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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빗겨내리는 바다하늘에 학이 춤춘다
대한민국 최고의 일출ㆍ일몰을 머금은 통영의 관문 학섬휴게소
2009년 06월 23일 (화) 14:19:56 홍경찬 기자 cnk@sctoday.co.kr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다가 고성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14번 국도에 안기면 울창한 가로수들이 추억 뒤편으로 밀려 사라진다.

   
학섬휴게소 뒤쪽의 전망대에 서면 한려수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10여 분간 달리다 보면 그리운 서방님을 찾아 버선발로 뛰어오른 듯한 예쁜 돛단배 한 척이 산 정상에 얹혀 있는 것이 보이면 이내 ‘학섬휴게소’라고 큰 글자로 예의 바르게 적힌 큰 간판이 눈앞에 나타난다. 통영의 숨결을 턱앞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섬에 학들이 많이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학섬. 이제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운이 좋으면 한두 마리 볼 수 있을 뿐, 우아한 이름만 남은 학섬. 한려수도 바다가 감싸고 있는 전국 최고의 일출, 일몰을 두 눈으로 담을 수 있어 영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학섬휴게소.

   
학섬휴게소에서 바라보는 일출일몰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통영을 고향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14번 국도를 따라 내려오다가 학섬휴게소에 다다르면 마침내 보금자리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흥건히 젖곤 했다.

 차창 너머로 너울대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고향이라는 가슴 벅찬 설렘이 스물스물 온몸을 채우고, 아련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처럼 나부끼며 그리워했던 마음은 어느 새 바닷바람 속에 날아가 사라지곤 했다.

 학섬휴게소는 영업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꽁무니에 늘 따라붙어다니던 타지의 외로움을 떨구고 고향의 초입에 다다랐다는 이정표 같은 곳이었다는 말이다.

   
학섬휴게소 광장의 간이 휴게실
 이제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생기는 바람에 통영은 더 이상 외지가 아닌, 교통 편리한 곳이 돼 버렸다.
 그러나 그 바람에 학섬휴게소는 국도 옆의 섬처럼 발길 닿기 어려운 곳이 되고 말았다. 특별한 의도가 있지 않는 한 누가 곧은 길을 놔두고 굽이길을 타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 사실을 다행이라고,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통영시민들이 적지 않다. 14번 국도에서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그 숨겨진 풍경을 많은 이들의 발길에 훼손시키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학섬휴게소 대표이지만 정성훈(37)씨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축에 속하는, 통영의 모든 것을 익히며 자란 통영 토박이다. 하지만 대학 입학 후 15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화려하고 분주한 생활 속에서 반드시 성공해서 귀향할 거라고 다짐하며 자신했지만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삭막함과 외로움을 지울 수 없어 늘 마음속에 통영을 그리며 살았던 그는 지금은 학섬휴게소에서 통영의 관문을 책임지고 있다.

   
멀리서도 학섬휴게소임을 알려주는 노란 요트
 학섬휴게소의 편의점은 매일 새벽 5시부터 꼬박 20시간씩 문이 열려 있다. 피곤해진 운전자가 잠시 휴식을 위해 들르면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손수 뽑아낸 커피를 단돈 2천 원에 제공한다.

 초행길 손님에게는 통영의 관광가이드 노릇도 톡톡히 한다. 통영 누비를 포함한 통영 명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명인이 만든 나전칠기 작품도 곧 전시할 예정이다. 통영의 첫인상을 책임지고 그 관문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격이니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정 대표다.

   
통영문화관광의 관문을 지키는 문지기라고 자부하는 정성훈 학섬휴게소 대표
- 학섬휴게소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저의 어린 추억이 있는 곳이다. 차를 몰아 14번 국도를 이용하면 꼭 들러서 뒤편 바다를 보고 쉬었던 곳이니까.

 어릴 땐 아버님 손에 이끌려 호연지기를 마음속에 담기도 하던 곳이고. 통영서 자란 분들은 말 안 해도 안다.

 늘 사진기를 들고 학섬휴게소에 들렀다. 일몰과 일출, 날아다니는 나비, 심지어 불쑥 나타나는 개구리와 도룡농을 만나 카메라를 들이대곤 했다.

 여전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서울에 살다가 어느 날인가 고향을 찾았을 때, 그때도 학섬휴게소를 찾았는데, 학 한 마리가 우아하게 제 머리 위를 날고 있었다.

 그때, 여기서 다시 시작해야겠다, 여기 학섬휴게소가 내 평생 머무를 곳이다라고 다짐했다. 시간이 흘러 솔직히 여기를 찾는 분들은 줄어들었다.

 고속도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14번 국도 또한 통영으로 인도해 주지 않는가. 일상의 분주함을 벗어던지고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섬휴게소에 와서 멋진 바다도 보고 편안하게 쉬었다가 가길 바란다. 당연히 무료이고, 넓은 바다와 섬으로 어우러진 풍광이 감동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인해 휴게소 손님이 많이 줄어들었을 텐데?

 당연히 그렇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빠르고 편안한 고속도로로 인해 통영은 이미 충분히 세계 속의 통영이 되었다. 더 많이 방문해 주면 고마운 일이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그 가운데 고성IC에서 14번 국도를 통해 오는 분들이 분명 많아졌다. 그래서 우리가 항상 통영관광 안내지도를 비치하고 있는 것이다.

 통영의 관문을 지키고 있는 만큼 관광가이드 노릇도 잘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통영국제음악제를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에 현수막도 걸어두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이 넓은 부지에 작은 음악회도 열고, 늘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작지만 보답도 하고 싶다. 우리 휴게소를 늘 찾아주는 학교 선생님들이 있는데 그곳 학생들에게 뭔가 봉사할 게 없을까 해서 궁리도 하고 있다.
많이들 찾아와 이 아까운 풍경을, 분위기를, 자연을 함께 누려주었으면 한다.

 학섬휴게소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분들이 있기에 힘이 생긴다.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와서 즐겨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 홍경찬기자 cnk@s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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