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보람있고 미래가 보여요!”
“한국생활, 보람있고 미래가 보여요!”
  • 성혜윤 시민기자(숙대 문화관광학과,3)
  • 승인 2009.06.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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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여성 관광안내원 만드는 ‘여행학교’… 생태관광, 착한 여행 만든다


꿈에 부풀어 한국으로 시집왔지만 현실은 지독한 배신감만 안겨주었다. 그런 이주민 여성들에게 관광통역안내원 교육 - 그것도 생태관광안내원 교육을 시킴으로써 돈도 벌고, 보람도 느끼고, 환경파괴 예방도 하면서, 관광수입도 늘리는 등등,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 오륙조의 교육을 하고 있는 아시안 브릿지의 ‘여행학교’.

관광이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인식하게 된 것은 1960년대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그때쯤부터 전세계적으로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관광개발이 계속되었고, 관광산업으로 인한 자연 파괴는 순식간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북미를 중심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생태관광’이다.

‘환경관광’이라고도 불리는 ‘생태관광’은 여행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최대한 억제하고, 환경보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는 관광이다. 기존의 먹고 마시는 소비지향적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자연과 문화의 가치를 깨닫고 관광객 모두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체험교육 현장이 바로 생태관광인 것이다.

아시아 각국의 시민사회를 연결하여 서로 도우며 잘살자는 취지로 결성된 ‘아시안 브릿지’가 ‘생태관광’에 주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잘산다’는 것에는 경제적 부분만이 아니라 ‘환경적’인 부분이 배제돼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더 나아가 아시안 브릿지는 한국의 이주민 여성과 생태관광을 접목하는 발상을 해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민 여성들 중에 고학력자들이 많다는 점을 활용하여 그들의 사회적 활동 여건뿐만 아니라 경제적 처지가 열악하다는 점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발상이었다.

그들을 생태관광통역안내원으로 교육시켜 그들 출신 국가의 관광객들을 안내하게 하면, ▷이주민 여성의 고학력 활용 ▷이주민 여성의 소득 창출 ▷이주민 여성의 사회적 활동 강화 ▷생태관광으로 환경 파괴 예방 ▷관광객들의 친근감 조성이라는 다양한 이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가장 넓은 면적과 인구,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과 ‘못사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아시아에 대한 이미지 업그레이드, 아시아 각국의 시민사회가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라는 부차적인 이점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 동안 이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관광통역안내원 교육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존 관광안내원 교육과 다를 바 없었고, 결정적으로 생태관광에 초점을 맞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주민 여성의 배움의 열기 뜨거워

아시안 브릿지에서 이주민 여성들을 관광통역안내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교육기관의 이름은 ‘여행학교’. 20평 남짓한 교실을 가득 채운 배움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먼저 출신 국가별로 조를 짰다. 책상을 맞대로 모여 앉아 간단한 손 운동과 몸풀기 운동을 하니 긴장감도 덜어지고 친밀감이 더해져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은 환경, 생태, 관광 분야의 전문가의 강의로 이루어졌다. 이론적인 분야보다 실질적 중요성에 바탕을 준 강의 내용으로, 수강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청각 자료를 이용하고 교재를 자체 제작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대부분 수강생이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하여 수업은 한국어로 진행되지만 필요한 경우 영어 통역자가 수업에 함께 참여하고 따로 마련된 번역 교재를 사용함으로써 의사소통의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 관광에 대한 교육은 기본적인 차원에서 행해졌다. 수강생 대부분이 기존 관광통역교육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생태관광에 초점을 둔 맞춤 교육이 진행되었다. 그런 만큼 현장 경험이 중요하여 매주 목요일에는 현장실습도 진행되고 있었다.

“보람 있고, 행복하고, 세상 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수강생 가운데 이주민 여성 께네스(31. 필리핀), 아띤(33. 인도네시아), 홍춘매(30. 중국)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이주 전에 생각했던 한국은?
께네스: 한국이 어디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도 몰랐다. 결혼을 해서 한국에 오게 되었고 한국에 대해서 알았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서 ‘꿈’ 같은 건 전혀 생각도 못했다.
아띤: 나도 결혼하기 전에는 한국에 대해서 몰랐다. 한국말도 한국에 와서 배웠다.
홍춘매: 나는 한국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한국의 선진국 이미지 때문에 막상 한국에 오게 되었을 때 기대가 많았다.

- 이주 후 한국 생활이 힘들었던 점은?
께네스: 언어가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생활 습관, 문화까지 다 다르니까, 인사하는 것만 해도 고개를 숙이며 해야 하는 한국식 인사가 적응하기 어려웠다. 또 높임말, 반말 사용하는 것도 너무 어렵고. 필리핀에서는 그런 거 없이 다 똑같이 말한다.

아띤: 나는 이슬람교인데, 종교적 문제가 가장 컸다. 한국은 돼지고기 정말 많이 먹잖는가. 그런데 나는 안 먹으니까 일상생활에서 불편하다.

홍춘매: 중국에서는 남자 여자 차별 없다. 오히려 여성을 더 많이 존중해준다. 그런데 한국 오니까 정반대로 남자가 ‘왕’인 거다. 그거 너무 힘들었다.

께네스 : 그리고 한국에서 시부모님 모시고 같이 사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집안일도 너무 많고 한국의 며느리, 아내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니까. 눈치도 봐야 되고.

- 한국이 좋은 점은?
께네스: 처음엔 어렵고 힘들었지만 한국의 가정적 문화에 적응한 후에 알게 된 ‘정(情)’이라는 게 가장 좋았다. 한국사람들은 정이 있다. 그래서 좋다.

아띤: 한국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하다. 일도 열심히 하고 성실한 것 같다. 그거 정말 본받아야 한다.

홍춘매: 한국 사람들 정말 예절 바르다. 타지에서 온 사람이라고 안타깝게 여겨서 힘든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잘 도와준다.

- ‘여행학교’는 어떤가?
께네스: 서울에 살았어도 몰랐던 서울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취업에 대한 기대도 생기고, 돈만 벌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찾을 수 있었다.

아띤: 교육을 받기 전에는 집에서 살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미래에 대한 꿈을 꾼다. 직업에 대한 만족감도 높고, 내가 즐기면서 하는 거니까 배우는 것도 즐겁다.

홍춘매: 나는 삶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나무 한 그루에도 눈이 간다.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환경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작은 것이라도 지나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여행학교’ = 착한 여행 + 이주민 사업 + 책임 여행

아시안 브릿지에서 여행학교 운영을 맡고 있는 박서희(25)씨와의 인터뷰.

- 여행학교의 설립 목적은?
이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행학교’는 착한 여행, 이주민 사업, 그리고 생태문화 사업을 접목시켜 친환경적이고 대안적인 책임 여행을 기획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또한 이주민 여성들에게 직업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직업 개발을 도모하는 한편, 국내 관광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했다. 이것이 여성재단의 사업 채택으로 지원을 받게 되어 자원활동가와 함께 논의를 통해 진행했다.

- 여행학교의 목표는?
120여명의 이주 여성들로 구성된 한국 생태관광 안내원의 양성에 있다. 또한 새로운 생태관광 코스와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이주민 여성 사회에 생태 관련한 새로운 네트워크와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태관광과 관련하여 일반인들의 관심과 문화를 조성하는 것 또한 하나의 과제이자 목표가 아닐까 한다.

- 왜 생태관광인가?
에코투어리즘(생태관광)은 현재 매년 20~30%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서 선진국에서는 여행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엔 산하 세계여행협회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생태관광 분야는 일반 여행 분야보다 3배나 빨리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여행객들이 여행을 계획할 때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는 것에서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태관광이 발전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생태관광에 접목하여 이주민 여성들이 자신들의 모국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생태관광 통역안내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여성재단의 공식적인 지원은 6월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대한불교조계종 불광사의 지원을 받아 후속 프로그램을 연계할 계획이다. 가이드 육성의 특성상 하반기까지 교육이 지속될 것이고, 후반기 교육 이후 실제적인 체험단을 모집하여 투어 실습을 할 예정이다.

‘여행학교’는 단순한 가이드를 양성하는 것을 넘어서 이주민 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보여준다. 수업을 통해 단순한 지식뿐만이 아닌, 삶의 의의를 찾고 행복을 찾는 과정이 이루어 지고 있었다. 더욱이 환경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현실 속에서 생태에 초점을 둔 ‘공정여행’을 이룩하고자 하는 취지는 높이 본받을 만하다.

여기서 공정여행이란, 구경하고 떠나는 ‘소비’가 아니라 만남과 나눔이 살아 있는 ‘관계’의 여행 - 즉 여행을 하는 사람과 여행지 현지인에게 똑같이 ‘공평하고 올바른’ 여행을 말한다.

앞으로 ‘여행학교’는 다문화 가정, 이주민들의 한국 문화와 사회 및 생태 환경에 대한 이해를 넓혀 다양한 분야에서 이주민 여성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장이 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에코투어’를 활성화시키고 다문화 시대를 열어가는 주체적인 인물의 양성, 이주민 여성들의 우리 문화에 대한 홍보대사와 ‘문화와 문화를 잇는 다리’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서울문화투데이 성혜윤 시민기자(숙명여대 문화관광학과,3)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