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예술가를 적극 지원합니다
미래의 예술가를 적극 지원합니다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6.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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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공간 제약없이 예술재능 펼치고, 시민들 문화 향유할 수 있도록


지난 5월 경복궁, 창경궁 등 우리나라 5대 궁과 서울광장, 청계천 등 서울이 온통 꽃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색색의 깃발이 나부끼며 시민들에게 문화의 향기를 전하고 거리, 궁궐에서는 예술가들이 공연과 전통의식이나 행사, 체험 등이 펼쳐진 축제는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삶에 스며들었다.
‘서울의 봄, 희망으로 피다’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2009 하이서울페스티벌’의 봄 축제는 9일 동안 181만 명의 시민들이 즐겼고, 그 중 외국인도 23만명이나 찾을 만큼 굉장한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 내며 서울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예산은 지난해보다 10억원이나 축소됐지만, 그 때에 비하면 시민참여율이 24%나 증가했으며, 2008 서울관광대상, 대한민국 공공행정대상 등 3개의 상을 수상한 이 축제를 이끈 사람은 바로 안호상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다.
그는 1984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연·전시·교육을 하나로 묶은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인 ‘예술의 전당’에 1기 공채로 입사해 23년간 공연기획부장, 공연사업국장, 예술사업국장 등을 역임한 ‘문화예술행정전문가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역량 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해 다양해진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와 수준을 만족시키고 시민과 예술가들 간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서울의 문화예술을 이끌어가고 있는 서울문화재단의 사업을 통해 ‘문화도시 서울’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서울이 문화를 추구하며 변모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안호상 대표는 “현재는 세계인의 삶의 기준이 뉴욕이지만, 서울을 문화에 대한 예술적 에너지와 상상력, 자유로움이 넘쳐나는 서울로 만들어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문화수도가 되게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안 대표는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문화도시 서울’로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력과 포용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며 “시민들의 문화적 상상력과 감성이 세계의 투자자들을 서울로 몰려들게 하고 문화도시 서울에 대한 새로운 미적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안 대표는 서울이 세계적인 문화수도가 되기 위한 기초를 만들기 위해 서울문화재단이 하는 있는 역할에 대해 두 가지로 정리했다.

시민들이 다양한 형태로 문화를 접해 문화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과 예술적 재능을 키우고,  예술가들은 시민들의 삶에 파고들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와 더불어 서양의 고급문화를 어릴 때부터 접하도록 해서 마음으로 느끼고 감성을 키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예술가들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예술을 할 것이 아니라 학교, 상가, 공장, 기업 등 다양한 공간에 파고들어 문화예술이 시민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우선 시민들이 폭 넓은 예술을 체험, 감상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많은 예술가를 만들어내 문화예술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안대표이사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사람들에게 친숙한 공간인 동네, 놀이터, 어린이집, 복지관 등의 건물 외벽에 그림을 그리고 함께 참여하도록 해, 따로 예술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예술가임을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울거리아티스트, 시민예술가들의 활동을 도와 자신만의 개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독특한 창작 작품들을 만들고 하이서울페스티벌, 청계천 축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등의 다양한 축제를 열어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함께 즐기며, 서서히 친해지고 마음에 물들 수 있도록 시민 및 예술가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든 시민들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젊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위해 6개의 창작공간을 마련했다.

지난 8일 ‘남산예술센터’ 개관을 시작으로 19일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서교예술동사무소(가칭)’, 중구 황학동에 ‘산당창작아케이트’, 금천구 독산동에 ‘금천예술공장’, 서대문구 연희동에 ‘연희문학창작촌’, 영등포구 문래동에 ‘문래예술공장’ 등이 올해 안에 차례로 문을 연다. 

창고, 공장 등의 유휴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활용한 6개의 창작공간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시민들과 예술가들에게 자유로운 실험공간으로 쓰일 계획이다.

올해 추진하는 또 다른 큰 프로젝트는 재능은 있지만 기회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의 예술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복지재단과 함께하는 ‘예술로 희망드림’.

이 사업은 5~7세 200명 아동에게 6개월 간 매월 10만원씩 문화소양교육비를 지원하고 씨앗나눔과 중·고등학교 및 대학생 중 예술분야를 전공하는 있는 자녀들과  5세부터 중학생에게는 연간 5백만원~1천만원의 학비를 최대 3년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안 대표이사는 “가난을 이유로 꿈도 꾸지 못하고, 또 꿈을 접게해서는 안 된다”며 “내달 6일까지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지원신청을 받고 있다. 자녀들을 위해 빨리 신청해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미래의 예술가들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그는 “정경화, 장영주처럼  좋은 예술가 한 사람으로 인해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뛰어난 예술가를 배출하고 있는 민족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예술적 소양이 뛰어난 우리 민족들의 재능을 잘 키우는 것이 재단이 해야 할 일”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또한 “연출가, 무용가, 안무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숨이 막히도록 잘하는 예술가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그들이 사람들의 눈에 띌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 차원에서 뿐 아니라 기업들의 지원이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 잡아 세계적으로도 눈에 띌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잘 키운다는 것이 단순히 지원금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재능을 인식하고 알아주는 관객들을 많이 만들고, 그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

지난해까지는 많은 단체에 적은 금액을 골고루 지원했지만 올해부터는 뛰어난 단체에 보다 많은 예산을 지원해 한 단체가 최대 2억5천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몰아주기 식 지원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지나친 나눠먹기 때문에 좋은 예술가들이 많은 지원을 못 받는 것”이라며 “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들의 좋은 작품이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공연의 메카인 문화지구 대학로에 서울연극센터를 운영하며, 대학로 공연에 대한 제작비 지원뿐만 아니라 공연 홍보마케팅, 대학로 연극투어 등을 통해 시민들과 공연예술이 보다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대학로희망연극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현재 대학로 문화 활성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이는 대학로 공연들이 실험적인 수준에 머물거나 1회적이며 젊은 관객과 개그 같은 재미 위주로 획일화돼, 관객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안 대표이사는 진지하고 심각한 인문학적 주제로 전통을 이 시대에 맞게 해석한 순수 창작 공연들을 지원해 대학로를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누구나 문화적 욕구는 있다. 책 한 권, 연극 한 편, 음악 한 곡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힘을 되새기고 이끌어내면 더 큰 희망과 용기가 생겨 어려움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예술의 전당 재임당시 토월전통연극시리즈, 한일공동연극 ‘강 건너 저편에’, 구스타프 말러 전곡연주시리즈 등 많은 작품을 기획해 국내외에서 수상한 바 있는 안 대표는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세이 이구데스만과 영국계 한국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주형기 등도 참여시켜 클래식의 접근방법을 달리했다. 누구나 가볍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도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클래식에 대한 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축제는 최정상급 아티스트들과 아마추어 및 신진연주자들이 시민들과 함께 클래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클래식 중심의 젊은 국내외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등용문 역할도 하게 됐다.

전례 없던 일이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예술의 전당을 통해 문화예술행정에 발을 디디고 현재 서울문화재단의 대표까지 26년을 달려온 그는 “그 속에서 배운 것도 많지만 후회도 많이 했다.

정부지원을 받아서 운영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자율적이지 못했다”며 “간섭도 많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더라. 외국의 사례를 현실화시키기에는 우리나라의 문화 현실을 벅차더라”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런 그가 이 일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꿈’ 때문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엄청난 욕구가 있는 미래에 예술가가 될 시민들과 훌륭한 예술가들의 재능을 제대로 인식해 시민과 예술가들을 매개하는 문화예술행정전문가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직원들,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그 꿈을 꾸게 해주고 싶다”

현장에서 예술가들을 만나고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는 안호상 대표이사는 문화예술행정전문가 1세대로서의 사명감이 키운 꿈을 위해 오늘도 기꺼이 이마에 주름이 하나 더늘어나 고민하고 있다.

인터뷰 이은영 국장 young@sctoday.co.kr   사진ㆍ정리 이소영 기자 syle@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