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연재] 한민족의 색채의식⑪
[특별기고-연재] 한민족의 색채의식⑪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
  • 승인 2013.01.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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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
8. 과일의 색

“형형색색의 음식과 과일로 식탁을 가득 채워라.”
미국의 식이요법 전문가 엘리자베스 워드의 말이다. 과일은 색깔에 따라 갖가지 효능이 따로 있기 때문에 식탁 위의 영양분을 골고루 갖추려면, 음식은 물론 과일의 색깔을 다양하게 구비하라는 말이다. 이는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음식과 색채 사이에는  유기적인 관계가 있고 또 식료로서 그에 따른 영양분과 약리적 효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 왔던 터이다. 더구나 음식물의 색깔은 촉각이나 후각과 함께 시각을 통한 심리적 변화를 유발시키는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1)빨강 계통의 과일, 

오래 전부터 서양에서는 빨간 체리주스가 관절염 통증에 특효약이라고 믿어왔다. 고대의 그리스 병사들은 전쟁 중에 부상을 당하면 상처부위에 빨간 포도주를 부어 소독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것들은 현대 과학에서 밝혀졌듯이 포도나 딸기, 자두, 블루베리 등과 같은 보라색이나 빨간 과일에는 아스피린보다 10배이상이나 더 강력한 소염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성분이 다량으로 함유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붉은 토마토와  수박, 열대과일 구아바 등에는 ‘라이코펜’이라는 색소가 들어있는데 이 성분 또한 ‘베타 카로틴’과 같은 항암 작용을 하는 물질이라고 한다.

과일의 색소 안에 들어있는 이 ‘라이코펜’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베타 카로틴’보다 10배나 더 강했다는 연구 결과(1997년 ‘사이언스 뉴스’지 ‘라이코펜’특집)만 보아도 과일의 색깔이 갖는 의미가  시지각을 통한 단순한 정서 이상의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색을 인지하는 작용은 일차적으로 시지각을 통해서다. 붉은 빛을 띠고있는 과일이 명시도가 높아서 잘 익은 과일의 상징색 처럼 되어있고 성서에 보면 인류가 최초로 따 먹은 과일 색으로 나타난다. 붉은 과일을 따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는 사탄의 유혹이 아주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최근에 밝혀진 바로는 붉은 과일 속에 많이 함유 된 ‘안토시아닌’은 현대의학에서도 안과에서 눈의 건강을 위한 영양보충제의 원료로 많이 쓰이고있다.‘안토시아닌’의 약리적 성분이 망막에서 빛을 감지하여 뇌로 전달해 주는‘로돕신’이라는 색소를 생성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보라색 포도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성분은 동일한 중량의 검정콩에 들어있는 것보다 무려 여섯 배나 더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우리의 인체 내에는  끊임 없는 노화작용으로 활성산소가 생성되며 이로 인해 인접한 세포막과 유전자를 해침으로써 노쇠현상이 가속화 되는데 이런 현상을 저지할 수 있는 물질이 바로 항산화제이다. 붉은 과일, 특히 보라색 포도에는 항균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데 필요한  천연 항산화제인 토코페롤 보다 대 여섯 배의 강한 효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2)노랑 계통의 과일

천연 항산화제인 ‘베타 카로틴’은 암과 심장질환의 예방 효과가 뛰어나며 잘 익은 감과 살구, 복숭아나 귤 등, 주로 노란 빛깔을 띠고있는 과일 종류에 많이 함유되어있다.  ‘베타 카로틴’은 바이타민 A의 영양 공급원이 되며 정자의 형성과 면역 반응, 또는 식욕 등, 생리작용에 깊은 관계가 있다고한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는 하루 ‘베타 카로틴’ 섭취향을  5~6㎎으로 적정선을 정하고 정상인들에게도 귤3개 정도에 해당하는 이 분량을 가급적이면 체내에 섭취해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신은 우리에게 참으로 다양하고 풍성한 색상의 먹거리, 볼거리를 제공해주셨고 또 그에 부합되게 생존에 필요한 만가지 요소들을 그 빛깔의 포장 안에 담아 주셨다. 다만 어리석은 인간들이 그 포장만 보고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창조주에게 감사할 줄 또한 알지 못할 뿐이다. 자연은 인간처럼 기호색을 즐기지 않으며 혐오색을 피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존재하기 위한 관용과 소통과 조화가 있어 서로 아우르며 공존하는 데서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것이다. 서로가 다른 것을 용서하며 인정하고 서로를 필요로하는 어울림의 공생이야말로 내외가 공존하고 영육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색의 철학이 아닌가 싶다. 신이 준 자연의 색상을 고스란히 내 안에 육화시키고 싶다면 지나치게 변색시키는 조리법을 지양하고 야채나 과일의 표피를 자연 그대로 섭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이제 음식문화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술문화와 근본적으로 생각을 같이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