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제12회 송은미술대상 … 젊은 미술인들 활로 찾나
[전시리뷰] 제12회 송은미술대상 … 젊은 미술인들 활로 찾나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02.2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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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수상작가들의 흥미진진 경합 전시(송은아트스페이스 ~2/28)

 

흥미진진한 경합으로 볼거리가 풍성해진 전시가 있다. 지난해 다양한 공모전이 미술계를 신바람나게 한다는 기사를 소개한 바 있다. 올해도 기분 좋게 봄바람을 타고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있다.

송은미술대상은 2001년부터 매년 젊은 미술가 1명을 발굴해 2000만 원의 상금과 개인전 기회를 주고 있다. 올해는 기량 좋은 젊은 미술인 570명 이상이 지원했다고 하니 가히 그 관심이 대단함을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모전이라 하면 형식적인 심사와 미술사조를 따져들고 분석해 평하는 선입견이 앞선다. 하지만 송은미술대상전에 한번이라도 다녀와 본 사람들은 ‘조금은 다른’ 공모전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던 수상자들의 전시에서도 모두 기발하고 흥미로운 작업들을 선보여 누가 대상으로 선정될지 의견이 분분했다. 전시를 보는 중간 중간 관람객들의 감탄과 유쾌한 미소도 엿볼 수 있었다. 필자 가슴 속에 열정을 쏟아 대상작품을 선정케 했던 지난해를 추억하며 올해도 히죽히죽 웃으며 전시장을 돌았다.

어김없이 송은미술대상전은 흐믓한 미소를 짓게 했다. 가능성과 기대감을 몰고 온 올해 송은미술대상의 대표선수는 백정기, 윤보현, 최선, 하태범 등 4명의 선수들이다. 이 중 밀폐된 방 안에 피 묻은 전구를 설치해 도전적이고 극단적인 공간을 연출한 최선 작가가 대상을 수상했다. ‘가쁜 숨(검은방)’이라는 이 작품은 전구 위에 실제 피를 바르고 전구가 비치는 방안이 붉은 색에서 검은 색으로 굳어지는 암흑의 방을 표현했다. 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검게 변하는 성질을 이용해 우리네 삶 여정과 찰나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극단적인 표현은 작품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가쁜 숨’을 내쉬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소름 돋게 만든다.

최선作 <가쁜 숨 (검은 방)> 2011(좌), LED 전구 위에 피 디테일(우)

송은 아트스페이스의 두 번째 전시도 설렌다. 국가연계 프로젝트로 ‘프랑스’를 선정해 현대미술의 강대국 프랑스의 현재 미술계 위상를 돌아보고 오늘날 젊은 프랑스 작가들이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지, 지난 몇 십 년 동안 프랑스 내에 자리 잡은 침체와 도전들은 예술가로써 어떻게 모색하는지 주목해 본다고 한다. 송은아트스페이스의 야심찬 2013년의 도약을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송은미술대상전의 최종 경합을 위한 전시기간은 국내 미술계 공모전 접수부터 최종발표까지 몰리는 시기인 6월부터 11월을 조금은 벗어난다. 미술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위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남들 다 하는 시기에 우리도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접근했다면 송은미술대상의 가치도 여느 공모전 지원사업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위험한 선택이었으나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롭게 접근한 것이 신선한 전략이 아니었나 싶다. 공모전의 심사와 수상발표까지의 절차도 번거롭지만 단계별 신뢰성을 갖춘 방식을 택해 지난해부터 투명한 공모전의 ‘송은’이란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이제 공모전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은 다 된밥에 밥상을 받아 맛있게 먹기만 하는 것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밥상 위에 올라온 맛깔스런 찬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골라 먹으려들고 그 중에서도 입맛에 맞는 찬이 무엇인지 왜 맛이 있다고 생각하는 지 논리적으로 평하려 든다.   공모전 기획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트렌드’를 외치며 현대적인 방식의 수상작을 선정했다고만 떠들 것이 아닌 공모전의 진정성을 고민하고 생각해서 과거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공모전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다. 과거 케케묵은 방식을 고수하고 현대적인 전시디자인으로 옷을 입혔다고 해서 동시대 관람객들에게 만족을 주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버려야 할 것이다.

우리의 대상은 ‘동시대’ 관람객과 작가들이다. 이들에게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는 작가들에게 참신한 작품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작품 기량을 알아보고 뽐낼 수 있을 만큼의 공모전 전시를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학연지연이 빠진 순수하고 열정적인 경합과 그들의 노력을 빛 볼 수 있게 할 투명한 기획이 무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3년 공모전을 기획하는가? 젊은 작가들의 꿈을 담은 도전에 책임감 있는 기획이길 바란다. ■ 서울문화투데이 객원기자 박희진(과천시시설관리공단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