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큐레이터 토크19 - 미디어극장전 2부 김세진(Kim Se Jin) Special Day
[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큐레이터 토크19 - 미디어극장전 2부 김세진(Kim Se Jin) Special Day
  • 이은주 큐레이터
  • 승인 2012.12.2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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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진, Night Watch, 3 Channel Video, 3min 20sec, 2006

미디어극장전 2부 김세진Special Day 상영리스트 (2011년 5월 25~26일)

1. 되돌려진 시간 Reverse, 6 Channel Video, Looped, 1998
2. 진혼곡 Requiem, Single Channel Video, 4min 40sec, 1999
3. 꿈속에서 In dreams, Single Channel Video, 6 min 2sec, 1999
4. 10 to 10, 16mm Film, B/W, Stereo sound, 19min 20sec, 2001
5. 욕망의 바다 Sea of desire, Single Channel Video, 3min 40sec, 2002
6. 기념사진 Take a picture, Single Channel Video, 15min, 2002
7. Kid, 35mm Film on DVD, Colour, 5.1CH, 15min, 2003~2004
8. 연선 채에 관하여 About YS, Chae, Flexible Channel Video, 41min 46sec, 2005~2006
9. 그들의 쉐라톤 Their Sheraton, Single Channel Video, 3min 8sec, 2006
10. Night Watch, 3 Channel Video, 3min 20sec, 2006
11. 이방인으로부터의 문장 Sentence from the stranger, 2 Channel Video, 6min 6sec, 2007
12. 빅토리아 파크 Victoria Park, 2 Channel Video, 3min 56sec, 2008
13. 야간근로자 Night Worker, 2 Channel HD Video, 6min 58sec, 2009
14. 하나 세트 Hana-set, Drawing Animation, Looped, 2011

미디어극장전 2부 여섯 번째 스페셜데이의 주인공이었던 김세진은 그야말로 움직이는 이미지 기반의 개념 안에 자신의 사적, 공적 관점을 삽입하여 꾸준히 영상을 제작해 온 작가다. 순수예술로서의 비디오작업에서 표출되는 영상미를 바탕으로 하여 그간 영화, 드라마와 같은 영상 혹은 다큐멘터리, 단편영화와 같은 양상의 결과물을 비롯하여 2011년에 새롭게 시도해 보았던 애니메이션 영상작업에 이르기까지 김세진은 이 시대의 무빙이미지가 어떻게 다채로운 형식으로 보여 질 수 있는지에 관한 지속적인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듯 1998년부터 현재까지 싱글채널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의 작업 전향들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한참 비디오작업 전시들이 물꼬를 틀며 전시장에 분주하게 선보이기 시작할 때, 순수예술을 기반으로 그는 다양한 기법으로 제작되는 움직이는 이미지들의 생산을 위한 방법과 연출을 그 당시의 환경적 영향에 따른 경로를 통해 완성했다는 점이다. 10여년 이상 동안 제작된 그러한 영상들의 총합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그가 한 작품을 제작하면서 획득했던 개별적 경험으로 생성된 실험값(가령 순수예술을 전공한 그가 영화제작기법을 직접 습득하여 자신의 작업에 적극적인 소통의 언어로 개입시킨 점)들이 곧 바로 작업에 다이나믹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1998년에서 1999년 사이에 출품한 <되돌려진 시간>, <진혼곡>, <꿈속에서>의 작업은 주로 영상이라는 매체를 다루게 되면서 표현할 수 있는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들을 보여주었던 초기 작품들로, 이 작업에서는 영상편집기술의 속성을 이해하여, 자신의 개념을 컴퓨터 기술로 표현하고 체화해 내는 시기를 겪는다. 그 이후 2001년에 제작된 <10 to 10>부터는 자신의 개별적 소재들을 16mm 흑백필름을 전격적으로 도입하여 영화적 편집기술로 마무리 하였다. 김세진의 영상이 다른 비디오 작업들과 다른 지점은 영화자체를 제작하기 위한 다양한 연출적요소과 거대장비와 스케일의 점검뿐 아니라, 영상언어 자체의 기술적 속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영상미를 지속적으로 실험해 나간다는 점이었다. 이는 지속적으로 발전되는 기술에 대한 해법을 찾기 보다는 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사용되는 영상미를 비디오작업에 가져오고 또 그것을 자신의 개별적 예술이야기들과 어떻게 연결 지을지에 관한 고민의 흔적들이다. 

2001년대 이후부터는 영상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허락되기도 했던 전시장의 분위기에서 그는 영화와 비디오아트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넘나들며 작업을 제작하였다. 주로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이러한 실험이 집중적으로 이루어 졌으며, 실제로 2003년에서 2004년 사이에 제작된 <Kid>는 완벽한 영화 그 자체다. 본 영화는 15분가량의 러닝타임으로 단편실험영화로 분류되었으며, 시나리오, 배우, 연출방법 모두 영화제작과 동일한 형태를 띠었다.

2000년대 중반의 이러한 실험을 통해 획득한 다양한 경험으로 그는 또 다른 선상의 영상작업들을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2006년 대만의 아트빌리지 레지던시에 몇 달간 체류하면서 아시아 주요도시의 모습을 비롯하여 다소 소외되고 협소한 지역에 대한 관심을 화면에 담아내었다. 특히나 도시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 상대적으로 주변부에 머물게 되는 것들과 혹은 급격한 도시발전으로 균등하게 혜택이 돌아오지 않아 생기는 간극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아시아 도시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어쩌면 주변부이다 못해 존재까지 무의미해 져 버릴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 이후에 제작된 <Victoria Park>(2008)과 <Night Woker>(2009)는 모두 아시아라는 도시 안에서 관찰되는 노동자들의 삶을 집약한 시나리오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홍콩에 거주하는 노동자층의 일상적 삶에 관한 내용이기도 하며 1세계의 도시에 공존하여 삶을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것이다.

이러한 양상에서도 보여지듯이 김세진에게 영상이라는 메커니즘은 어떠한 기술적 향연에 관한 매료보다는 좀 더 자신이 머물게 되는 곳에서의 상황을 솔직하게 표출시키는 매체로 거듭났다. 이제 그의 영상에서는 영화적이고, 애니메이션적이라는 분류가 무색하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일련의 다양한 영상언어의 변화와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동시에 다양한 작업의 소재를 자연스럽게 담아 낼 수 있는 재료가 영상언어임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도 되었다. 이젠 그의 작업에서는 시대적인 요구에서 기인하는 기술적 테크닉의 묘미적 해석뿐 아니라, 그만의 영상언어가 점차 확립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