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우리는 마이크 없이 간다"
[단독 인터뷰] "우리는 마이크 없이 간다"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8.11.12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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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보컬덴테, 마이크 안쓰는 아카펠라에 재미있는 무대 매너까지

 

 세계 정상의 아카펠라 그룹 보컬덴테(Vocaldente)가 지난 10월 26일 내한해 성공적인 공연을 마치고 11월 2일 독일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번 내한은 대만에서 지난 10월 17일~26일 까지 열렸던 2008 Taiwan International Contemporary A Cappella Competition에서 대상 수상의 쾌거를 이룩하고 아시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 위한 다음 발판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

 공연은 사람의 본연의 목소리만으로 창조되는 음악에 귀 기울이게 하고 싶다는 보컬덴테의 취지에 걸맞게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진행됐다. 지난 10월 29일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 Vocaldente" - 2008작은음악회: 유럽의 젊은 목소리2' 라는 타이틀 공연을 전석 매진으로 성황리에 이끌었고, 한국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자생한방병원에서 환자들과 지역주민을 위한 음악회도 펼쳤다.

 지난달 31일에는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펼쳤다. 이날 마이크가 없는 공연이 자칫 밋밋하지 않을까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관객들은 보컬덴테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코믹한 댄스에 빠져들었다. 곡 사이사이마다 이어지는 멤버들의 입담과 재치 또한 관객들과 호흡하는 무대를 만들어 낸 일등 공신.

 보컬덴테는 " 한국팬들이 기대했던 이상으로 수준이 높았고 우리 음악을 이해해주고 적극적으로 호응해줘 더욱 힘이 났다"며 "우리 공연을 좋아해줘서 너무 기쁘다." 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자주 한국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며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기 직전 본지는 이들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순수 청년들 보컬덴테의 멤버 안스가(카운터테너), 토비(베이스), 조니(바리톤), 토벡(테너), 마이클(테너). 그들의 고요하면서도 의미 있는 시작과 순수 아카펠라 음악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봤다.

 Q. 아시아 투어를 하면서 특별히 한국에 온 이유가 있는가?

 한국의 좋은 매니저가 우리를 발견해 주었다. 흥미로운 공연 제안을 했고 우리는 아주 흥분했다. 우리를 초대해 줘서 너무 기뻤고 그래서 오게 된거다. 한국관객들이 너무 좋다. 우리의 무대를 즐기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귀기울여 듣는다. 다른 나라에서 공연할 때 우리의 공연이 그곳에서도 각광을 받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에 두려울 때가 종종 있다. 우리는 처음에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먼저 여행했고 그 다음에는 미국으로 갔다. 이번에는 한국이다. 사람들이 우리의 공연과 유머를 이해해주고 좋아해줘서 기쁘다.

 Q. 아시아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새로운 멤버를 영입했다. 정말 적응기간이 몇 주밖에 없었을 텐데 새 멤버 마이콜이 힘들었을 것 같다.

 나는 보컬덴테가 나를 뽑아줘서 너무 기쁘다. 보컬덴테로서 여행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이것은 나에게 아주 큰 세상이다. 대학에서 뮤지컬을 공부했기 때문에 잠시 아카펠라 그룹으로 활동을 했던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전문적으로 아카펠라 그룹을 하게 될지는 몰랐다. 나의 대학교수님이 보컬덴테가 새로운 테너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다. 기대를 안했는데 보컬덴테를 만나서 그들의 음악을 듣고 무대를 봤을 때 ‘우와 저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다’, ‘나도 여기에 참여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보컬덴테도 나를 선택해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Q. 한국에서 공연은 성공적이라고 느끼는가?

 김해에서의 공연은 너무나 멋졌다. 우리가 거기에 처음 간 건데도 불구하고 전석이 매진되었다. 관객들도 너무 좋았고 불과 14살, 15살쯤 되어 보이는 관객들도 관심 있게 우리의 음악을 들었다. 구로아트밸리에서의 공연은 더 좋았다. 관객들이 우리와 함께 했고 많이 웃었다. 자생한방병원에서 했던 우리 프로모션도 아주 잘 준비가 되어있었다. 환자들만 모여 있으니까 아마 무척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 일 것이라고 생각 했는데 관객들이 열화와 같은 환호를 보내줬고 아주 재미있는 공연이 되었다.

 Q. 어떻게 보컬덴테가 탄생했나?

 어릴 적 부터 좋은 합창단에 있다 보니 노래하는 것을 단순히 즐기는 것으로 끝내지 못하고 수준 높은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안스가는 18살이 되었을 때 하노버 소년합창단의 친구들과 킹스싱어즈와 같은 아카펠라그룹을 만들자고 해 상당히 성공적인 활동을 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15년이 지난 후에 또 다른 합창단의 멤버와 함께 클래시컬한 음악에 팝스타일 음악을 조화시킨 새로운 아카펠라 그룹을 만들자 해서 하노버에 있는 대학에서 토벡과 조니를 찾았다. 우리는 팝뮤직 노하우와 클래식 노하우를 서로 주고받았고 좋은 교감이 이뤄졌다. 보컬덴테가 탄생한 것이다. 인원이 더 보충되고 이제 우리는 보컬덴테를 우리의 전업으로 하기에 이르렀다.

 Q. 아카펠라계의 전설 킹스싱어즈도 마이크 사용을 자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의 음악스타일을 지향하는 것인가?

 순수한 음악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그들이 지향하는 것이 옳다고 느끼며 킹스싱어즈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어떻게 마이크없이 노래를 잘 할수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아니다. 킹스싱어즈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만 영국스타일이고 조금은 구식이다. 우리는 모던함과 팝을 지향하고 재미를 추구한다. 우리는 킹스싱어즈가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하고 있다. 우리는 킹스싱어즈보다 새로운 세대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우리는 다른 스타일을 가졌기 때문이다.

내추럴 7의 영향도 받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로의 소리를 듣고 노래하는 킹스싱어즈에게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냥 5개의 목소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조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킹스싱어즈와 마스터 클래스를 한 적이 두어번 있었는데 그들은 40년의 전통이 을 바탕으로 기술들을 우리에게 전수해 줬다. 그런데 코카콜라 회사에서 특별한 맛을 내는 재료가 탑 씨크릿 인 것처럼 킹스싱어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을 카피하고 싶지 않고 우리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 지난번에 킹스싱어즈와의 마스터 클래스를 했을 때 킹스 싱어즈의 자녀들이 왔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우리는 당신들의 팬이예요” 라고 했다. 우리가 킹스싱어즈의 팬인데 그 자녀들이 우리의 팬이라니! 너무 달콤한 말이었던 것 같다. 킹스싱어즈는 우리를 좋아한다. 왜냐면 마이크를 쓰려는 유혹을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쓰는 문제에 대해서 오래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답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 음악을 듣도록 해야 한다”는 거였다. 지금 많은 음악 무대들이 있지만 이게 내추럴한것인지 아니면 기계음인지 알 수조차 없는 무대가 많이 있다.

Q. 최근 미국에서 열린 아카펠라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우리의 선곡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내 생각에는 우리의 목소리가 어떤 파트가 특별히 크거나 하지 않고 잘 조화가 된다는 점, 그리고 가사전달이 분명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 것 같다. 또 마이크 없이 어떤 기계를 사용한 조정이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만으로 훌륭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도 큰 강점으로 어필한 것 같다. 어떨 때는 댄스나 랩 그런것들에 비교하자면 우리 음악이 미니멀리즘(단순, 간결을 추구하는 예술사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기 때문에 노래를 좋게 만들려면 정말 많은 시간들을 들여야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매우 특별하다. 팝을 클래시컬한 방식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수들은 관객들과는 별 소통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관객들과 호흡하려고 매 공연 마다 노력한다. 샤워를 할 때도 노래 할 수 있지만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은 분명 또 다른 것이지 않은가. 관객들과 공감대가 분명히 형성돼야한다고 생각한다.

Q. 이제부터 전업 아카펠라 싱잉 그룹이 되기로 했는데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을 말해 달라.

 먼저 전 세계를 돌면서 좋은 곳에도 가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공연하는 것이 꿈이다. 새로운 우정도 만들고 우리의 입지가 점점 커져서 큰 콘서트도 하고 우리가 제작한 특별한 노래를 부르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룹이 되는 것이다.

교육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독일에는 많은 아카펠라 그룹이 있는데 마이크 없이 부르는 그룹은 많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확장기나 임팩트 같은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목소리만으로도 노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몰려와 ‘우리는 당신들이 진짜 그럴 수 있을꺼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라고 말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팝뮤직을 왜 클래시컬하게 또 재미있게 풀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아주 어린 친구들도 우리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한다. 많은 그룹들이 있고 그들은 가득차고 크며 잘 만들어진 음악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모두 사운드 엔지니어 테크닉 이런 것들이다.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쳤을 때 그 곳 레슨룸에서 음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우리를 상기 시키는 문구를 발견했다. “음악은 시작이 조용하며 마지막도 조용해야 한다.”라는 문구다. 현재는 음악이 항상 백그라운드에 있는 경우가 많다. 조용하지도 않고 시작도 없고 엔딩도 없다. 쇼핑을 가도 음악이 계속해서 플레이 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어떤 휴식도 없다. 콘서트에 가도 어떤 교감도 없이 시작하자마자 끝. 이렇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회복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의 아카펠라가 아주 순수하기를 원한다. 우리 목소리에서 소리가 나와서 관객들의 귀로 바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사이에는 어떤 것도 존재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런 아카펠라를 하는 것이 아주 즐겁고 행복하다.

[보컬덴테 소개]

보컬덴테는 팝뮤직을 사람의 순수한 목소리만으로 들려주는 독일의 남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이다. 재미있고 노련한 무대매너가 독보적인 이들은 스윙글 싱어즈(The Swingle Singers)의 워드 스윙글, 리얼 그룹(The Real Group)의 안데스 저케스 등 이미 정상에 있는 가수들까지도 그 실력을 인정한 바 있다.

수상 경력 또한 화려하다. 2007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열렸던 Vokal.Total 대회에서 우수상을, 핀란드에서 열렸던 아카펠라국제대회 Tampereen Sävel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국제 유러피안 보컬 아카펠라 경연대회에서 최우수 관객상까지 받았다. 더욱이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National Finals of the 24th Annual Harmony Sweepstakes A Cappella Festival 2008에서도 역시 대상과 관객 최우수상을 휩쓸었다. 지난 10월 17일~26일까지 열렸던 2008 Taiwan International Contemporary A Cappella Competition에서도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