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연재] 한민족의 색채의식⑬
[특별기고-연재] 한민족의 색채의식⑬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
  • 승인 2013.02.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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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
■은일성(隱逸性): 물아일치(物我一致)의 사상을 기저로 자연에 순응하고자 저채도의 천연채료와 간색의 인근색 대비를 실현함으로써 은일성 표출.(황칠 공예, 목가구, 회화, 평상복, 모시의상, 차경, 건축, 각, 실내장식, 제책(製冊), 상복, 유복(儒服), 선비복 등)

■해학성(諧謔性): 화랑의 풍류(風流) 정신을 바탕으로하여 ‘유어예(游於藝)’의 생활 속에서 낙천적 해학성 이입. (해학예술, 국악기문양, 민화, 풍속화, 놀이기구, 가면, 농악, 무용복, 마당놀이 등)
     
우리의 전통 색채의식은 단순한 색상의 표피적인 느낌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색상이 갖는 의미는 물론 내면의 색질까지도 파악하려 하며 나아가서 색채의 인격성을 부여함으로써 색채를 신앙의 대상으로 신격화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우리의 색채의식 속에는 자연의 생성, 소멸하는 순환의 원리와 오방색을 통한 풍부한 색감정을 지니고 있는 종합적인 색채감각을 갖고 있다.

특히 고문헌에 나타난 색명(色名)이 104가지나 된다고 하지만 순수한 한글로 완벽한 색 이름은 오로지 오방색에 의한 빨강, 파랑, 노랑의 유채 삼원색과 하양, 까망의 무채 이원색을 합쳐 오정색 뿐이다. 그 나머지 색 이름들은 모두가 조어이거나 어미에 ‘빛’이나 ‘색’자를 붙여 만들었고 그렇지 않으면 순전히 외래 한자표기의 색명인 것이다. 이렇게 많은 색명이 분화됐다고 해서 곧 우리의 색채의식이 발전된 것은 아니다. 정말로 색채미감이 뛰어난 민족이라면 먼셀의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빨강, 파랑, 노랑의 유채 삼원색과 하양, 까망의 무채 이원색을 합쳐 오정색의 고유 색 이름만 만들면 그만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색 이름이 오원색 그 이상의 고유 색 이름을 눈 씻고 찾아보아도 없는 것을 보면 참으로 그 뛰어난 색채미감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랑 이종상 화백의 '한민족의 색채의식'이 잘 표현된 작품들

 

<연재를 마치며>
지난 해 7월부터 특별기고로 게재됐던 일랑 이종상 화백의 ‘한민족의 색채의식’이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독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립니다.
일랑 이종상 화백은 부단한 연구를 통해 우리민족의 색채미학을 민족의 정신과 언어, 철학 에 기반해 이론을 정립해 오셨고, 이는 서양색채학에 무조건적인 의존과 사대의식까지 가진 우리 색채학계에 깊은 자성의 계기를 마련하고, 우리 색채에 대한 활발한 연구에 장을 펼칠 수 있는 크나큰 기여를 하셨다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옥고(玉稿)를 저희 서울문화투데이에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일랑 이종상 화백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