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연중기획 ‘즐거운 토론회’ 두 번째 마당
국립국악원, 연중기획 ‘즐거운 토론회’ 두 번째 마당
  • 김은균 객원기자
  • 승인 2013.04.10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재의 전승과 창작’을 주제로 구체적인 공연형식 고민 담아

  국립국악원이 올해 야심찬 기획으로 ‘즐거운 토론회’라는 타이틀로 일반인들이 피상적으로만 듣고 알고 있는 우리 국악에 대해 좀 더 심도있는 탐색과 창의적인 발전을 위해 마련한 토론자리는 전문가들이 기탄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주고 받으며 토론다운 토론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에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지난 4일 열렸던 두 번째 토론회를 지면을 통해 지상중계한다. -편집자주

 

국립국악원, 4월 두 번째 ‘즐거운 토론회’가 지난 4일(목)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동안 국립국악원 4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3월 7일(목) ‘정재와 창작’을 주제로 열렸던 토론에 이어 같은 주제를 깊이 탐구하고 확장해서 창의적인 정재 전승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지난 3월 열린 첫 토론회에서는 ‘정재를 기반으로 한 창작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4월의 두 번째 토론회에서는 정재를 전승하기 위한 국립국악원의 과제와 구체적인 창작 방법론까지 논의됐다. 
  
정재(呈才)는 ‘재주를 보인다’는 뜻으로 ‘춤뿐만 아니라 모든 재주를 드린다’는 의미로서 궁중의 연향에서 춤추고 노래했던 전통공연양식을 말하는 용어인데 이것이 차츰 궁중무용의 대명사처럼 사용되었다. 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궁중무용과 동의어처럼 사용되었으며 정재(呈才)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국립국악원에서는 지난 3월 토론회를 통하여 정재의 보존과 창의적인 전승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와 공감을 이루어내고, 향후 전통 양식을 바로 세워 보존하며, 동시에 새로운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까지 전승영역을 넓히려는 것이 이번 토론회의 취지이기도 하다.

이미 국립국악원은 작년 11월, 전통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인 소품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공연<전통의 경계를 넘어- 궁중무용의 변주>(2012. 11.6.~7. 국립국악원 우면당)을 선보인바 있다. 이 공연을 계기로 ‘오늘날의 새로운 궁중무용은 필요한가, 전통의 변용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으며 현장 예술가들에게 ‘전통의 보존과 창조적 전승’이라는 고민을 공론의 장으로 펼쳐놓기 위해 즐거운 토론회를 기획하게 됐다. 즐거운 토론회의 장점은 기존 토론회처럼 일회성이 아니라 연중 시리즈로 이어지기 때문에 토론회를 통하여 합의된 결론을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즐거운 토론회의 장점이다.

▲ 유은선 학예실장이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토론회는 1부 발표와 2부 토론으로 나뉘어, 1부에서는 이흥구 국립국악원 원로사범이 ‘국립국악원 정재의 춤사위 변천’, 하유미 국립국악원 무용단 상임단원이 ‘정재를 활용한 창작 사례1’을 심숙경 국립국악원 무용단 안무자가 ‘정재를 활용한 창작 사례2’를 각각 발제했다. 2부 토론에는 5인의 각계 전문가로 김태원 한국춤비평가협회 공동대표,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종호 국립국악원 무용단 안무자, 김영희 우리춤연구가가 참여해 2시간여에 걸쳐 본격적인 토론을 벌였다.

이흥구 원로사범은 궁중무용의 역사적 배경을 풀어나가면서 논의를 시작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와 『삼국사기』악지와 중국문헌에 전하고 있는 자료가 궁중무용의 초기 형태인데 불교예술과 결합한 것이 초기 삼국시대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고려시대는 유교와 불교의 혼합문화로 발전하게 되었고 향악과 당악으로 나누어 연행되었으며 팔관회와 연등회를 중심으로 전승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홀기(笏記)에 나타난 춤사위를 도표와 함께 비교 분석하여 연행형태로 해석하였으며 정재의 변천과정을 춤사위의 흐름과 함께 제시했다. 그는 “한국춤의 원형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바탕에 깔고 동작에 있어서도 왼발이 먼저 나가고 오른발이 나가는 형태로 음양(陰陽)의 합일(合一)로 나가야 하는데 이것이 일제 강점기에 의도적으로 동작의 변형이 일어난 점을 들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토론자들이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고 있다.

하유미 상임단원은 그동안 정재를 활용한 창작사례를 연도별로 분석하여 1950-1970년대 김천홍 선생님의 창작 작품사례와 1970-1988년까지 문일지, 한옥희, 배정혜 중심의 창작사례를 도표를 제시했다. 이후 1989년부터 2011년까지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정재를 활용한 창작 작품을 예시하면서 창작사례를 들었다. 그녀가 1972년 국립국악원 단원으로 입단했을 때를 회고하면서 당시에는 국립국악원의 시스템이 공연단체가 아니라 ‘국악연주단’이라 칭하고 소리와 창작 그리고 연주까지 담당해야 하는 구조였고 ‘국립국악원 무용단’으로 된 것은 1986년에 와서야 현재와 같은 체제임을 밝혔다.

이후에 발제에 나선 심숙경 무용단 안무자는 2005년 이후를 중심으로 창작사례를 영상자료와 함께 상세히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현장에서 꾸준히 정재를 활용한 공연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국립국악원이 정부소속이라 국가의 중대사에 꾸준히 정재가 공연되었고 특별히 외국 사신들의 공연 때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전통공연자로서의 자부심을 피력하기도 했다.

▲ 토론회의 한 장면

2부 토론에서 김태원 평론가는 “내 나이 60인데도 정재(呈才)에 나오는 용어들을 잘 모르겠다”면서 “이 시점에서 50개 정도는 쉬운 우리말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며 쉬운 용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기숙 교수는 전통은 “국립국악원의 사명이 원형복원에도 있지만 재구성과 변형의 형식도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와 실기의 협업작업이 더욱 필요하다”면서 “대중화를 위해서는 무용계에서도 마케팅 측면에서 스타시스템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는 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종호 국립국악원 단원은 “제가 시립무용단에 있을 때는 국립국악원이 일하기 편한 단체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들어와서 보니 일 년에 230회 정도의 공연을 해내어야한다”면서 무용단이 열심히 일하는 단체임을 알아달라며 단원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객석과의 질의 시간에는 KBS국악단원임을 밝힌 한 참가자는 “현재의 상황은 정재와 민속이 혼재되어 있어 분리가 필요하다”고 질의하였고 무용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다른 참가자는 “원전에는 간략하게 한 줄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를 무용으로 풀어내는 작업에는 창작자의 생각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 안무가로서 창작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 및 관계자들

2시에 시작해서 6시까지 4시간이 넘게 이어진 이번 토론회는 열띤 발표와 상호질문으로 진지하게 진행되었으며 이탈자 없이 참가자 전원이 능동적으로 참여한 그야말로 즐거운 토론회였다. 국립국악원 김경희 학예연구관은 “국립국악원은 현장의 고민이나 학술적 논란 사항 등 다양한 주제를 시의성 있게 공개 토론에 붙임으로써 공연계와 학술계의 소통뿐만 아니라 전문인 및 일반인들과의 소통의 창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면서 ‘즐거운 토론회’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토론회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실현될 수 있는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