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유럽이냐? VS 미국이냐?’ 20세기 세계미술 대전
[전시리뷰] ‘유럽이냐? VS 미국이냐?’ 20세기 세계미술 대전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03.1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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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스카이아트미술관  ‘Europe : 그림으로 떠나는 여행’ 展
국립중앙박물관 ‘미국 미술 300년’展

날이 따뜻해지면 필자의 지인들이 질문이 많아진다. 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내고도 아깝지 않은 전시를 소개 해 달라는 주문이다. 필자는 예외 없이 ‘돈을 안내고도 볼만한 전시는 많지만 이왕이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전시를 보라’고 말해준다. 시각예술이 감성교육이나 창의력 개발 등의 교육도구로 적절히 활용되고 있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전시’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그 또한 쉽지만은 않다고 호소한다. 정작 비싼 입장료 내고 전시실에 들어서서는 ‘뭔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입장료가 아깝다며 한탄을 늘어놓기 일쑤다. 스스로 쌓아둔 장벽이 미술관의 문턱을 높힌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작정 어렵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책을 읽듯이 그림이 그려진 시대를 따라가 보는 것도 전시의 이해를 돕는 하나가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여기 두 전시가 이야기로 풀어내기에 제격이다. 20세기를 전후로 유럽의 전통미술과 미국의 현대미술 사이 세계미술의 오랜 역사와 궤도를 읽을 수 있는 전시가 있다. 60년대 세계 미술의 중심이었던 유럽을 지나 20세기 중반 미국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두 전시로 이어보려 한다.

유럽미술이라하면 매년 국내미술시장을 장악했던 블록버스터급 순회전시들이 소개된 바 있어 그리 생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서울 여의도 63스카이아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Europe : 그림으로 떠나는 여행’ 展에서는 19명의 유럽 화단 거장을 소개하며 회화작, 판화작 60점 이상을 국가별로 소개하고 있다. 야수파를 필두로 독일의 표현주의, 프랑스 입체파와 이탈리아 미래주의, 러시아 절대주의, 프랑스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까지 르네상스의 지속적인 전통미술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중후반 미술은 어떠했을까. 20세기 중반부터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세계 미술의 흐름이 전환된다. 미국은 뉴욕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세계적인 위상을 높여왔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 미국미술은 앤디워홀의 켐벨스프와 같은 상업미술이나 팝아트와 같은 장르가 익숙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용산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미국 미술 300년’ 展는 미국미술에 대한 틀에 박힌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특히, 필자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것은 미국미술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국미술사 전반에 거쳐 중요하다는 명작들이 소개된데에 있다. 300년의 미국미술사를 개괄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20세기를 중심으로 유럽미술과 미국미술의 전반을 이해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만한 전시들이라는 생각이다.

유럽을 건너온 이주민에 의해 시작된 미국미술의 역사는 350년이다. 유럽에서 많이 다뤄온 종교나 신화, 역사를 소재로 한 전통적 주류와는 달리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미국미술의 가장 큰 특징이다. ‘미국 미술 300년’ 展에서는 신대륙의 신생국 미국에서 스펙터클한 풍경화를 즐겼던 미국의 대자연을 묘사한 자유표현의 미국미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식민지 시대 존싱글턴 코플리와 필 가문 화가들의 작품, 19세기 유럽에서 인정받은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존 싱어 사전트 등의 작품과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같은 추상표현의 작품, 팝아티스트 앤디워홀의 작품까지 소개돼 미국미술사를 한 번에 훑어 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두 전시를 활용하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 20세기를 중심으로 전후반 유럽과 미국의 기본적인 역사적 배경과 그 분위기를 인지하고 미술관 문턱을 넘어보자. 문턱만 넘었을 뿐인데, 전시실의 그림들이 그림책 읽듯 내 머릿 속에 역사의 한 장면과 함께 스쳐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