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 DMZ, '초연'이 아닌 '평화'가 숨쉰다
[테마기행] DMZ, '초연'이 아닌 '평화'가 숨쉰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3.01.29 1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으로 달라진 군문화, 산천어축제의 즐거움을 느낀 '화천DMZ투어'

화천 육군제7사단 북스타트 운동, 병사들에게 미래계획과 꿈 심어줘

생태자연 문화유산으로 접경지역 주민에게 도움 되는 일 해야

DMZ 지오파크,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

▲김창환 강원DMZ지질공원조성사업단장이 칠성전망대에서 DMZ지오파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전쟁의 상처 안은 '비목’과 산천어축제의 고장, 화천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학창시절 누구나 배웠을 우리 가곡 ‘비목’의 가사 일부분이다. 그러나 그 시절 정작 ‘초연’의 의미도 모르면서 그저 가사를 외워 불렀던 기억이 있다. 이 비목의 가사가 쓰인 곳이 화천이다.

여기서 초연은 총격과 포탄이 떨어져 나는 연기를 뜻하는 것으로, 화천은 6.25 당시 치열한 전투로 초연이 난무하던 곳으로 이후 새롭게 시가지가 건설된 곳이다.

제7보병사단이 자랑하는 도서관 ‘골든브릿지’.병사들이 자기계발을 위한 도서관과 인터넷 연결이 돼 있다.

지난 26일과 27일 이틀 간 DMZ관광(대표 장승재)과 강원도DMZ지질공원조성사업단(단장 김창환 강원대 교수), 화천군, 제7보병사단 칠성부대가 함께 주최 주관 후원한 기자단 팸투어를 다녀왔다.

이번 투어는 화천 관내의 보병7사단 예하의 안보관광 자원인 칠성전망대, 오작교 군부대 방문과 병영체험을 겸한 것으로 이 기간 동안 겨울철 대표축제로 자리 잡은 산천어 축제장도 함께 돌아 봤다. 당초 예정했던 지질사이트인 양의대 곡운구곡, 파로호, 용화산 등은 폭설로 인해 가보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달라지고 있는 우리 병영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제7보병사단은 신입병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인생목표서’를 작성하게한다. 관물대 앞에 자신들의 인생목표서를 붙여놓고 수시로 자신들의 목표를 리마인드하도록 했다.

"북한군 어려운 상황 한눈에 보여"

첫날 첫 코스로 북한강 상류의 최북단인 백암산 1117m 고지의 칠성전망대를 찾았다. 불과 1.5km 떨어진 북측의 초소가 빤히 보이는 곳에서 북측과 우리 군의 전력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7사단 감찰참모 이형주 중령은 “북한군은 보급이 잘 안 돼 수시로 나와 직접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까마귀나 멧돼지마저 먹을 것이 많은 우리 측으로만 몰린다.”며, “우리 측 병사들은 목탄차를 이용해 북한군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북측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병사들을 굳이 교육하지 않아도 현장을 목격하고 우리가 북측 보다 잘 산다는 사실에 애국심이 절로 생겨난다.”고 덧붙였다.

▲칠성전망대에서 바라본 눈 덮인 풍광. 왼쪽 아래로 북한군의 최남단 초소 우리측의 최북단 초소가 불과 1.5km거리를 두고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DMZ지오파크, 점경지역 경제 견인차, DMZ155마일 아닌 148마일

이 자리에서 김창환 강원도 DMZ지질공원조성사업단장(강원대 교수)은 기자들에게 “DMZ의 영문표기명이 뭔지 아느냐?”는 질문을 던진 후 DMZ와 지질평화공원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단장은 “DMZ보존 방침 때문에 접경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피해를 본다”며 “이들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던 중 유네스코가 제안한 ‘지오(GEO)파크’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땅과 관련한 모든 유산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묶어 관광자원으로 승화시키면 보존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강원도를 시작으로 통일 후엔 북한 내 접경지역과 함께 전 세계 하나뿐인 지오파크를 구축할 날을 기대한다.”고 이번 투어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155(248km)마일이라는 DMZ의 거리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자신의 연구 결과와 세계적인 생태지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밝혀 관심을 자아냈다. 김 단장은 DMZ는 정확히 148마일 238km로 단위부터 우리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km단위로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전 60주년을 맞는 올해부터는 DMZ의 거리는 238km로 써줄 것을 주문했다.

7사단, 군 최초로 ‘북스타트 운동’ 펼쳐

이어서 돌아본 7사단 칠성부대의 장병생활관과 7사단이 자랑하는 ‘골든브릿지’는 병사 중심의 부대 운영 방침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인터넷이 설치된 컴퓨터 10여 대와 도서관을 운영해 장병들이 매일 밤 2시간 씩 책을 읽거나 자신의 진로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제7사단 이형주 감찰참모가 팸투어 참가자들에게 장병들의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앞서 7사단에서는 신입 장병들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인생목표서’를 작성하게 한다.
장병들이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그 단계를 계획하도록 하는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관물대 앞에 이 ‘인생목표서’를 붙여 놓고 끊임없이 자신의 목표를 리마인드하게 하는 것이다.

▲골든브릿지 내에 설치된 서가

그들 중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레크레이션 강사’를 꿈꾸기도 하고 ‘대한약사회장’, ‘연구원’, ‘대박 고깃집 사장’ 등 다양한 꿈들이 10년 단위로 그 준비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들 대부분 토익점수 900점을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도 눈에 띄었다.

이형주 중령은 “학습 시간을 통해 12개의 자격증을 취득해 나간 병사도 있다”며 “장병들이 자기계발을 통해 사회생활에 활용이 가능한 스펙과, 미래를 위한 꿈을 갈고 닦아 나갈 수 있도록 장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0년간 군 생활을 통해서 아이들의 이상 행동요인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책을 많이 읽고 접하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심신이 안정돼 자신을 잘 컨트롤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양서를 많이 접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7사단에서 펼치고 있는 북스타트 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도서관에 책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의 손에 들어온 책이면 더욱 열심히 읽게 된다. 특히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보내거나 사주실 생각 보다는 책 한 권이라도 더 보내주시길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중령은 몇 년 전부터 신병대 입소 훈련병과 전입병들이 오면 제일 먼저 책 한권씩을 직접 손에 쥐어주고 있다.

감성마을과 이외수 선생 초청, 병사들의 정신 교육도 계획

화천이 내세우는 인물로 요사이 세간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이외수 선생의 문학관이 있는 감성마을을 찾았다. 폭설로 길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는 않았지만 전국에서 대형관광버스를 타고 이곳을 찾아오는 남녀노소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외수문학관 입구, 이외수 선생 중학시절 모습, 이외수 선생의 부인인 전영자씨가 관람객들에게 문학관 내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우측 두 번째 사진은 이외수 선생이 '벽오금학도'를 집필하기 위해 스스로 가두었던 '감옥'같은 방문), 문학관 내부에서 바라 본 외부 모습.

문학관은 이외수 선생의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일대기, 그가 그린 그림 등이 전시돼 문학과 그림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감성을 채우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이외수 선생의 부인인 전영자 여사가 직접 안내를 맡아 관람객들에게 유머를 곁들인 작품설명으로 관람객들의 흥미를 더욱 끌었다.

▲이외수 선생의 부인인 전영자 여사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동행한 이형주 중령은 앞으로 이외수 선생에게 장병들을 위한 특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조심스레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일행은 7사단 영내에 있는 7사단기념관과 정비대대 생활관 등을 둘러보고, 병사들의 숙소로도 사용되고 있는 화천회관(그린생활관)에서 병사들과 같은 하룻밤을 뉘었다. 취침에 앞서 소강당에서 장병들의 훈련모습과 사단이 펼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한 동영상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댐 붕괴 시 서울을 지키는 오작교

이튿날은 북한강 최상류에 위치한 ‘오작교’를 방문했다. 민간인 통제구역 안으로 구불구불 높은 산세를 따라 올라가는 버스는 좁은 도로와 도로가에 쌓여진 눈으로 중간 중간 멈춰 숨고르기를 해야만 했다. 그 덕분에 이곳이 아니면 보기 힘든 희귀종인 산양을 여러 번 목격하는 행운과 고라니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번 여행의 또 하나의 묘미였다.

▲민간인통제구역 안에서 조우한 희귀종인 산양

오작교는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오작교에서 만나는 것처럼 남북한이 하루빨리 통일돼 만남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다리 아래에는 북한군의 수중침투에 대비해 촘촘하게 철망을 쳐놨다.

오작교 위로는 북한 땅에는 임남댐이 위치해 있어 인근 산에는 홍수 시 수위를 측정할 수 있는 수위측정기 2개가 수직으로 길게 뻗어 있다. 길이는 69미터로 집중호우가 쏟아진 어느 해에는 아래 눈금자까지 물이 차기도 했단다.

▲오작교에서 7사단 GOP부대의 김동혁 소령이 오작교에 대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7사단 GOP부대의 김동혁 소령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위 변화를 1일 단위로 측정한다.”며, “북한군의 고의적 붕괴나 집중호우로 임남댐이 붕괴될 경우 서울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곳은 화천군에서 생태환경의 보고인 양의대와 6.25 때 탱크 이동을 위해 건설된 안동철교와 함께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화천산천어 축제장에 설치된 대형 눈조각.

이번 일정의 마지막으로 세계7대 불가사의에 들어가는 화천산천어축제장을 찾아 카트레일을 타고 축제장을 한 눈에 내려다 봤다. 올해도 100만 관광객을 훌쩍 넘긴 화천산천어 축제는 관광객을 끌만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전날 돌아 본 얼음조각이 가득찬 ‘얼음나라투명광장’과 무수한 물고기 등이 은하수 속에서 빛을 내고 있는 ‘선등거리’는 축제의 기분을 더욱 만끽하게 했다.

화천축제장과 곳곳에는 이외수 선생의 글씨로 쓰인 축제 플랫카드를 비롯해 책자 등에 이외수 선생의 목저체가 도배되다시피 했다. 화천에서 이외수 선생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방증해 주는 것들이었다.

▲산천어축제 기간 중 시내 중심에 설치된 선등거리.

이번 DMZ 화천투어에서 북스타트 운동을 벌이고 있는 육군 제7보병 사단의 취지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비록 적은 숫자지만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준비한 몇 십 권의 책과 참가자들이 한 권씩 들고 온 책을 기증하기도 했다.

전혀 뜻밖의 유산 DMZ, 지오파크로 지역경제 살릴 호재

DMZ관광 장승재 사장은 “내년 2013년 정전협정 및 DMZ 60주년을 앞두고 DMZ 지오사이트와 DMZ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물의나라 화천지역을 중심으로 지오파크투어 프로그램을 연중으로 진행하겠다. 또한 앞으로 군부대 시설을 적극 활용해 4계절 평화안보체험 상품개발을 통한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중부전선 최북단에 위치한 육군 제7보병사단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원홍규 사단장은 호국안보 체험장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