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큐레이터 토크 스물여섯 번째에서 소개할 전시는 2011년 6월에 열렸던 미디어극장 박준범 스폐셜데이다. 본 섹션에서는 작가가 2002년에 제작한 <창문>에서부터 2010년까지를 아우르는 작업을 선보였다. 박준범 영상의 주요 개념은 자신의 손으로 화면에 등장하는 공간의 모든 요소들을 재빠르게 바꾸어 최초 영상화면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구현해 내거나 현실과는 또 다른 시, 공간성을 구축해 낸다는 점이다. 마치 서양화가가 캔버스에 유화를 지속적으로 덧발라 화면을 구축하고 변경해 나가는 수행적 과정과 동일하게도 읽힐 수 있는 그의 영상 속 손의 개입은 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색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날로그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화작업은 아니지만 일련의 수동적(작가의 손으로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이미지 변형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에서의 경계에서 생산되는 시각적 메시지(시간의 개입이 드러나고, 장소가 변화는 기록을 영상작업 보여주는 메커니즘)를 전달한다.
우리가 오늘날 수없이 접하게 되는 광고, 미디어속의 세계는 인간의 논리와 힘으로 조작되어 수용되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이러한 방식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들을 마주하는 대중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 무비판적인 태도를 위하기 십상이다. 세상속에 미디어의 개입적 상황을 두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위의 두 가지 양면적 태도에 마치 일격이라도 가하는 것처럼, 박준범의 영상 속에 행위들은 때로는 무의미하거나, 때로는 대중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중들의 입장에 반성적인 태도를 취하게 끔하는 장치를 사용한다.
특히나 그의 영상은 주로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듯한 시각화를 전달하기도 하는데, 화면의 등장하는 실제크기의 사람, 건물과 오브제들이 마치 미니어쳐를 관람케끔 하는 상황을 연출시킨다. 위에서 다 지켜보고 있다는 시각전달을 매개로 마치 무언가에 의해 조작되는 장치들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전지적 시점을 제공하는가 하면, 또 다른 맥락에서는 거대한 구조와 장치들에 의해 반하는 태도가 한 사회 구조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무의미한 행동인지도 깨닫게 한다.
이처럼 박준범의 영상 메시지는 우리가 평소에 잊고 지낸, 심플하면서도 기본적인 사회구조의 계층과 규범, 규율 등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따라서 그의 영상속의 템포는 빠르고 질서정연하며, 마치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효과와 유사한 전달방식도 채택하고 있다.
* 박준범 프로필(2011년 기준)
개인전 7회, 그룹전 ‘Otherworldly: Optical Delusions and Small Realities(Museum of Arts and Design, New York, 2011)`, ‘Media Landscape, Zone East(Liverpool Biennale, Crypt Gallery ay the Contemporary Urban Centre, Liverpool, 2010)’, ‘Printemps Parfume’(Centre des Arts d’Enghien les Bains, France 2010)’, ‘Pete and Repete’(projectspace 176, London, 2009)’, ‘Thermocline of Art-New Asian Waves’(ZKM, Karlsruhe, 2007)’, ‘UrbanReViews: Seoul(ifa gallery, Berlin, Stuttgart, 2007)’, ‘Projected Realities(Asia Society and Museum, New York, 2006)’, ‘believe it or not(Kunstraum Kreuzberg / Bethanien, Berlin, 2004)’, ‘fast forward ( Nassauischer Kunstverein-Wiesbaden, Wiesbaden 2004)’, ‘playing with scale’, Centro Galego de Arte Contemporanea, Galicia, 2002)’, Retouch( Gallery Koch und Kesslau, Berlin,2002)’외 다수의 단체전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