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대마도, 그 불편한 진실.
불상, 대마도, 그 불편한 진실.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승인 2013.03.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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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M, "문화재는 합법적, 도덕적, 윤리적으로 보유해야한다."

지난해 10월 일본 대마도 카이진신사와 관음사에서 도난당한 금동여래입상, 관음보살좌상이 국내에 밀반입된 후 일본측은 반환 요청을 해왔다. 이에 문화재청은 감정 결과 일본측의 요청이 타당하다면 돌려주겠다고 결정했다. 이같은 문화재청의 결정에 반환은 신중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당초 불상이 우리나라 소유였고 일본이 약탈해간 것인데, 일방적으로 돌려주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론을 촉발시킨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소장은 최근 대마도 현장을 방문해 불상과 관련한 현지 상황과 여론 등을 둘러보고 본지에 아래와 같은 특별기고를 해왔다. -편집자 주-

2012년 10월 6일 대마도에 도둑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경비원도 없고 도난 방지시스템이 없는 새벽 시간에 3곳의 절과 신사를 돌며 불상 2점과 대장경 1점을 훔쳤다.

이들은 10월 8일 오후 6시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부산으로 입항했다. 대마도에서 불상을 훔친 후 경비와 세관검사가 허술한 일본 국내의 후쿠오카로 가서, 다시 부산으로 온 것이다. 대마도에서 부산으로 바로 오는 것이 시간적으로 유리했지만 멀리 돌아온 것을 보면 치밀한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관을 무사히 통과한 이들은 일반적인 문화재 도난범들이 사용하는 1~20년 정도 숨겨두었다가 판매처를 시도하는 것과는 달리, 즉시 판매를 시작했다. 전국의 골동상에 이상한 불상이 나타났다는 제보가 있었고, 한국 경찰이 수사에 나서 범인을 검거했는데, 이때 일본에서 한국에 불상을 찾아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부산의 모 언론사가 특종 기사준비를 하는 동안 다른 언론사도 경쟁적으로 보도를 하게 된다.

관음보살상(좌), 금동여래입상(우)

결국 2013년 1월 30일, 경찰과 문화재청은 도난사실과 압류한 불상을 공개하면서 공식으로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와 모든 언론은 국제법적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했으나, 중앙일보의 이영희 기자만은 생각이 달랐다.

이영희 기자는 필자에게 무조건 돌려주는 것이 맞느냐고 물어왔다. 필자는 “도난범들은 법에 의해 엄정하게 처리하되 불상의 과거 유출 경로가 밝혀질 때까지 일본에 반환해서는 안 된다”며 “한·일 양국의 공동 조사를 통해 불상의 전래 과정을 밝혀내고, 조사기간 중에는 유네스코의 중재를 거쳐 제3국에 유물을 맡겨두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고 기사화되었다.

이후 일방적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여론보다, 줄때 주더라도 좀 따져 보자라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필자도 2012년 10월 17일까지는 돌려줘야한다고 알고 있었다. 2012년 10월 17일은 외교통상부, 문화재청이 주관한 “문화재반환 국제전문가회의”가 열렸고, 필자도 발표자로 참석해서 외국 전문가들과 팽팽한 토론을 했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날 전체 토론에서 약 15명의 국제전문가들이 참석해서 종합토론을 했는데, 필자는 유네스코 관계자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관계자에게 물었다.

“약탈문화재 환수에 있어서 왜, 당한 나라 즉 돌려달라고 하는 나라가 약탈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하는가. 즉 문화재를 보유한 나라는 합법적이고 도덕적으로 보유한 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이를 위해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한 국제법상 시기를 소급적용하자” 는 것이었다.

또 문화재 환수시 모든 나라는 국제법과 국내법을 준용한다는 규정에서 국내법을 삭제하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러한 필자의 국제사회에 대한 공개 질의의 의미는 “약탈문화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누리며 반환에 소극적인 국가(일본, 미국, 프랑스 등)에 대한 경고였으며, 시기의 소급을 주장한 것은 ”고려시대 왜구와 임진왜란 때 약탈해간 시기까지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었으며, 모든 국가가 국내법준수를 삭제하자고 주장한 것은 프랑스와 일본, 영국처럼 자국의 국내법을 이용해서 돌려주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없애기 위한 의도였다. 국제회의장은 총 없는 전쟁터였다. 많이 뺏어간 국가는 국내법을 넣자고 했고, 우리와 그리스 등의 대표는 국내법은 삭제하자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결국 “법을 준수”한다는 항목으로 합의를 했다.


아울러 이날 필자는 유네스코와 ICOM 대표단에게 매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ICOM 윤리강령 2항에는 “문화재는 합법적, 도덕적, 윤리적으로 보유해야한다.”를 준수해야 하고, ICPRCP(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한 정부간위원회)는 문화재가 분쟁물이 되었을 때 분쟁 당사국은 문화재가 합법적, 도덕적, 윤리적으로 보유함을 증명해야한다고 되어있다는 것이다.

즉 일본과 한국은 두 불상에 대해 보유 및 약탈 과정을 증명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불상도굴 흔적

대마도에서 불상이 도난당한 이후 전개되는 양상은 한·일간, 아니 전 세계 문화재환수 관련 역사상 누구도 겪어보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돌려달라고 하고 있고, 한국 법원은 엄격히 따져 보아야하며, 증명 될 때까지 일본으로의 반환을 중단해야하며 한. 일 당사자가 본안 소송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본안 소송이 2년 이상 소요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러한 논쟁의 당사자로써 대마도 현장 방문을 결정했다. 현장을 모르고 이런저런 주장을 하는 것은 전문가로의 자세는 아니기에 부산으로 향했고, 대마도행 배에 올랐다.

부산에서 대마도 히타카쯔항까지 1시간 10분, 참 가까운 곳이었다. 이곳이 일본인지 착각이 생겼다. 자동차로 대마도를 종단해서 약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즈하라 국가지정 사찰 반쇼인(方松院)에서 대마도문화재보호심의위원회 고마츠 가치스케 회장을 만났는데 그는 여러 기록을 대며 선물이나 교류로 받은 것이라 주장한다. 한 권의 책을 들고 나왔는데 한국이 일본 문화재를 도둑질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왜구 약탈, 일제 강점기 약탈, 오쿠라컬렉션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한다. 또 불상의 정확한 유입과정에 대해서 규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결굴 그들은 일본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윽고 관음사 주지가 있는 세잔지(西山寺)로 향했다. 관음사 주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악질극우 언론인 산케이신문에 비난과 악의적인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실제 만나서 물어보니 산케이신문과 인터뷰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 결국 일본의 악질언론인들이 여론 조작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후지TV는 부석사 대표단들이 가져간 선물에 대해서도 악의적으로 왜곡해서 보도했다.

그리고 관음사 주지는 “부석사가 시켜서 훔쳐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진다고 했다” 관음사 주지역시 한국과 우호와 대화를 바란다고 했지만, 정작 부석사 대표단의 면담은 거부했다.

대마도 관음사를 방문한 필자일행과 관음사 관계자들

다음날 아침 필자는 카이진(海神)신사를 방문했다. 해신신사는 그야말로 무인신사였다. 국보를 보관하는 방범시설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장치들 뿐이었다. 일반 자물쇠 2개, 고장난 싸이렌, 이런 경보장치로 국보를 지킨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일본에서 생산한 문화재도 이렇게 관리하나 싶어졌다. 그들이 과연 문화재를 관리하고 보존할 자격이 있을까?

관음사로 행했다. 아무도 없는 허름한 사찰, 사찰내 달력은 2012년을 가르키고 있었고, 역시 고장 난 경보장치, 서산 부석사가 아니 영주 부석사의 안내판, 이들은 불상의 가치와 정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에 불과했다.

대마도 현장 주민 10여명에게 물어봤다. 2명을 빼고는 다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대마도에서 불상이 없어진지 약 20일이 지나서 도난 신고가 접수되었다. 대마도에서 불상이 빠져나가도 세관이나 경찰은 몰랐다. 이런 사실은 무엇을 증명하는가? 항간에는 일본 야쿠자와의 연결도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어떠한 경우라도 문화재를 훔치거나 그것이 민족적인 감정의 대상이라 해서 영웅시 되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일본의 행위에 대해 우리는 다시 판단해야한다. 과거 자신들의 약탈 역사에 대해 전혀 교육시키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전쟁을 일으키고 패망한 전범들이 아직도 핵심 지도층에 있으며, 아름다운 일본만 강조하고 시민이기 보다는 백성임이 강조되고 있는 나라.

일본의 일반 시민은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하고 순하다. 아니 어릴 때부터 철저히 순응교육을 받아 살아진다. 일본에는 시민은 없고 복종의 백성만 존재한다.

그들은 살아가기보다 살아지고 있다. 자의식 없이……. 

 

필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육의전박물관 관장
문화연대 약탈문화재환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