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발전원동력, 꿈에 날개달아주고파”
“상상력=발전원동력, 꿈에 날개달아주고파”
  • 이은영 기자
  • 승인 2008.11.12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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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상상연구소 홍사종 대표 인터뷰

 "서울문화투데이, 컬쳐인포메이션 역할 해달라"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지난 8일 종로 운현궁 건너편에 자리한 ‘미래상상연구소’ 사무실에서 홍사종 대표(53)를 만났다. 공연기획가로서 세종문화회관과 정동극장장 재임시절, 당시로서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공연기획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그다.

 대중과 다소 거리가 있는 클래식 음악을 대중 앞으로 이끌어내는 문화 메신저를 자임하며 순수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앞서 걸어왔다. 그는 사실 경영학을 공부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을 써 당선되는가 하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을 지내는 등 문화계 리더로 자리잡게 된 것은 뛰어난 상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올해 초 아예 미래상상연구소를 설립해 우리들에게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상상력이 ‘부(富)’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시대이니만큼, 연구소를 만들어 ‘이야기(스토리텔링)’에 날개를 다는 게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숙대 대학원교수로, 이미지네이션(상상력전파자)으로서, 스토리텔링 강사로, 정·관계와 경제계, 자치단체 등의 초청강연으로 하루 24시간을 25시간으로 쓰고 있는 그다. 그런 와중에 일주일에 사흘 정도 시간을 내 화성군 남양면의 옥란재(홍 대표의 고택, 어머니의 호인 옥란을 따서 택호를 지음)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중 가장 좋아한다는 목공일 등을 하기도 한다.

종횡무진 벽이 없는 시간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아직도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 ‘영원한 소년’ 홍사종 대표를 통해 ‘상상력의 힘’에 대해 들어봤다.

-‘미래상상연구소’라는 다소 생소하게도 느낄 이름의 연구소를 설립한 배경이 궁금하다.
▲우리사회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변화의 속도가 예전에는 천천히 나갔지만, 오늘날의 변화는 급진적이고 수직적인 변화다. 이런 급격한 사회 변화의 패러다임에서는 미래가 그야말로 나도 모르게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정보화 시대의 변화만 보더라도 도스체제가 컴퓨터 환경을 지배했지만 어느새 윈도우가 깔리면서 도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보사회까지는 ‘기술의 발전’이 가장 중요했지만 이제 기술력 발전은 한계에 달했다시피 했다. 이제는 그보다는 어떤 사람이 남다른 생각, 상상력, 아이디어.

 이런 것들을 갖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비행기를 상상 했어도 기술력이 이를 실현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즉각 상품화가 될 수 있는 기술이 받쳐주는 시대다. 남다른 꿈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변화하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꿈을 꾸게 해 주면 우리 사회가 진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 이야기와 상상력 산업은 어떤 관련이 있으며 어떻게 접목시켜야 하는가?
▲인류가 수렵채취하면서 생산력이 발전한 단계를 보면 4단계를 해왔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부가가치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정보나 IT가 아닌 '이야기'를 파는 사회, 상상력이나 꿈 등이 부가가치를 많이 생산하는 사회에 살게 됐다.

그럼 이야기란 무엇인가? 문화산업에서도 이야기 산업의 생산 핵심 동력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장 제조업에서도 물건에서 상상력이 부가가치 총량이 커지고 있다. 커피만 보더라도 스타벅스가 인기를 끈 이유가 뭐겠나? 스타벅스만의 분위기, 이야기를 가진 브랜드 가치 덕택이다. 아파트도 브랜드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브랜드란 회사에서 파는 아파트의 ‘이야기’다. 상상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게 만든다.

-왜 이야기가 팔리는가?
▲정보화가 급격히 발전하니까 물질적 풍요를 느끼는 것을 넘어서서 그동안 억제돼 왔던 놀이에 대한 꿈을 발현시키기 시작했다. 누구나 놀기를 원한다. 우리 본능 속에는 놀이에 대한 욕구가 끊임없이 분출되고 있다. 어린시절에 우리가 놀면서 크지 않았나? 

지금 생산성을 만들어낸 세대가 제대로 놀지 못하고 억제된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풍요로워지니까 놀이에 대한 욕구가 분출됐다. 그것이 사진, 골프, 영화, 그림, 연극, 오페라를 본다거나 애니메이션을 본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하는 것으로 놀이에 대한 소비가 커졌다. 어린시절 놀이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 아닌가? 그것은 곧 놀이 문화다. 단순소비가 아니라 거대 시장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엄청난 생산성을 만들어 냈다. 물질적 풍요의 다음 단계로 이야기 세대가 온 것이다.

-구체적인 수치로 비교해면 어떤가.
▲정보 기술의 부가가치 총량보다 이야기 산업의 가치가 훨씬 크다. 상상력을 파는 디즈니가 353억달러를 버는데 컴퓨터 핵심부품을 전 세계에 파는 인텔이 355억달러를 번다. 거의 비슷하다. 우리나라 대형 반도체 업체 수출액보다 조앤롤링의 ‘해리 포터’ 소설 관련 부가가치가 훨씬 더 크다는 자료도 있다.

즉 이제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이야기가 없으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NBA 농구계에 중국계 선수 야오밍을 끌어들여 유명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오히려 중국 시장에 방송 중계권을 100억 달러에 팔지 않나? 즉, 남다른 상상력을 키워보고자 하는 열망이 중요한 이 시대에, 미래 상상연구소가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서가는 사람 화 있을지언저”-아무것도 안하면 설움 당할 일도 없다

-홍 대표가 기획했던 세종문화회관의 ‘분수대 광장 축제’는 이제 세종로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런 뛰어난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길 때 어려움은 없었나?
▲순수한 내 아이디어인데, 기획 당시 서러움이 많았다. 그 당시 구청장 출신 관장이 “이 좋은 무대를 놔두고 왜 밖에 나가서 하나?”라는 생각을 가진 분이라 엄청난 설움을 받았다. ‘앞서가는 사람 화 있을지언저’ -윌 두란트’가 한 말이다.

코페르니쿠스 갈렐레이 등이 화를 당한 것처럼 앞에 나선 사람들이 그랬다. 정동극장 할 때도 그랬다. 그 당시 사람들의 몰이해에 부딪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아무것도 안하면 설움을 당할 일도 없고 그랬겠지만 시대를 앞서나가는 사람의 비애라고 지금은 생각한다.(이 대목에서 홍 대표는 눈가가 젖어들었다. 당시 마음 고생이 얼마나 컸었는가를 짐작케 했다)

그나마 내가 앞서가는 모든 것에 대해 뒷바라지 해주고 도와 준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은 ‘아이디어’로 살아왔다. 남이 생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말이다.

-요즘 가수 인순이씨의 예술의전당 대관 신청 거부로 인해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예술의 전당 같은 고급예술공연장을 대중스타들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순이씨의 공연 무산과 관련해 마타도어로 예술의 전당을 너무 몰아세우는 면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예술의 전당은 기술적 시스템이 클래식을 하기에 더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다.그 시설에서 대관 일정을 못 잡아 쩔쩔 매는 클래식 음악가들이 있는데도 굳이 인순이씨의 공연부터 해야 한다고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음향기기라든가 하는 요소도 전혀 다르다.

나도 (예전에 극장장을 할 때)대중 음악을 초청했지만 이는 클래식과 접합해서 대중음악을 높이 끌어올리는 ‘문화사회학’ 운동을 펼치고자 한 의도였다. 순수 클래식 애호가들을 더 늘려가겠다는 뜻에서 그랬던 것이다.
예술의 전당도 아마 인순이씨를 연예인이라 무시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과 클래식용 사이에) 대중음악의 엄청난 스피커와 조명 시스템의 차이에 문제를 둔 것 같다. 성악가가 장충체육관에서 공연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미국의 카네기 홀은 대중예술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카네기홀은 대중예술인들에게 개방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오랜 전통에서 기준을 갖고 준다. 까다로운 자신들의 기준에 의해 세계적인 예술가들에게 대관 허가를 내 주고 있다. 우리도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대중예술인을 위한 공연을 가수협회 등에 일 년에 몇 건 정도 쿼터를 줘서 조화를 이루면 마찰을 피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획과 기준을 가지고 앞으로 잘 조화를 이루면 된다고 본다.

◆인순이씨 공연무산 관련, 마타도어식 비난 곤란, 쿼터제 도입해 일부 개방해야

- 고급예술공연장은 정부지원을 많이 받고 있지만 극단이라든가 소규모 공연장 등에는 충분치 않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견해는?
▲이정도 국가 수준에서 예술에 지원을 하지 않는 건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국가가 왜 지원하냐?”라고 묻는다. 하지만 순수예술을 지원하지 않으면 문화산업도 발전할 수 없다. 이태리나 프랑스는 르네상스시절부터 순수예술 분야에 지원을 해왔다.

 다빈치, 보티첼리 등이 상업적 이윤 없이도 귀족들이 무조건 지원을 했고, 프랑스 등이 디자인 선진국, 문화 산업선진국, 컬쳐 인더스트리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오늘날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자동차, 패션, 디자인 등 일반 디자인 모든 분야에서 문화산업 쪽 영역이 발달한 것은 이런 엄청난 패트론(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순수 예술인들을 국가가 많이 지원해 줘야 한다.

-아직 법률정비 등이 필요한 의료관광분야인데, 지난 5월 이와 관련해 국내 첫 세미나를 열 정도로 관심이 많아 보인다. 더불어 농촌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데 연구소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우리 시대의 사회변화가 필요한 분야라면, 모두 미래상상연구소가 주시해야할 부분이다. 극장 경영할 때에도 예술도 ‘문화사회학적만남’이라고 생각해왔다. 기획의 출발도 그렇게 했다. 예술이 대중과 만나 예술적 시야를 높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 응집력을 만들어내고 사회 통합적인 부분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영역이 우리사회 변화 영역에서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의 카테고리에서 찌르고 들어가는 것은 모두 우리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해주 쪽에서 식량자원을 개발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식량 자급국이 아니다. 앞으로 식량이 무기다. 식량 강대국이 우리를 컨트롤할 것이다.

‘굳이 연해주까지 가서 할 수 밖에 없나?’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산지 15도인 산에 논밭을 만들 것이 아니라, 자연 상태로 결실을 맺는 견과류를 심어서 간접 식량 자원을 확충하는 안을 짜고 있다. 산림과학연구원과 지금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정책에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게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국가를 위해 좋은 일 아니겠나?

◆예술의 문화사회학적만남, 변화가 필요한 분야는 미래상상연구소가 주시해야할 부분

-모든 일을 애국적인 차원에서 결부시키는 것인가.
▲애국이라기 보다는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주입식교육이 익숙하고 산업화 시대에는 애국심으로만 강조하던 방식이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답이 늘 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세계의 진실도 거꾸로 보면 지평도 달라 보이지 않나? 그러므로 애국적인 차원에서라기 보다는, 미래사회 선도해 나가는 게 지식인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하고 그런 일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가르치는 일, 강연, 공연기획일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나.
▲원래 내가 농사일, 목수일을 제일 좋아한다. 시골에 지어놓은  옥란재에 가서 농사를 짓는다. 일주일에 3일은 가서 농사를 짓고, 원두막 창고도 짓고 탁자도 잘 만들고, 목공일을 가장 좋아한다. 나무 가지고 목공일을 할 때가 장 행복하다.

-‘서울문화투데이’ 창간에 대해 문화 관계자로서 한말씀 해달라.
▲너무 뒤늦은 감이 있다. 이야기 산업(문화콘텐츠)이 관광산업에 정말로 중요하다. 많은 쪽에 정보를 잘 제공해주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유기적으로 관련해 활동할 필요가 있다. 엔화가 높아지면서 서울에 일본 관광객이 절반이다. 문화콘텐츠를 잘 가꾸면 그들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 지면의 반을 일본어로 제공해서 보다 더 깊이 있고 심오한 우리문화정서를 관광객들에게 전달하는 ‘컬쳐 인포메이션 메신저’ 역할도 해달라.

-끝으로, 현재 계획하는 일이 있다면 .
▲김달진(김달진 미술연구소 소장)씨와 협력해 서울문화관련 정보를 다룬 미술관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온라인도 연계해서 추진해 볼 생각이다.

인터뷰:이은영 국장 young@sctoday.co.kr
사진: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