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 보기]문화유산 파괴한 4대강사업
[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 보기]문화유산 파괴한 4대강사업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승인 2013.01.24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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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대강 사업이 쟁점이다.

▲필자 황평우 소장

그런데 환경과 부실시공만 말하고, 문화재 파괴는 한마디도 없는 것이 이상하다.

인류문명의 발상지는 강이라고 하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반도 역시 문명의 보고는 강에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 전곡리, 미사리, 암사동 등의 유적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한반도는 강을 따라 선사시대 (신석기, 구석기, 청동기문화) 역사와 문화가 형성되었다.

역사시대(삼국, 남북국, 고려, 조선) 강은 현재의 도로처럼 중요한 물류운송로와 주요 교통로로써 전략적 요충지였다. 역사를 배우면서 알 수 있듯이 고구려, 백제, 신라는 한강을 비롯한 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의 운명을 걸기까지 했다.

삶이 있었으면 죽음도 있는 법, 수많은 무덤(고분군)이 존재하는데 고대 국가에서 매장방식은 당시 최고의 보물을 같이 매장했다. 물류와 전략적 요충지인 주요 거점에는 사찰(신륵사, 폐사지인 부여 왕흥사지, 원주 법천사 등)이 존재했으며, 대구의 도동서원과 같은 교육 기능을 하는 서원도 있고, 각종 나루터에는 서민의 채취가 묻어나는 삶의 문화인 민속 문화유산도 존재한다.

현재 우리는 이러한 유적지를 통해 과거의 역사와 건축기법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강 주변에는 고고학, 미술사학, 민속학, 지질구조학, 동식물학 (천연기념물), 건축학적인 문화유산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존재한다.

정부는 4대강사업을 하며 문화재에 대해 조사했다고 한다. 법에 명시되어 있는 수중발굴은 사업 시행 후 형식적으로 나루터 몇 군데 조사하고 말았다. 나루터가 수중인가? 이 대목에서 4대강의 문화재조사는 모두 무허가기관에서 실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수중조사 자격 있는 기관이 아니라 육상조사 기관이 조사를 했다. 2종 면허로 대형버스 운전을 한 것이고 치과의사가 산부인과 시술을 한 것이나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 발굴조사기관은 법인과 대학을 합쳐서 총 150여 곳이다. 각 기관마다 평균 전문 인력은 법인의 경우 20명에서 50명(3~4곳) 이내이며 대학의 경우는 3~5명이 전부이다. 이를 통해보면 우리나라의 문화재 조사인력은 1900~2000명에 불과하다. 현재도 각 문화재 조사기관마다 조사하고 있는 지역이 많아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인력들이 현재 진행 중인 조사를 모두 중단하고 4대강 난개발 예정지 주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고 해도 막대한 기간이 소요될 터인데, 4대강사업은 문화재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공사를 강행했다.

청계천 5.8㎞ 구간의 경우 수개월동안 문화재조사를 했다. 4대강은 청계천의 수백 배에 해당한다. 더 큰 문제는 유물이 없을 만한 곳만 발굴조사를 하고, 발굴결과 발표도 모두 비공개로 진행하는가 하면, 중요한 문화재가 없으니 공사를 해도 좋다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강 주변은 유네스코가 인정할 만한 역사마을, 민속마을, 문화경관에 속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각 지자체가 각 지역의 문화와 자연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4대강 주변의 민속, 인류학, 무형문화재, 천연기념물 등 전 문화부 유인촌 장관이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기본조사는 단 하나도 안했다.

4대강 난개발에 따른 한반도의 ‘문화경관’ 훼손이 자행되었다. 진정으로 강을 살리려면 인간과 역사·문화·자연환경의 상호작용을 중시해야 하며 이를 통한 문화와 생물다양성 보전에 역점을 두었어야 했다.

오랜 기간 동안 지역주민들에 의해 시행되어온 전통적 토지사용 형태를 존중하고 마을과 도시 역사속의 정신적, 영적 의미, 상징성 등 무형적 가치들이 환경개선 개념 형성에 반영될 수 있는 ‘문화경관’ 개념이 주체가 되고 미래를 내다보는 강 살리기 정책으로 다시 변해야 하며, 이를 바로 못한 것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 황 평 우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육의전박물관 관장
문화연대 약탈문화재 환수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