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칼럼] 박물관, 그릇부터 고쳐라.
[윤태석의 박물관칼럼] 박물관, 그릇부터 고쳐라.
  •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 승인 2013.03.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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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미술관(이하 박물관)에 대한 중앙정부지원에 이어 지방정부의 지원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사실상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에 있는 박물관 그것도 사립 박물관에 대한 지원의 확대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물관에 대한 지원사업의 방향은 전문 및 필요인력에 대한 지원과 전시 및 교육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지원으로 대별된다.

중앙정부의 전시 및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은 2004년 복권기금 지원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복권기금지원은 크게 박물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소외계층들에게 박물관을 향유할 수 있는 방향에 맞추어져 있었다. 대표적인 역량강화사업으로 상설전시 및 수장고보강, 홈페이지 제작, 도록지원이 있었으며, 박물관을 거점으로 한 문화소외계층의 향유권 고양사업으로는 교육체험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이 있었다. 이후 2007년부터 박물관 역량강화사업은 사유재산축적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지금은 소외계층을 최종 수혜자로 삼고 있는 기획전시 및 이와 연계된 교육프로그램만이 유지되고 있다.

2007년부터는 박물관의 핵심 전문 인력인 학예인력 인건비가 국고로 지원되기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설사 역시 2007년부터 비정기적으로 지원되더니 최근에 와서는 정기 지원 사업으로 정착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2012년에는 교육전담인력(에듀케이터) 지원도 시작되어 박물관 교육의 활성화를 돕고 있다.

지방정부 지원 사업은 2007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한다. 경기도지원조례가 개정(2006년 4월 3일)되면서 사실상 실시된 것으로 이 역시 지원의 방향은 중앙정부 지원사업과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박물관의 사유재산을 늘려주는 사업은 없는 실정이다. 이후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지원은 확대되고 있으며, 경기도 부천시, 강원도 영월군, 경상북도 안동시 등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유사한 지원 사업을 시행했거나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우선 지원의 방향이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다. 인력지원과 전시 및 교육기획운영사업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 보니 인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관에서도 몇 명씩을 받아쓰는 형국이다. 학예사와 교육전담인력은 1년 단위로 지원을 받고 있으며, 해설사와 인턴은 10~9개월이 지원주기이다. 관장의 입장에서는 지원을 해주니 안 받을 수는 없고 받아도 단 년도 지원이라 수장고 관리 등 박물관의 핵심 업무를 쉽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원받은 인력 간 위화감도 적지 않으며, 지원처가 다른데 따른 근무조건과 평가, 사업주체별 교육 일정 등이 상이하다는 점도 문제다. 또한 지원처가 상이한 인력 간 또는 기존 기간인력 간 마찰도 있어 보인다. 어떤 인력은 외부에서 지원받는다는 이유로 관장의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한 관의 경우 이런 지원인력이 할 일이 없다는 점이다. 얼마 전 모 광역자치단체의 인력지원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현장상황을 잘 아는 몇몇 심사위원들 역시 관규모와 활동을 고려하지 않은 지원은 국고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으며, 무리한 지원은 결코 박물관발전에도 긍정적일 수도 없다는 지적을 늘어놓았다.

전시 및 이와 연계 된 사업역시 유사한 실정이다. 당해 연도가 되어서야 사업공고가 되는 만큼 기획이 계획적이지도 못하며, 지원을 전제로 함에 따라 긴 시간을 갖고 기획한 사업에 비해 실현가능성과 성과 또한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지원에 지나치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립의 현실을 보는듯해 씁쓸하다.

이러한 일회성지원은 관의 활동과 규모를 고려해야하며, 지원의 동일한 방향을 피해 신규 사업의 모색이 시급함을 우선 지적하고 싶다. 

박물관의 현장은 참으로 열악하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공립 박물관 운영 실태조사는 그래도 여건이 좋다고 생각했던 공립 박물관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수장고는 여느 농가의 창고와 진배없었고, 진열장은 낙후되어 차라리 박물관에 오지 않았다면 더 잘 보관관리 되었을 텐데 하는 유물이 허다했다. 공립이 이럴 진데 사립은 어떠할까? 물론 사립 관장이 공립에 비해 주인의식이 더 투철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의지는 있으나 경제적인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제대로 그 모양새를 갖추지 못한 현실은 간과 할 수 없다.

따라서, 일회성 지원에 앞서 지원을 지원답게 활용할 수 있는 기초역량부터 강화해야 한다. 수장고를 보강하고, 진열장 및 조명을 현대 박물관의 트렌드에 맞게 고쳐주어야 한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홍보를 강화하고 개별 박물관에 대한 홍보물도 제작해주어 국민들이 박물관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소장품에 대한 관리 및 보존기술도 알려주고 소장품을 담아내는 도록제작비도 지원해야 한다. 이는 소장 자료를 보존관리, 조사 연구하는 것으로 개인(사립)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도 종국에는 인류문화유산이며 우리나라 국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수반될 때, 박물관은 살아날 수 있으며 지원인력도 할 일이 생긴다. 또 전시역시 보다 당당하게 할 수 있으며, 이와 수반된 교육도 그 본질을 보다 확고히 할 수 있다.

지원당국 및 운영자는 박물관이 사회적 공공물이라고 상호 인식할 때 국고의 낭비요인을 막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