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문턱은 낮추고, 눈높이는 높이고!…
[전시리뷰] 문턱은 낮추고, 눈높이는 높이고!…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02.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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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한 기획력으로 명품전시 선보여”

필자가 어느 한 지방도시에서 전시를 기획할 때 그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전시에 대해 관심을 끌기 위함이기도 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싶기도 하여 100표본을 목표로 두 달이라는 시간을 들여 조사해보았다. 최근 3년사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전시를 찾는 인파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로의 흐름과 더불어, 전통적인 것에 대한 문화적 관심은 동시대적이거나 서양예술에 편중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지역색을 벗어나 50%이상의 대중들이 한결같인 ‘현대미술’이거나 ‘대규모 국제교류전시’를 우리지역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역문화공간 내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나 기획자들은 전시예산이나 환경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 지역의 문화를 기반으로 전시주제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향토문화의 정체성이 반영된 민속공예나 사료(史料) 등을 전시로 기획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해 소규모 사립박물관은 관람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했다. 그나마 국립박물관은 야간개장에 대규모 전시를 이어가면서 관람객을 늘려 운영한 지역박물관도 몇 있었지만, 고미술을 다루는 많은 박물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단순히 관람객 요구가 전시기획에 반영되지 않아서 일까? 필자가 설문조사를 분석할 당시 많은 응답자들이 ‘알수 있는 전시’ ‘배울 수 있는 전시’ ‘이해할 수 있는 전시’를 주관식 서술형에 문답했었다. 이즈음되면 관람객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2013년 전시컬럼은 성보문화재단(이사장 윤장섭) 호림미술관의 30주년 특별전 ‘호림, 문화재의 숲을 거닐다’로 문을 열어보려한다. 삼성미술관, 간송미술관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사설 미술관이기에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시의 디테일을 직접 경험해보라는 의미에서 이다. 이들 박물관이 국보급 문화재를 상당수 소장하고 있어 콘텐츠 자체가 ‘명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명품’을 명품답게 전시하는 것은 디테일한 전시기획과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존중하고 보존에 세심한 배려가 있을 때 비롯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력을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10월엔 간송미술관 전시환경에 대해 문화재 보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이야기한 바 있다. ‘명품’도 ‘명품’답게 전시될 때 그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호림, 문화재의 숲을 거닐다’ 특별전시는 보기드문 국내전시들 가운데 가장 고급스러운 기획전이 아닐까 싶다. 이번 전시의 디테일함은 전시환경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호림미술관에서 유난히 이목을 모으는 것은 백자이다. 도자기 전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도인데, 이는 문화재보존환경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기도 하고 관람객과 전시품 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얼마나 디테일한 조명으로 작품을 드러내느냐가 전시실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호림미술관의 그 품위 있는 순백색의 백자는 여느 박물관의 백자보다도 분위기에서부터 압도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명품’은 자세히 관찰할 때 그 정교함이 더한다. 삼성미술관에 경우 자세히 관찰하려 전시품 가까이 다가가면 경보음이 울린다. 철저한 보안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경보음에 놀란 관람객은 작품을 느끼기 보단 훑어보는데에 만족해야만 한다. 호림미술관 전시에는 보안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더라도 관찰자의 시선을 고려하고 프레임 색을 안정적으로 배치해 관람객을 배려한 전시디자인에서도 세심한 배려를 경험할 수 있다. 호림미술관이라고 처음부터 호화스런 시스템에 완벽한 전시를 선보였던 것은 아니다. 지난 특별전에서는 작품설명이 부족하여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패널이 아쉬웠었다. 호림미술관은 관람객의 요구사항을 가장 기본부터 개선한 것이다. 

호림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미술관에서 30년간 수집해온 국보급 문화재 1만여점을 소개하는 특별전인데다가 전시와 박물관 역사, 문화재 수집에 대해 소개한 책도 함께 출간돼 관람객이 원하는 ‘명품’을 제대로 느끼고 올 수 있는 준비된 전시가 아닐까 싶다.

■서울문화투데이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시설관리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