로 정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아이돌 음악이 대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수십 년 동안 지속가능할 만큼 음악적, 창작적인 실체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K-Pop의 과도한 독점력, 과잉된 열풍이 오히려 그것이 장르로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아이돌을 제작하는 방식의 차이이다. K-Pop이나 J-Pop이나 아이돌을 제작하는 기본 포맷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세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아이돌의 제작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K-Pop에서 아이돌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퍼포먼스를 추구하도록 강한 훈련을 받는다. 인위적인 가창훈련, 비보이에 버금가는 안무, 신체단련, 외국어 학습, 성형, 매너 훈련까지 아이돌은 데뷔 전에 완벽하게 학습 받는다. K-Pop의 아이돌에게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나 J-Pop에서 아이돌은 완벽한 엔터테이너를 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J-Pop에서 걸그룹의 이미지가 K-Pop처럼 가창, 춤, 체형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어설프고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대중들이 원하는 걸 그룹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녀시대'가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이미지라면, AKB48은 모자라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이미지이다.

아이돌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 역시 K-Pop과 J-Pop 사이에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K-Pop에서 유명 아이돌 그룹의 평균 수명은 5년 안팎이다. 무명의 아이돌 그룹은 활동 한지 일 년도 되지 않아 해체되는 경우도 많다. HOT, 젝스키스, 동방신기, GOD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아이돌 그룹도 5년이 고비였다. K-Pop의 아이돌 수명이 짧은 이유는 한 대중들의 소비 주기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J-Pop에서 아이돌 그룹의 수명은 K-Pop보다 훨씬 길다. 자니스 소속 그룹인 스맙(SMAP), 아라시, 긴키키즈, 캇툰 모두 데뷔한지 15년에서 20년이 된다. 이들 그룹들의 멤버들의 나이도 2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다양하다. 제작하는 기획사의 운영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아이돌 팝이 유행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일단 제작사부터 차리는 방식과를 달리 일본의 제작사들은 마치 일본의 근대 공방들이 그러하듯이 전문적인 영역을 오래 동안 유지하는 문화적 관습에 익숙하다. 아이돌 팝을 제작하는 기획사가 전문적으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걸그룹의 이미지, 섹시함-귀여움 뒤의 숨겨진 욕망 페티쉬

K-Pop과 J-Pop을 비교할 수 있는 것 중에서 흥미로운 것이 걸그룹들의 이미지이다. K-Pop과 J-Pop 걸그룹의 이미지를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한 마디로, K-Pop 걸그룹들의 이미지가 섹시하다면, J-Pop의 이미지는 큐트하다. 날씬한 다리, 스키니한 패션, 짧은 치마, 관능적인 안무, 육감적인 눈빛이 K-Pop 걸그룹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라면,  K-Pop의 걸그룹은 일반적으로 10대의 상큼 발랄한 이미지보다는 성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성인 쇼걸의 이미지를 선호한다. 이는 1990년대 걸그룹의 큐트한 이미지와는 다른 전략이다. 물론 '소녀시대'의 초기 곡인 '베이비 베이비'나 카라의 '허니' 같은 곡들은 비교적 귀여운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Gee'와 '미스터' 이후의 곡들은 대부분 섹시하고 강한 카리스마, 격렬한 댄스 파워로 무장했다. 브라운아이드 걸스', '애프터스쿨', '포미닛', '티아라' 같은 걸그룹들은 모두 섹시하고 요염한 이미지를 노출한다. '브라운 아이드걸스'의 '에브라다카브라', 포미닛의 '핫 이슈', 애프터스쿨의 '뱅' 같은 곡들은 마치 성인 클럽에서 상영되는 동영상 같아 보인다. 강렬한 눈빛, 격렬한 댄스, 노출이 심한 의상들은 걸 그룹을 좋아하는 성인 남성 팬덤을 위한 관음증의 도구이다. 

▲ K-Pop 걸그룹 - 카라

J-Pop의 걸그룹은 귀여운 이미지가 주를 이룬다. 이는 J-Pop의 여성 걸그룹의 역사에서 변하지 않는 일관된 이미지이다. J-Pop에는 어린 소녀들의 귀엽고 발랄하고,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는 퍼포먼스를 즐기는 문화가 하나의 전형으로 남아 있다. 일본 걸그룹의 코디네이션은 주로 ‘교복’과 ‘삐삐머리’, 약간 상기된 ‘볼 메이크업’과 발목 위로 올라온 ‘루즈 삭스’를 선호한다. 그리고 간혹 <물랑루즈>의 주인공 샤틴의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도발적 의상들조차도 한국 걸그룹의 섹시 코드와는 다르게 성적으로 과잉된 ‘미소녀’의 이미지를 유지한다.  

일본의 걸그룹에서 중요한 요건 중의 하나가 나이이다. 예를 들어, 가장 장수하는 걸그룹인 '모닝구 무스메'의 경우 멤버들이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탈퇴하고, 그 자리를 10대 아이돌이 대신하고 있다. 가장 많은 멤버를 보유하고 있는 'AKB48'의 평균연령은 14,8세이다. 한국의 걸그룹들의 평균연령이 20대 초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걸그룹은 확실하게 어린 나이의 소녀들에 대한 전통적인 구매력이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보이는 K-Pop과 J-Pop 걸그룹의 이미지의 차이는 사실 '패티시즘'이라는 동일한 욕망을 공유한다.. 일본 걸그룹에 대한 남성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성적 페티시즘과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어 귀여움의 극치라할 수 있는 AKB48의 노래 중 "Happy Rotation"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이 란제리를 입고 노는 장면들을 다양한 각도와 위치에서 보여주는데, 한국의 걸그룹들이 아무리 섹시한 자태를 보여주어도 이런 식의 노골적인 성적 표현은 불가능하다. AKB48의 멤버들 중에는 성인화보를 찍는 경우도 있고, 소속사 사장과 성 스캔들이 난 경우도 있다. 결국 K-Pop의 섹시함과 J-Pop의 큐트함은 외형적인 표현은 다르지만, 결국 동일한 성적 코드를 가지고 있다.

K-Pop: J-Pop의 대안인가, 시장으로의 흡수인가?

일본에서 '소녀시대'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걸그룹으로 등극한 '카라'가 2011년에 올린 매출액이 732억 원이다. 이는 일본 전체 가수를 통틀어 네 번째에 해당되는 것으로 카라에 앞선 일본 뮤지션은 AKB48, 아라시, 'Exile'이 유일하다.

그러나 자세히 따져보면 일본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이 곧 K-Pop 제작사의 매출액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말하자면 K-Pop 제작사들은 계약에 의해서 전체 매출액에서 일정한 비율만 가져갈 수 있다. 제작사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매출비율이 아니라 수익비율로 따수익 중에서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방식이라면 K-Pop 제작사들의 실제 수익은 전체 매출의 25%미만으로 추정된다.  카라 멤버들이 소속사과 갈등을 일으킨 이유도 바로 중간에 증발하는 돈들로 인해 실제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 재주는 K-Pop 아이돌이 넘고 돈은 J-Pop이 번다는 말이 그냥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심지어 '제팬 인베이전'이라고도 불리는 K-Pop의 일본 시장 진출이 따지고 보면, J-Pop의 시장 확대에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J다. K-Pop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체 매출액 중 J-Pop 시장으로 포함되는 비율은 어림잡아도 75% 이상이다. SM과 오래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AVEX는 자신들의 콘텐츠가 아닌 한국 아이돌 그룹들의 콘텐츠를 유통해서 SM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본의 대중문화 시장이 한류를 받아들이는 이유도 돈이 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K-Pop의 일본 열풍은 문화자본의 논리로 보면 K-Pop의 J-Pop 시장 내 흡수라는 역설로 해석될 수 있다. 

J-Pop 시장은 오래전부터 국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다른 나라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외국 국적의 가수들이 일본의 다양한 음악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다. K-Pop은 그런 점에서 부족한 일본 팝 시장의 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중요한 콘텐츠로 부상한 것이다. 한국의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K-Pop의 대규모 일본 진출은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알리는 자랑스러운 증거로 볼 수 있겠지만, 일본의 음악 산업계의 입장에서는 문화적 굴욕이라는 정서보다는 자신들의 시장을 확대시키는 경제적 자원 혹은 도구로 생각하는 정서가 지배적이다. 

J-Pop이 K-Pop 안에서 상호작용적인 교류의 균형을 맞추지 않는 이상, K-Pop이 J-Pop을 접수했다가 아니라, J-Pop이 K-Pop을 흡수했다는 말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언어이다. K-Pop 가수들이 일본에 진출할 때, 대부분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고 음반 역시 일본어 음반을 별도로 제작하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다. 보아는 말할 것도 없고, '동방신기', '빅뱅', '카라' 등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Pop 가수들은 모두 일본어로 노래를 부른다. 물 연습생 훈련 과정에서 일본어는 영어보다 필수 학습 코스가 되었다.  

K-Pop이 J-Pop을 제치고 아시아 팝 시장에서 지배적인 문화콘텐츠가 되었다고 자부하는 것과 그래서 K-Pop은 J-Pop보다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별개의 문제이다.  일본의 팝 시장은 자국의 음악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K-Pop이던 Canto-Pop이건, Brit-Pop이건 시장을 기꺼이 내줄 용의가 있다. 그것을 J-Pop 해외 팝이라는 구분 대신에 K-Pop의 범주 안에 모두 포함시키려한다. 일본에서 활동하려면 일본 에이전시를 통해서 일본어로 불러야한다는 암묵적인 요구가 존재한다. 따라서 국내 제작 시스템의 건실함과 다양함 없이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돌에게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면서 일본 음악 시장에 진출하려는 K-Pop은 자칫 J-Pop의 시장을 채워주는 식민화된 원산지 팝으로 굳어질 소지가 있다. K-Pop은 J-Pop의 대안이 아니라 그것의 구성 요소로 기능하는 J-Pop의 하부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 시장성이 없다면 일본의 음악산업은 곧바로 K-Pop을 삭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도 K-Pop 안에서의 자생성과 독립성 다양성이 우선이다.

▲ 한중일문화 국제심포지엄 "문화산업의 창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