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남서울생활미술관의 첫 발걸음 '무형문화재 초대전'
[전시리뷰] 남서울생활미술관의 첫 발걸음 '무형문화재 초대전'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04.3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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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 과천시설관리공단

서울 사당동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인 남서울미술관에서 전통공예 200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남서울미술관은 지난 1월 ‘한글기획전’으로 미술 분야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의 역사를 예술로 바라볼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전시 또한  ‘생활미술관’이라는 미술관의 변화를 시도하며 전통공예와 디자인을 예술로 소통하는 또 다른 방식의 전시로 고미술을 연구하는 필자에게 기획부터 신선하다.

최근 전통공예와 디자인을 결합한 전시가 다양한 형태의 페어와 축제로 소개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서울디자인페스티벌’과 ‘공예트렌드페어’가 아닐까싶다. 이 두 전시는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라는 매력을 살려 고가의 장식품이 아닌 실생활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똑똑한 공예품들로 개성을 살려내고 있다. 날이 갈수록 볼거리가 풍성해진 전시는 관람객 수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다. 공예와 디자인의 영역은 예술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는 지금의 미술 소비자, 대중의 코드와 딱 맞아떨어진다. 대중들이 ‘디자인’을 알아가는 전시로 일상 속에서 공예와 미술을 재미있게 보고 활용할 수 있게 예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공예를 소재로 한 전시는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예산업이 고급화와 희소적 가치를 따지는 대중들의 예술 소장욕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무형문화재의 전통공예기술과 역사성, 현대 디자인을 융합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예술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공예산업의 고질병인 방향성 논란에서도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공예전시의 과도기에 마침표를 찍고 대중과의 소통방식을 명확히 해가는 이 시점에 판매를 목적으로 한 전시가 아닌, 정식 미술관에서의 ‘생활미술’이라는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전시연출방식은 전통공예의 ‘아주 특별한’ 변화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한국적인 것’에 애정이 남다른 이들에게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존회 초대전’이라는 전시 타이틀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한다. 해가 갈수록 아트페어나 축제 전시장 부스에서 조차 자리확보가 어려웠던 무형문화재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이 될 수 있다. 전시에서는 23명의 무형문화재 장인이 참여했고 나전칠기, 옹기, 매듭, 침선, 소목,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주 등 전통공예 200여점이 전시됐다.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의 전시와는 달리 서울무형문화재 장인들과 살아있는 기예와 정수를 직접 미술관에서 예술로 승화된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적 감각을 살린 작품들이 눈길을 끌고 무형문화재의 전통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작품 보다는 동시대 전통기술 속에 디자인 된 공예품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나전장 정명채의 ‘장생 거북 문양 보석함’과 전통매듭으로 스탠드에 멋을 낸 매듭장 김은영의 작품, 흑백의 기하학 패턴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린 옻칠장 손대현의 장식장도 이목을 끈다.

전시는 꽃잎이 봄바람에 흩날리는 이 계절에 제법 잘 어울린다. 특히 벨기에 영사관(사적제 254호) 건물이던 단아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남서울 미술관은 과거 벨기에 영사관으로 쓰였던 건물로 전통공예를 생활미술로 소개하기에 잘 어울리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길게 뻗은 복도와 높은 천장, 실내 기둥과 벽난로 등의 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생활미술을 소개하기에 적합한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나무 바닥에 고풍스러움도 2층 계단 창문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미술관 뒤뜰 벚꽃도 커다란 미술관 창문이 절묘하게 한 폭의 그림처럼 작품으로 와닿는다. 서울 한복판에 푸른 잔디와 수목으로 된 야외 뜰을 지나 고전주의 19세기 건축물 속에 전통공예는 또 다른 현대미술과 소통하는 특별한 예술 공간이 되었다.

누구나 과거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다. 미술관은 전문가가 아닌 대중에게 전시를 보여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전시에 있어서는 생활미술관이라 하여도 그에 대한 배경지식을 요하는 전시라면 민속박물관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생활미술관이 전통문화를 예술로 승화시켜 전시를 연출했다면 이 또한 여느 미술관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생활미술관의 역할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의 대중과 소통하는 수위조절에 각별해야 할 것이다. 전시의 소재를 선택하는 데에도 소재의 참신함과 기발한 콘텐츠 개발이 핵심이 될 것이라 짐작해 본다. 이러한 점에서 남서울 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생활미술관으로 전환 후 기념할 수 있는 첫 전시라 그 의의가 있고, 첫 주자가 무형문화재의 예술적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함을 소개하고 있어 앞으로 생활미술관의 발전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