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1) - 산을 보호하기 위한 케이블카와 터널 설치해야
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1) - 산을 보호하기 위한 케이블카와 터널 설치해야
  •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3.04.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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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산을 찾는 사람들은 우리 산림의 황폐함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알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뒤로 더욱 심해진 모습이다. 2013년 3월 30일, 진도에 학술발표회 참석차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해남의 두륜산케이블카를 타 보았다. 고계봉 정상까지 불과 몇 분만에 가파른 산을 올라 기분이 상쾌했지만 필자를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산림이 잘 보존된 주변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지난 1월 28일에는 유럽에 갔던 길에 스위스의 그린데발트(1034미터)에서 버스를 내려, 곤돌라를 타고 피르스트(2168미터)까지 올라 주변의 아름다운 환경을 체험했다. 30여 분간 곤돌라에서 바라본 가파른 산비탈은 온통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고, 정상까지 등산객들을 위한 길이 별도로 정비되어 있었다. 우리 같았으면 모두 버려둘 가파르고 굴곡이 많은 산비탈인데, 지혜롭게 개발하고 경작하며 풍요롭게 살고 있었다. 곤돌라를 이용해 산을 보호하면서 스키어와 관광객을 이끌어들이는 안목이 돋보였다.

2012년 7월에 필자는 오슬로의 입센극장과 박물관을 보기 위해 노르웨이에 갔다. 내친 김에 내륙을 횡단했고, 대서양 쪽으로 나아가 저 유명한 게이랑에르, 송네, 하당에르 등 3대 피요르드를 일주했다. 라르달에서 노르웨이 제2의 도시인 베르겐으로 이동할 때는 높은 산악지대를 넘어가는 기차를 이용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선로를 놓은 기술도 놀랍지만 그 주변의 경치는 세계 최상이었다. 피요르드 주변의 도로들은 자연 경관을 보호하고, 연결도로와의 거리를 단축시키기 위한 터널들이 많았다. 비용은 엄청나게 들었을 테지만 영구히 자연을 보존한다는 강한 정책의지를 느끼게 했다.

1984년 12월에 스위스를 둘러보고 샤모니에서 몽블랑(4807미터)에 올랐다. 바위 절벽을 뚫어 쾌속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놓고, 숱한 사람들이 높은 봉우리를 오르내렸다. 1천여 미터나 올랐을까. 절벽 속의 정거장에 내리니, 양편으로 넓은 복도처럼 바위 터널이 있고, 스키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통로도 있었다. 터널에 군데군데 뚫린 창밖으로는 눈 덮인 정상이 바라 보이고, 스키를 타며 그 높은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원스럽게 보였다.            

1982년 1월 홍콩에 갔을 때, 산과 산을 건너지르는 곤돌라를 타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음을 알았다. 곤돌라는 산기슭에 만든 문화시설들과 명소를 이어주고 있었다. 영구적으로 수입도 올리고 자연스럽게 즐거운 관광을 유도해 주는 시설로서, 자주 찾아올 수 없는 외국인들에게는 특히 편리했다. 홍콩 주변의 아름다운 바다와 산을 불과 몇 시간에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의 산들은 환자로 치면 중증, 아니 불치의 암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이다. 등산객이 너무 많고, 날로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래의 길을 무시하고 멋대로 다녀서 산들이 온통 등산로가 아닌 샛길 투성이다. 헐벗고 메마르고 주변의 모든 나무와 풀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자연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케이블카와 터널 설치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우리 환경론자들의 입장이다. 필자는 그들이 지금까지 환경을 지켜 온 공로를 결코 폄훼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산들은 지금 안이한 환경 타령을 하고 있기에는 너무도 심각한 처지에 놓여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2012년 3월 25일 구례의 산수유축제에 참여한 김에 지리산 노고단을 올랐다. 실로 오랜 만에 다시 찾은 감회가 새로웠다. 지리산에 도로를 내지 말고 산악열차를 다니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곳 사람들로부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심의회에서 다시 보류되었고, 주변의 여러 지자체는 그 사업을 경쟁적으로 희망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는 지리산뿐만 아니라 설악산, 한라산의 필요한 곳에는 연차적으로 터널을 뚫고, 결정적으로 경관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케이블카와 열차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금수강산을 보호하기 위해 오히려 필요한 시설을 서둘러 건설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