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지금 이시대, 미술시장의 소비자는 누구인가?
[전시리뷰] 지금 이시대, 미술시장의 소비자는 누구인가?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03.2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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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시를 보면 1~2년 사이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흐름 방향을 예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변화된 가장 큰 특징으로 미술시장 내 소비가 크게 위축돼 있다는 점이다. 미술시장의 어려움은 세계경제 불황시기부터 예상돼었던 사실이지만 그 예상치못한 흐름은 미술계 전시의 변화에 있다. 지난 몇 년간 재원이 돌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술 전시 영역은 팽창돼있었다. 블록버스터급 대형전시가 우우죽순 생겨났고 비싼 입장료에 볼거리 부족한 함량미달의 전시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전시 트렌드와 전시를 찾는 관람객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2013년 1분기 전시를 살펴봤을 때 미술시장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대담한 국제 교류전시들이 눈에 띠게 많아졌다. 과연 미술시장의 불황이 끝난 것일까 의문이다. 용감무쌍한 기획자가 아니고선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는 이 시기에 연이어 대형전시를 여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최근 비수기 위험을 감수한 국제교류전시는 어떤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기획된 것일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소비시대’ 대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또한 그들의 소비성향도 한 층 수준이 높아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불황의 후풍일 수도 있고, 미술품 양도소득세 과세의 소나기를 피해가려는 소비층이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일 수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미술시장에도 특수화가 아닌 일반화 바람이 불고있는 징조가 아닐까 싶다.

필자가 기대하는 그 첫 번째는, 최근 열리는 전시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국내에 소개되는 국제교류전시가 안정권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타국의 보물을 어렵게 들여와 일방적으로 국내무대에 세워놓는 전시가 아닌 협력을 통한 국제교류전시가 가장 큰 의미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미술계와 손잡으려는 외국의 전시제안은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19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싱가포르의 혼합문화, 페라나칸' 특별전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이러한 쾌거는 국제무대에 끊임없이 손을 내민 미술계 노력의 결과이며, 그 무대를 함께 해온 관람객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본다.

똑똑한 기획자들은 미술계 新바람을 감지했을 것이다. 지난 2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미국미술 300년, Art Across America’는 한 달 만에 3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1월 25일 개막한 덕수궁미술관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체코 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전'은 누적관객 4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대중들의 전시에 대한 참여와 관심이 미술작품의 일부 수요와 공급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계는 단순히 전시를 찾는 관람객 수와 입장료 수익에 만족하고 있지만은 않다. 문화예술교육도 큰 흐름을 타고 新아카데미화가 거세게 불어닥치는 분위기이다. 전시를 찾는 인파가 단순히 비싼 입장료를 탓하기 보다는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전시가이드나 교육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자신의 소비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성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갤러리 장 로이에(1902~1981)

전시기획도 날로 똑똑해지고 있다. 미술을 가까이 해보려는 초보자들이 늘고, 그들의 삶 속에 미술을 수용할 수 있도록 일상용품에 예술을 끌어들이는 전시의 성공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요즘같은 미술계 비수기에는 미술관 자립구축을 위한 전략에서도 훌륭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2012년 대림미술관에서는 ‘핀 율 탄생 100주년 전 - 북유럽 가구이야기’ 전시를 통해 매달 전시작품을 바꿔가며 새로운 가구디자인을 소개한 바 있다. 필자 또한 취재를 했었고 예술품 생산시장과 미술시장의 결합 가능성이 성공요인이 될 수 있음을 짐작하기도 했었다. 2013년 3월 그 바람이 또다시 불고 있다. 한남동과 청담동, 삼청동 갤러리거리에서 이러한 가구전시들이 대단히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사이클이 여가와 문화를 지향하는 소비성향에 맞춰 문화와 예술이 삶에 깊숙이 파고들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미술시장 내 거래되는 소비자는 없는데,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 수는 늘어나고 있다. 그 것이 잠재된 소비자의 성숙도가 올라가면서 문화예술을 선호하는 집단을 구분하기 보단 불특정 다수의 집합체로 대중을 흡입하고 있는 것이다. 고급문화의 한계를 넘어선 지금의 미술계는 가장 긍정적인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술계 소비경향 자체가 고소득층의 vvip 일부 화상(畵商)들이 타켓이 아닌 사회가 통용할 수 있는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소비변화가 아닌가 감히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