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차기정부 문화예술 정책, 이것이 필요하다
[특별기획] 차기정부 문화예술 정책, 이것이 필요하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2.12.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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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산2% 공약 지켜야, 국민 문화향유로 행복느낄 수 있도록

19일 치뤄진 대통령 선거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제 새 당선인이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기다. 국민대통합과 경제민주화, 비정규직 문제와 북한과의 관계 개선, 검찰 개혁, 복지 정책 등 새 정부가 풀어야할 숙제는 정말 많다.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다. 올 한 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쓸며 '한류'를 돌풍으로 바꾸고 두 편의 한국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를 받는 경사가 일어났지만 그것이 우리의 문화를 윤택하게 만든 요인이 되지는 못했다. 여전히 문화예술인은 생활고에 시달렸고 문화정책은 정치 논리에 휘둘려 표류를 계속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난 세 차례 대선 토론에는 '문화'가 주제에 포함되긴 했지만 정작 문화 정책에 대한 토론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은  아쉬움을 남겼다. '문화 대통령'의 탄생은 경제나 정치 문제에 치인 채 그저 희망사항으로만 끝나야하나라는 안타까움 속에서 이제 새 대통령과 새로 문화의 수장이 될 이들에게 그 공이 넘어갔다.

새 정부의 문화정책은 과연 어떻게 진행되어야할까?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 추진 과정과 지난 11월 2기 정부를 출범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문화 정책을 살펴 보면서 그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 예술인복지재단

'참여정부 물갈이'로 흔들린 문화계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문화 분야 슬로건으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국가로 발돋움하겠습니다!”라는 국정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도 전에 참여정부시절 임명된 일부 문화기관장들의 진퇴문제가 빚어지며 혼란이 발생했다. 당시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장관의 '참여정부 인사 물갈이' 발언으로 촉발된 갈등으로 한동안 문화계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채 표류를 계속해야했다.

그 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의 1% 규모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형편으로 문화예술, 문화산업, 체육, 관광 등 광범위한 정책 영역과 국어, 저작권, 콘텐츠, 국제교류, 문화예술 행사 및 시설, 전통문화, 지역문화 등 워낙 다양한 업무 영역을 포괄하는 문화행정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문화정책과 다른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부는 문화 창조의 기반인 예술창작 활성화와 역량 강화를 위해 예술지원 방식을 개선하고, '예술인 복지법' 을 제정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아울러 문화예술진흥기금의 확대와 지방 이전 등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지만 각종 경제지표가 하락하고 기업 환경이 위축되면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 2010년에 강화도에서 열린 외규장각 반환 의례행사의 한 장면

전통문화 육성, 국가브랜드화 추진

지역특성을 살린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사업도 다양하게 추진됐다. 국악, 공예 등 사양화되거나 소멸 위기에 처한 전통문화예술의 세계화 및 대중화 사업이 추진됐고, 지역 전통 문화의 기반 확대 및 자생력 확보를 위해 학생들의 방과 후 프로그램, 국악강사 확대,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등 정책 사업을 추진했다.

전통문화 자원의 가치에 주목한 정부는 국회와 함께 「전통문화산업진흥육성법」같은 관련 입법도 추진했지만 국회 임기만료로 입법에 실패했고, 다만 관련 사업이 부분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G20을 계기로 국가브랜드 가치 창출을 위한‘국가브랜드 향상 종합대책’도 추진됐다. 초중등학생 대상의 디자인 조기교육, 세계적 디자인기업 육성 지원, 당인리와 구 서울역사 등 근대 문화유산을 활용한 복합 공간 조성 등이 이를 통해 가능했다.

광화문 구 문화체육관광부 청사를 활용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과 옛 기무사 부지에 미술관을 조성해 근린 문화시설을 확충했고, 문화향수 기회 확대를 위한 국립박물관 및 미술관에 대한 무료관람 정책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 전통공연의 한 장면

전통문화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

다양한 문화정책 사업 중 특기할만한 사업을 살펴보면, 먼저 전통문화의 세계화 사업을 들 수 있다. 대중문화계의 한류 확산과 연계한 한스타일 육성 사업이 대표적으로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국악의 6대 분야를 선정해 ‘한스타일’이라는 브랜드를 개발, 이를 적용한 사업을 추진했다.

현 정부는 그간의 단순한 전통문화 보호 육성에서 나아가 문화자원을 활용한 전통문화의 자생력 육성과 경제가치 창출을 통한 전통문화의 토대 구축을 지향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전통문화 보호 육성 사업과 함께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문화콘텐츠 개발, 한지 품질인증제를 통한 전통문화 상품의 소비를 촉진시켰다.

또한 국가주요 의례 시 한복 입기를 활성화하고 지방문화원, 박물관 등 문화시설을 활용한 국악 활성화와 전통문화예술 교육 강화,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나눔사업’을 국악분야로 확장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 국가브랜드 행사장에 세워진 한류스타 아이돌 패널

현 정부의 성과 '아리랑 세계화 사업'

현 정부의 문화 사업 중 비교적 성과를 거둔 사업을 꼽으라면 '아리랑 세계화 사업'을 들 수 있다.

중국이 아리랑 브랜드화 전략을 추진하며 아리랑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하자 정부는 아리랑의 세계화 사업이 시급하다고 판단, 아리랑을 한민족 대표 브랜드로 창출하고 다양한 산업화 동기부여 사업을 진행했다. 공연, 음반, 서적 등 산업콘텐츠의 개발 및 유통 활성화, 아리랑의 브랜드화와 세계화를 통한 국제적 위상제고를 위한 노력의 결과 아리랑은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또한 현 정부는 종교의 화합을 추진하면서 우리의 문화유산인 전통사찰의 보존과 정비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종교시설의 여가문화 공간화 사업도 추진했다. 그 중 이미 널리 알려진 템플스테이(temple stay), 서원스테이 등은 해마다 더 큰 관심과 참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종교시설을 활용한 이러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내국인에게는 건전한 여가문화 체험의 기회로 자리 잡았고, 외국인들에게는 한국문화의 독창성을 알리는 신(新)한류 문화관광 상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향후에도 한국문화의 대표적 아이콘의 하나로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절벽'에 부딪힌 오바마의 의지

2기 정부를 출범시킨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미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과학과 교육, 그리고 문화예술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학교와 예술단체 간의 교류 확대, 예술가를 위한 의료보장 및 과세 제도 마련 등 이전 대통령 후보들과는 다른 내용의 세부 공약을 제시했다.

이런 문화활동의 진흥과 장려는 문화예술이 갖는 고유한 가치의 극대화와 함께 미국 경제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경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오바마 대통령은 문화예술에서 찾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미국의 '재정절벽' 위기에서 딜레마를 겪을 위험성이 있다.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했고 전방위로 예산삭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문화예술 정책이 쉽게 안착할 가능성이 크지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예산에서 문화예술 예산을 5% 증액해 문화예술에 대한 의지가 식지 않음을 보여줬지만 이 의지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에 미국의 문화발전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정치적 술수는 그만, 문화 현장을 파악하라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 시절 서울문화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예산 2% 확보를 약속하고 특히 올해 통과한 '예술인복지법' 개정을 통한 예술인들의 사회보장 확대, 후원인증단체 지원, 문화재 환수활동 강화, 소외계층 맞춤형 프로그램 등을 문화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는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서연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문화예술의 바탕이 되는 창조가 병들어가면서 문화의 위기가 찾아왔다"며 새 대통령이 "창조문화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황평우 한국문화 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전통문화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 창달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 헌법 제9조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주길 바란다"며 전통문화의 보존을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확대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여러 안건들에 밀려 문화는 자칫 뒤로 밀릴 우려가 많다. 그러나 문화정책은 반드시 새 정부가 구상해야할 중요한 과제다. 문화가 발전해야 정치도, 경제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술수로 '땜질'처방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문화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률 제정도 물론 좋지만 대중들이 더욱 폭넓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문화가 하나의 자원이 된 시대, 이제 우리는 새로운 '문화 대통령'을 바라고 있다. 그 문화의 중심을 차기 정부가 잘 잡아주길 바란다.

(참고자료: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원태 연구위원 “현 정부 문화예술정책의 성과와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