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한제국 공사관, 잊혀진 3년 되찾다
주미대한제국 공사관, 잊혀진 3년 되찾다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3.04.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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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관 개설 시점 1889년으로 최종 확인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역사가 3년 앞당겨졌다. 더불어 새롭게 밝혀진 그 기간 중 당시 미국 대통령 부인 초청연회도 공사관에서 개최되는 등 활발한 대미외교의 장으로 활용됐던 사실도 추가 확인됐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수교를 맺고 처음 공사관 업무를 보았던 제1차 주미워싱턴조선공사관(운영 : 1888.1.19~1889.2.12) 터, V. S. Fisher(일명 皮瑞屋)의 집에 사무실을 임대해 공사관을 운영했으며, 현 공사관(2차)과 남서쪽으로 2블럭 가량 떨어져 가까이 위치했으나, 지금은 헐리고 고급 아파트가 들어선 상태다. (현위치 : 1513 O street, Washington D.C.)

지금까지 공사관의 개설 및 운영 시점은 공사관의 현지 등기완료일인 1891년(고종 28년) 12월 1일을 기준으로 삼아왔지만,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소 소장 문서자료 등을 통한 문헌 및 현지조사로 공사관 운영 시점은 당초보다 2년 10개월 앞선 1889년 2월 13일부터였던 것으로 밝혀지게 된 것이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최근 워싱턴 D.C. 현장방문조사와 국내외 문서 및 사진자료 대조 작업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개국 ᄉᆞ백구십팔년 ᄉᆞ월초구일’(양력 1889. 5. 8), 현재 워싱턴 주미공사관 현관 계단에 (左로부터)참무관 이완용, 서리전권공사 이하영, 서기관 이채연, 참찬관 미국인 H. N. Allen 4명이 찍은 기념사진이다.(추정) 건물 옥상에는 국기게양대와 태극기(‘국긔’라고 표기)의 모습이 보이고, 현지 고용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함께 서있다.

기존에 공사관 개설 및 운영시점을 1981년 12월 1일을 기준으로 삼아왔지만,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와 연세대학교 박물관 소장하고 있는 공사관 현관 계단에서 이완용, 이하영, 이채연, 고종의 어의 역할을 했던 미국인 알렌 등 4명이 찍은 기념사진이 그간 ‘의문의 사진’으로 남아왔었다. 이 사진의 촬영시점이 그간 알려졌던 공사관 매입시점과 달라 의문점이 제기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소에서의 문서 자료와 이하영, 이완용 등의 여권 출입국 자료 등을 통해 공사관 이전 후, 약 석 달 뒤 촬영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아울러 조사단은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소 소장 문서 자료와 현장 실사 작업을 거쳐 미국에서 최초로 개설된 조선 공사관의 터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곳은 현 공사관이 개설되기 이전에 1년간 공사관 업무를 보았던 곳이다.

최초로 개설됐던 공사관 건물은 조선에서 임대 형태로 입주해 있었는데, ‘피서옥(皮瑞屋)’이라고 불렸다. 이는 알렌의 지인이었던 피셔가 소유했던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알렌일기'와 '박정양 전집 4권'에도 이런 사실들이 적혀 있다. 이는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소 소장 문서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주소와 현재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알 수 있었다.

그간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를 비롯한 국내외 연구자들에 의해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 바는 있으나, 현장사진과 함께 일반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 확인 결과, 최초의 미국 공사관 역할을 했던 건물은 이미 헐리고 지금은 고급 아파트가 들어선 상태이다.

더불어, 새롭게 밝혀진 이 시기에 공사관에서는 이하영의 초청으로 미국 대통령 부인을 비롯한 다수의 현지 저명인사들(국회의원, 고위관료, 각국 외교관 등)이 참여한 연회가 열리기도 했는데, 미국 대통령 부인의 외국 공사관 방문은 당시로서는 최초라 미국 현지 신문에 대서특필되는 등 워싱턴외교가의 화제거리였음도 확인했다.

이는 워싱턴 D.C.에 최초의 공사관을 사무소 형태로 개설한 지 1년 만에 단독건물 형태의 공사관을 새롭게 얻어 활발한 대미외교의 장으로 삼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 아니라, 나아가 당시 각국에 조선을 알리며 자주외교의 전초기지로 공사관이 적극 활용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공사관 운영 등과 관련해 새롭게 밝혀진 역사적 사실과 세부적인 내용들을 오는 10월 공사관 매입 1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