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강훈 한국미술협회 신임 이사장] “미술인 먼저 자생력 높여야 대우도 달라진다”
[인터뷰-조강훈 한국미술협회 신임 이사장] “미술인 먼저 자생력 높여야 대우도 달라진다”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글 윤다함 기자
  • 승인 2013.02.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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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아트페어 개최·전시입장료 협의·대학생주니어제도 등 다양한 방책 마련

     올해 초, 제23대 한국미술협회(이하 미협) 이사장으로 서양화가 출신인 조강훈 전 미협경기도지회장이 선출됐다. 조 이사장은 그 무엇보다도 미술인 간의 화합과 단결, 그리고 미협의 구조적 쇄신을 강조하며, 협회원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미협은 그간 비리의 표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사장 선거 때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이하 미술대전)이 열릴 때마다 잡음과 마찰이 끊이질 않았으며, 미술인들에게도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역대 이사장들 또한 개혁 단행을 외치다가 결국 흐지부지 임기를 마치곤 했다.

     조 이사장은 이달 20일 용산아트홀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기대와 의구심의 눈초리가 그에게 쏠려있는 지금,  취임을 앞둔 그를 만나 긍정적인 기대에 좀 더 치우친 마음으로 미협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1961년 전남 순천 출생 △2013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1991~1994 소피아국립예술대학교대학원 회화 석사 / 1979~1995 조선대학교 서양화 학사 △2008 단원미술제 상임위원 / 2006~2008 한국미술협회 경기도 지회장 / 2003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등 역임 △1982 한국현대미술대상전 대상 수상

-업무 인수인계는 잘 돼 가고 있는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점차 안정돼 가고 있다. 다만 22대 인수인계팀에서 남은 공금과 관련해 제대로 마무리를 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계속 얘기가 오가고 있다. 21대에서 22대로 넘어올 때에는 대략 16억 정도를 남겨줬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2~3억 정도로 터무니없는 금액을 말하고 있어서…. 아직 정확히 정해진 건 없다. 혹시라도 쓰지 말아야할 곳에 돈을 썼다거나 했으면 남김없이 찾아낼 거다. 공금으로 그러면 안 되지 않나. 또한 넘겨주는 금액이 그렇다면 지금 당장 미협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것도 문제이다. 월 사업운영에 6억이 필요한데, 그것의 절반도 안 되는 걸 남겨준다고 하니….”

-당선 직후부터 미협 사업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고 들었다. 진척된 결과물이 있나?
“여러 정치인들, 경제인들 많이 만나봤다. 다들 미술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또한 미협에도 우호적이고 도와주고 싶어 하더라. 여기에서 명예회원제와 메세나활동을 연관시켜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미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이 바로 명예회원이고, 이들의 도움이 곧 메세나활동이 아니겠나. 이를 통해 새로운 미술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밝은 미래를 봤다. 지금도 비교적 시작이 좋다. MBC로부터 MOU 제의가 들어오는 등 언론사에서도 미협의 행보에 기대가 많다. 또한 광주국제아트페어를 미협에서 함께 개최하기로 결정했으며, 앞으로 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서도 미협의 활동을 볼 수 있다.”

-그들이 과연 선뜻 명예회원으로 자처하고 나설지 궁금하다.
“미협에서 드릴 수 있는 건 명예밖에 없다. 미술을 정말 좋아하고 미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기여한 게 있다면 그 역시 작품으로 보답해드릴 수 있다. 타 분야에서는 메세나가 잘 이뤄지고 있다. 미술에서도 보다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거라 내다본다. 예를 들어 지역 청년 미술 기금 마련을 위한 골프대회를 개최한다거나 말이다.”

-비리공장으로 불리고 있는 ‘미술대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다양한 집단들을 참여시키겠다고 공약했는데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 부탁한다.
“미술인들을 비롯해 미협 조차도 미술대전을 방치하고 방관했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돼야 진정한 개혁이 가능할 거다. 우리 사회가 정情을 중시하고 인지상정이라고 해서 지금껏 비리가 만연했던 건데, 나는 심사의 폭을 확대해 여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심사위원들을 평론가부터 시작해 기자, 학예연구사 등으로 구성하고, 여기에다가 각 기업에서 직접 상을 주도록 하려고 한다. 비리야 어디에서든 벌어지려면 벌어질 수 있는 거겠지만, 나는 최대한 그걸 잠재우고 최선의 공정성을 뽑아낼 거다. 미술대전 때문에 소외된 작가가 없도록 할 거다. 특히 별도의 미술대전만을 위한 운영기구를 만들 생각이다. 실은 미술대전 자체가 매년 2억 정도씩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지원이 없어 오로지 출품료로만 운영을 해야 하는데, 미술대전이 공정성이 없다며 작가들이 작품을 내지 않으니 그마저도 운영비가 확보가 안 되고 있는 거다. 결국은 폐단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조를 완전 뒤바꾸는 수밖엔 없다. 투명성을 확보할 테니 지켜봐 달라.”

-미술대전의 비리는 실은 이사장의 직권 남용 및 선거비용 회수를 위한 방편으로 악용되는 등 이사장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많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작가들도 요즘 살기가 너무 힘드니 창작활동에 전념하기 보다는 당장의 밥벌이로 레슨을 하면서 학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수상 경력란을 채우려고 돈으로 상을 사고 그랬던 거다. 그러다보니 결국은 도가 넘쳐서 미술대전 자체가 짜고 치는 고스톱판으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미협 경기도지회장을 맡고 있을 때에도 미술대전을 경험했지만 당시에도 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이젠 더군다나 모든 책임은 이사장인 내가 져야하는 상황인데,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한다.”

-두 번이나 선거를 치렀다. 미협 선거는 법정선거비용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거비용이 십 억대라고도 들었다. 이를 어떻게 해결했나?
“공교롭게도 이번 선거에서는 비용이 별로 들지 않았다. 솔직히 지난 선거에서는 비용 마련하느라 집도 팔고 그랬었다.(웃음) 선거 때마다 나는 절대로 외부도움을 받지 말자고 다짐했다. 실은 그게 다 빚 아니겠나.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거의 수도권 중심으로만 운동을 다녔고, 경남 같은 경우는 한 번도 집회를 하지 않기도 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비용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지난 선거가 밑거름이 돼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이번에 임기가 1년 연장되도록 정관이 개정돼 4년이다, 선거방식에 대한 개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미협 선거는 미술인들의 축제라고 생각한다. 축제는 축제로서 끝나야 하는데, 매번 과열되고 혼탁해지고, 비방이 난무해 왔다. 회원 간에는 선거에 동참하지 않으면 배신자라고 손가락질 받거나 소외당하는 일도 있다. 회원 간 화합을 위해서라도 선거 방식이 더 이상 이렇게 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원로회의에서 의견을 모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추대방식이 가장 아름답겠지만 미술인들이 워낙 고집이 강하고 또 가까운 사람을 추천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보니 어찌될지 모르겠다. 중앙선거위에 도와달라고 요청도 했는데, 미협이 친목단체로 구분돼 그럴 수 없다고 하더라. 직선을 폐지하고, 선거인명부가 정해진 날까지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일단은 이 정도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서로 납득할 수 있고, 축제다운 분위기로 갈 수 있는 방법으로 수용하려고 한다.”

-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는데, 미술인복지재단을 언급했다.
“미술인 복지는 곧 미술인들의 자생력을 기르는 것과도 연관된다. 현재 경영사업단에서 준비 중에 있다. 미술인공제회나 미술인조합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공제회는 은행과 네트워크가 형성돼야 하기에 초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게 미술인조합이다. 화가라고 하면 4대 보험에도 들 수 없고, 사고 시에 불이익도 많이 당하고 일용직 근로자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는 게 현실이다. 어떤 형태로든 미술인 단체를 만들어 미술인이 인정받게 하고 싶다. 또한 미술관과 박물관 전시 시에 입장료도 관계 기관과 협의할 수 있고, 미술인 회원증을 발급하려고 한다. 작품 하나 더 파느냐 마느냐에 목숨 걸며 작품 사달라고 떼쓸 게 아니라 미술인들의 자생력을 먼저 기르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미술인 복지는 필수 아니겠나.”

-이번 선거에 출마했던 모 후보는 본인 당선 시 타 후보들을 배척할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놨으며, 편 가르지 않고 화합할 거라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화합과 단결은 나 역시 강조한 키워드이다. 나는 탕평책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상대팀에 인재가 있다면 얼마든지 발탁할 것이며 두 진영 모두 현재 얘기가 오가는 이들이 여러 명 있다. 협회가 정말로 필요로 하고, 협회를 쇄신할 수 있는 인재라면 상대팀이라도 당연히 모셔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협은 지금 팀을 가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미협이 필요로 하는 분들을 협회 내부 깊숙이 활동할 수 있게끔 하는 게 급선무이다.”

-미협이 국제적인명성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작가를 회원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복안으로 아트페어 등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렇다. 국제아트페어를 구상 중인데, 이는 절대적으로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 미술인들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정부에서 베이스만 깔아줬으면 한다. 국제아트페어를 개최해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국외작가, 콜렉터, 해외 화랑 등 모두 모여 작품 판매와 미술 관련 회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난 어떤 작품이든 분명 쓰임새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과 정부에서 그 점을 홍보해주면 좋겠다. 미협이 지금껏 별다른 행사나 사업을 운영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면 앞으로 참여시킬 회원들과 작가가 많을 거라 확신한다. 현재 협회원들의 평균연령이 65세이다. 신진 작가들과 청년 작가들의 육성이 시급하다. 더불어 이와 관련해 각 대학에서 주니어 제도도 생각하고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경력도 쌓게 해줌으로써 희망을 주고 미협회원으로도 들어올 수 있게 해주는 거다.”

-인사동에 전용 미술관 및 미술인 게스트 하우스를 건립한다고 했다.
“진행 중에 있다. 일단 협회도 목동에 위치해 있어 미술인 행사가 주로 이뤄지는 시내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이 근처에서 미술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미술인을 위한 센터, 미술인이라면 부담 없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시장 등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또한 전용 미술관이 지금껏 전시했다하면 끼리끼리 모여서 축하하는 그런 문화를 없앨 수 있는 기점이 되길 바란다. 현재 현대미술만 너무 살리는 경향이 있는데, 전용미술관에서는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한국화, 불화, 민화, 서예, 한지공예, 도자기 등 전통미술까지도 모두 아우를 거다.”

-앞으로 미협을 이끌어나갈 각오 한마디 부탁한다.
“미협 회원과 더불어 새로운 미술문화 만들기에 앞장서고 싶다. 지금껏 미술전시가 인사동 내에서만 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시민축제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인사동을 넘어서 청계천까지 이르는 거리미술축제를 기획해 천막미술관을 만들고 아트마켓 등 미술시장이 형성되게 하려고 계획 중이다. 대가부터 신진작가까지 모두 아우르는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 미술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요즘은 주부작가 양성도 흔하고, 저렴한 가격의 작품들이 공급되면서 점차 미술산업과 문화가 변하고 있는 추세다.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미술신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미협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