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구리' 어민 좀 살려주이소!
'고대구리' 어민 좀 살려주이소!
  • 홍경찬 기자
  • 승인 2009.06.19 22: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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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인망 불법어업 조합원의 통영 어민 회센타‥‥ 싸고 맛있고 싱싱하고 푸짐한 횟감 백화점

소형 기선 저인망(코가 작은 그물로 불법 어로를 하는 방식. 일명 고대구리)은 남해안 일대 생계형 영세어민의 대표적인 어업 형태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어린 치어를 포함한 '어족 자원 말살'이었지만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영세어민들의 선택이었다.

▲ 저인망 불법어업을 하던 어민들이 조합을 결성하여 운영하고 있는 통영 어민 회센터 전경.

그러나 정부의 수산 정책이 잡기만 하는 어업에서 길러서 잡는 양식 어업으로 전환되면서 고대구리는 불법 어업이 되었고, 수없이 많은 어민들이 단속에 적발되어 구속도 되고 벌금을 물었다.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기에 '불법 어업'과 '단속'의 악순환은 거듭되었다.

마침내 2004년 일명 '고대구리 전업정책'이 실시되었고, 정부는 어업을 포기하는 영세어민들에게 보상금을 지원했다. 통영 인근 어민들도 보상금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분야로 전업하거나 실직 상태로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그러던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14억원을 지원할 테니 생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벌여보라고 한 것이다. 200명쯤 되는 어민들이 조합을 결성하고 조합에서 4억원을 투자하여 회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지원금 신청을 하려고 관공서를 제집 드나들듯이 했지만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행정절차 때문에 고생만 수없이 하고도 결과가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통영시에게서 부지 확보 확약을 받고 체계적인 계획서가 해양수산부를 거쳐 예산처까지 통과되는 데까지 3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4억이라는 투자금이 문제가 됐다. 어민들이 빚을 갚거나 생활하는 데 보상금을 다 써버린 것이다.

정부를 통해 또다시 빚을 얻었다. 마침내 2007년 4월 통영시 광도면 죽림리 1574-46번지 일대에 연면적 580평, 지상 2층 400석 규모의 식당과 활어코너를 갖춘 '통영어민영어조합(통영어민회센타)'이 문을 열었다. 3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초기 조합원 200명은 31명으로 줄어 있었다.

뱃사람에서 상인으로 변신한 어민들은 희망을 갖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그런데 장사가 너무도 시원치 않았다. 장기적인 불경기 때문이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수입은 떨어지니 전기세, 수도세마저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배운 것도 없고 달리 가진 기술도 없는 그들은 회센터에 매달리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견디지 못한 어민들이 다른 살길을 찾아 하나둘 떠나갔다. 회코너도 하나둘씩 비어갔다. 그러다 보니 손님도 줄어들기 시작했고 손님이 주니 어민들이 또 떠나가는 악순환이 거듭되어, 영업을 시작한 지 22개월이 지났을 때 16명으로 줄어 있었다.

이제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회센터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어민들이 수없이 머리를 모았다.

그 결과, 새로운 조합원을 받아들여 비어 있는 회코너를 채움으로써 건물 유지비와 각종 공과금만이라도 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정부가 14억원을 지원하면서 회센터 운영에 고대구리 어민 조합원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정관을 만들어놓았으니 불법이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예전에는 ‘영업’이라는 말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조합원들이 이제는 많이 변했다. ‘친절한 서비스’만이 살길이고 인심 좋게 ‘퍼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주말이면 회센터 바로 옆에 임시 무대를 만들어 무료로 ‘작은 음악회’도 열고, 관객들에게 무료로 음료수도 제공한다.

영업 형태도 기다리던 방식에서 손님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바꿨다. 죽림 인근의 관공서나 중소형 조선소 직원들이 부탁하면 값싸고 싱싱한 회를 푸짐하게 싸들고 가서 회식 자리를 만들어준다.

이들은 한려수도 청정해역 통영 앞바다에서 잡고 키우는 활어가 전국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게다가 본디 어민들이었으니 어느 철에 어느 고기가 가장 맛있고 어떤 부위는 어떻게 먹어야 제맛이 나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값싸고 맛있고 싱싱하고 푸짐한 횟감 서비스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 1층에 마련된 회코너. 여기서 회를 골라 주문하고 2층 식당에 올라가 있으면 잠시 후 배달이 된다.

조합원들에게 횟감의 생명인 위생 교육도 철저히 실시할 뿐만 아니라 손님들에게 통영의 문화와 유적에 대해 소개할 수 있도록 전문 해설사 수준으로 교육도 받는다.

통영어민 회센터를 전국 제일가는 횟집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이들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대중교통의 태부족이다.

통영시 광도면 죽림이 신도시로 개발되는 중이어서 그런지 시내버스가 회센터까지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마저도 배차 시간이 너무 길어 손님들 접근이 용이치 않은 것이다.

조상 대대로 일궈왔던 삶의 터전을 잃고 변신하여 살길을 찾아 안간힘을 쓰고 있는 영세 어민들에게 통영시가 자그만 온정과 지원을 베풀기를 기대해본다.

<변재복 대표이사 인터뷰>

- 회센터 입지조건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

죽림 해안가가 경치가 아주 좋다. 현재는 매립으로 육지화됐지만 내죽도 공원과 바닷가 산책길이 무척 아름다워 죽림만의 운치를 맛볼 수 있다. 우리 회센터 2층 유리창을 통해서 바라보는 경치도 끝내준다.

▲ 변제복 대표이사, 고대구리를 직접하던 어민이었다.

- 아직 상권이 형성 중인데 어려운 점은?

죽림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기 때문에 우리 횟집이 통영을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시내버스 운행이 원활하지 못하다. 대중교통이 원활하면 우리 회센터를 찾는 손님들이 더 많아질 텐데 무척 아쉬운 점이다.

- 회센터에 조합원만 참여할 수 있는데 비조합원을 들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인정한다. 사실이다. 이게 정부 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행정감독을 받고 있고, 행정 규정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매장은 덩그러니 넓은데 조합원이 16명뿐이라 비어 있는 코너가 적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영업을 잘못했기에 손님도 줄고 영업 매상도 줄고, 그러다 보니 조합원도 줄게 된 것이지만, 도무지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공과금에 건물 유지보수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행정 규정을 어기는 건 줄 알면서도 고육지책으로 비조합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할 게 아닌가? 아니 할 말로, 우리가 영업이 안 돼 여기서 나가게 되면 정부는 지원금 14억원을 날리게 되는 거다. 우리도 살고,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해야 했는데, 그게 비조합원 입점인 것이다. 널리 이해해주면 고맙겠다.

- 조합에 부채가 많다고, 조합장에 대한 비리 문제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던데?

부채가 많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게 회센터 조성할 때 우리 조합원들이 내야 할 돈이었다. 그런데 우리한테 그럴 만한 돈이 없었다. 정부로부터 감척 보상금조로 받은 돈을 다 빚 갚는 데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4억원이라는 자부담 일부를 외부 차입금으로 대체했다. 물론 부채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그건 조합원 모두의 부채이다. 또 그 부채가 조합장 개인의 비리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는데, 우리 회센터가 조합장 개인 사업도 아니기 때문에 조합장 비리가 있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조합장인 나한테 구태여 비리가 있다면 회센터 영업을 잘 못 이끌었다는 점뿐이다. 하지만 이제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하고 있다. 믿어 달라.

- 시쳇말로 ‘배운 도둑질’이 고기잡이인데 다시 돌아갈 수도 없으니 회센터 운영에 운명을 걸어야 할 텐데, 앞으로 각오는?

우리가 어민이었던 만큼 싱싱하고 좋은 회를 대한민국 어느 상인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싱싱하고 값싸고 맛있는 회를 푸짐하게 제공하는, 대한민국 제일가는 회센터가 되고 싶다.

통영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아보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 회센터를 나가면서 손님들이 비쌌다거나 불친절했다고 말하면 아예 음식값을 받지 않기로, 조합원들끼리 합의를 봤다. 푸짐한 친절과 진심 어린 서비스로 전국 제일가는 수산물 백화점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조합원 일동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 고대구리하던 조합원들, 뱃사람들 제발 많이 도와달라. 정말 질 좋고 싸고 맛있는 회로 대접하겠다.  서울문화투데이 정말로 감사합니다.

 

                                         서울문화투데이 특별취재팀          인터뷰 김충남 경남본부장
                                                                사진,정리 홍경찬기자 cnk@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