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서 ‘相鼓(상고)’ 적힌 ‘고구려 북’ 발견
경기도서 ‘相鼓(상고)’ 적힌 ‘고구려 북’ 발견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6.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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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악학궤범’에 나온 악기 외에도 연화문 와당, 치미조각 발굴


교과서의 고분벽화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고구려 북’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鼓)'라는 글자가 적힌 파편이 발견됐다.

한국토지공사 산하 토지박물관(관장 심광주)이 경기 연천군 임진강변 북쪽 연안 현무암 지대에 소재하는 고대 성곽 유적인 호로고루(사적 제467호)에 대한 올해 제3차 발굴조사에서 ‘상고’라는 명문(銘文.새김글자)이 있는 북을 발굴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연꽃무늬 와당 5점과 건물 용마루 양쪽에 올려놓는 대형 장식기와인 치미 조각, 기와를 제작한 수량과 그것을 사용하고 남은 개수를 각각 기록한 ‘산판(算板)기와’ 등의 고구려시대 유물도 다량 확인했다.

이 중 토제품인 ‘상고’는 13점에 이르는 파편 상태로 출토됐으며 그 가운데 하나에 악기 일종의 북임을 명확히 밝혀주는 ‘상고(相鼓)’라는 글자까지 새겨져 있어 역사적인 자료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상고의 표면은 보통의 고구려 토기처럼 마연(磨硏. 표면을 문질러 윤이 나는 상태)을 한 상태로 회흑색을 띠며 두께는 1.7cm 정도다.

아가리 부분에는 일정 간격으로 3줄 구멍을 뚫어 가죽을 씌우고 끈을 묶어 고정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북을 원래 모양대로 복원하면 지름이 55cm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심광주 토지박물관장은 “이 유물이 더욱 주목되는 까닭은 조선시대 편찬된 음악 전문서적인 ‘악학궤범’에도 발견된 것과 비슷한 49cm 크기의 ‘상고’라는 악기가 그림과 함께 나오기 때문”이라며 “최초의 고구려 악기일 뿐만 아니라 명칭까지 확인할 수 있어 한국 음악사에서도 획기적 자료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발굴로 그동안 기마인물이 북 치는 모습이 나오는 고구려시대 고분벽화의 안악 3호분 벽화에 나오는 악기의 존재를 확인하고, 고려사에서 고려시대에 송나라에서 들어왔다는 ‘상고’가 이미 고구려시대에 존재했음이 확실해진 것이다.

더불어 함께 발굴된 대형 장식기와인 치미조각은 남한지역 고구려 유적에서는 이번에 처음 발견됐으며, 연화문 와당은 서울 홍련봉 1보루에 이어 두 번째다.

또한 ‘산판’ 기와에는 ‘小瓦七百十大瓦○百八十用大四百三十合千...’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이 글자는 ‘작은 기와 710개, 큰 기와 80개 중 큰 기와 430개를 사용하고 남은 것의 합계가 천 개다’ 정도로 해석된다.

심 관장은 “지금까지 발굴된 건축 자재를 볼 때 호로고루 안에는 화려함과 위용을 자랑하는 건축물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