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9) - 대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진미술관
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9) - 대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진미술관
  •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3.03.13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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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우리나라 대도시에서는 아직 사진미술관을 찾아볼 수 없다. 집집마다 카메라를 한두 대씩 가지고 있고, 온 사회와 언론에 사진이 넘치며, 대학에 설치된 사진과도 적지 않다. 사진업을 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사진과 영상을 결합시키는 사람들, 직업사진가, 사진예술가 등 숱한 전문인들이 이 분야에서 귀중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 사진시대, 영상시대라는 근사한 수식어도 떠돈다. 그런데 사설이든, 공설이든 대도시 어디에서도 사진미술관을 볼 수 없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2001년 9월에 강원도 영월군은 ‘동강사진마을’을 선언하고, 이듬해부터 동강국제사진축전을 시작했으며, 2005년 7월에는 동강사진박물관을 개관해 오늘날까지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윤주영이 자문을 한 박물관이라는 후일담을 들은 적이 있다.

2013년 1월 11일 필자는 도쿄의 에비스에 있는 도쿄도(都)사진미술관(관장 福原義春)을 찾았다. 친구인 무토 마코토(武藤誠)가 필자의 견학을 주선해 주었다. 부관장 아라키 마코토(荒木誠)의 친절한 설명으로 미술관의 실정을 청취했고, 큐레이터 후지무라 사토미(藤村里美)의 안내로 관내의 전시를 자세히 돌아볼 수 있었다. 지하전시실(532 평방이터), 2층전시실(495), 3층전시실(495), 1층상영실(홀 190석), 4층도서실(사진관련 3만책 이상) 등을 갖춘 매머드의 미술관이다.

2층전시실에서는 「나와 세계의 어딘가에」라는 주제로 ‘제11회 일본 신진 작가전’이 열리고 있었다. 오츠카 치노(大塚千野) 등 5인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3층전시실에서는 나리타공항을 건설할 때 주민들의 반대운동을 찍어 유명해진 기타이 카즈오(北井一夫) 종합전이 열리고 있었다. 지하전시실을 포함한 2층, 3층에서는 「영상을 찾는 모험」이라는 주제로 ‘제5회 기록으로서의 영상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 사진전은 영상의 5대 기본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네이션의 표현, 애니메이션, 입체시각, 확대와 축소, 기록으로서의 영상 등을 중심으로 매년 개념을 바꾸어 가며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공익재단법인 도쿄도역사문화재단 산하에 있는 미술관은 도에서 받는 예산과 진흥회가 모금한 기금으로 운영된다. 1995년 1월 개관할 당시에는 20억4천만엔의 예산 전액을 도에서 받았고, 연간 관람객은 19만6천인이었다. 2000년에는 예산이 8억7천만엔으로 줄었는데, 모금을 시작해 2천만엔의 실적을 올렸고, 관람객은 21만9천인이었다. 2011년에는 예산이 6억8천만엔으로 줄었다. 모금을 통해 3억엔을 실적을 올렸고, 관람객은 42만7천인을 넘었다.

도의 예산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모금과 더불어 관람객이 대폭 증가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창의적이고 전략적이고 자율적인 경영이 이루어낸 성과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매년 폭넓은 여론조사를 통한 신선한 테마의 발굴, 열성적인 펀드레이징, 그리고 모든 공간의 매력적인 운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도에서 파견된 공무원은 부관장을 포함해 단 2인이다. 30여 직원 가운데 큐레이터가 13인이나 된다. 이 큐레이터들은 각자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서로 조용히 경쟁하고 있다. 침묵하는 북적거림, 작품에의 감동, 밝은 친절로 맞이하기, 신뢰감 쌓기, 비판과 설명, 대화 및 교류와 유대의 강화, 관람객의 욕구에 도전, 얼굴(개성) 보이기, 홍보 마인드 같은 개념들을 연년세세 실천하며 오늘날과 같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산골 중에도 깊은 산골인 영월에도 있는 훌륭한 사진박물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도쿄도의 사진미술관을 되돌아 보면서, 우리 정치인과 지도자들의 편협한 문화인식에 반성을 촉구하고 싶다. 시쳇말로 지금도 그렇지만 장차 사진으로 먹고 살며 돈을 벌어야 할 우리 국민들은 결코 적은 숫자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서 낙후된 사진예술 및 영상예술을 발전시키고, 국제적인 경쟁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기반시설이 필수적이다. 전국에 대책 없이 지어 놓은 숱한 문화시설들은 풍우에 썪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단 1%만이라도 사진미술관이었더라면 얼마나 요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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