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우리는 하루 종일 소리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음악칼럼] 우리는 하루 종일 소리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 승인 2013.04.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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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노바아르테 음악감독)
아침에 시계의 알람으로 시작하여 각양각색의 소리 속에서 나름의 일상을 보내고 다시금 잠자리에 들게 된다. 잠이라는 행동을 통해 뇌에서 소리를 인지하는 것을 차단하기까지는 어쩔 수 없이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음향학에서는 소리를 고른 소리와 시끄러운 소리의 두 갈래로 나눈다.

고른 소리는 물체의 진동이 별로 복잡하지 않고 비교적 간단하고 규칙적이다. 그리고 어떤 시간 동안 같은 진동을 계속하는 경우에 생기는 음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음악에 쓰인다.

시끄러운 소리는 진동이 너무 짧거나 또는 너무 복잡하거나, 혹은 아주 불규칙적이어서 전혀 진동의 형식을 정할 수 없는 경우의 소리를 말한다. 예컨대, 천둥소리라든지 마차바퀴의 삐걱거리는 소리 등은 시끄러운 소리로서 거칠고 고르지 못하며 대개 우리에게 상쾌한 기분을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음들은 음악에 별로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끄러운 소리이더라도 비교적 악음(樂音)에 가까운 것이나 과히 불쾌감을 주지 않는 음은 종종 음악에 쓰여서 큰 구실을 한다. 즉 관현악에 쓰이는 큰북, 작은북, 트라이앵글, 캐스터네츠 등 타악기에서 나는 음들이 그 예이다.

그러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너무 많은 말들을 쏟아내며, 너무 복잡한 말들을 해대며, 너무도 그 말들을 빨리 바꾸는 것은 아닌가? 
비교적 간단하고 명료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들은(정치적이거나 개인적이거나)하여야 한다. 그리고 나의 생각이 바르다고 판단될 때에는 그 생각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음향학적 정의의 고른 소리적인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언어의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더욱 거친 표현의 언어들이 난무해가며, 경음화 현상이 커져만 간다. 한 사람 한 사람 각자가 자신의 말 습관을 되돌아 보아야한다. 그리고 바꾸어가야 한다. 나는 사회현상을 탓하거나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개개인의 의식이 변화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운 말만 하고 살기에도 우리 삶은 그리 길지 않다. 상처가 되는 말, 불쾌감을 주는 말들의 사용을 지금이라도 줄여나간다면 좀 더 아름다운 모습들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며 악상을 표현하고 전한다. 각각의 악기는 그 소리의 특성에 맞게 무대에서 자리를 한다. 울림이 비교적 작고 부드러운 바이올린족의 현악기는 많은 수가 앞에 자리하고, 좀 더 음량이 크고 직선적인 소리를 내는 관악기들은 적은 수의 인원이 뒤쪽에 자리한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의 타악기는 대개 가장 뒤쪽에 자리를 하고 연주에 임한다. 그들은 지휘자를 중심으로 부채꼴 형의 대형으로 앉거나 서서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어 작은 규모의 곡에서부터 장대한 교향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주를 들려준다.

오케스트라의 자리배치에서 우리는 소리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지휘자 가까이에 바이올린족의 현악기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보통 현악기들은 관악기들에 비해 주선율이 포함된 악구와 많은 음표들을 섬세하게 연주하게 된다. 그리고 관악기들은 음악을 강조하거나, 특징적인 악구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지휘자는 이 소리들을 듣고 조정하여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간다. 그 소리가 크지 않더라도 중요한 것들은 세밀히 들어야 한다. 또한 가까이에서 내게 해주는 말들은 상대적으로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 가까운 현악기의 소리를 어떻게 듣고 조정하는가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전체를 결정하게 된다. 가까운 현악기의 소리를 제대로 듣고 조정하는 일이 지휘자에겐 둘도 없이 중요한 것이다.

그럼 관악기의 소리는 덜 중요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앞에 말했듯이 관악기는 소수이지만 직선적이고 큰 음량을 가진다. 소수이지만 음악의 주요 부분에는 꼭 필요하며, 결정적인 악구의 표현을 만들어내는 작용을 하는 것이 관악기이다. 직선적이며 큰 소리를 내는 이들의 소리는 듣지 않을 수 없는 소리이다. 소수이지만 무시하면 오케스트라의 생명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므로 지휘자는 이들의 소리에 아주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제대로 듣고 적절히 조정하여 전체와 조화를 이루게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활기를 주거나 하는 것이 관악기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소리의 특성과 원리대로 말을 하며 듣는다면 세상은 하나의 장대한 교향악처럼 아름다운 울림을 만들어 낼 것이다. 감동의 울림이 있는 음악 같은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