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인터넷서점에게 ‘계륵’인가?
도서정가제, 인터넷서점에게 ‘계륵’인가?
  • 이푸름 기자
  • 승인 2013.04.3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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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도서정가제 놓고 출판가 VS 인터넷서점가 ‘엎치락뒤치락’

10% 도서정가제를 놓고 출판가와 인터넷서점가가 샅바를 단단히 잡고 ‘엎치락뒤치락’ 오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출판가는 10% 도서정가제만이 살 길이라며 국회에서 발의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크게 반기고 있다. 인터넷서점가는 이와는 달리 10% 도서정가제가 독자와 책을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며 반기를 들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서정가제. 출판가와 서점가에 화두로 떠오른 ‘도서정가제’는 과연 인터넷서점가에 있어서 ‘고기를 먹자니 뼈가 걸리고, 안 먹자니 살이 아까운’ 그야말로 ‘계륵’인가. 한때 10% 도서정가제에 찬성했던 몇몇 인터넷서점들까지도 갑자기 도서정가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드높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도서정가제는 지난 9일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출판법) 개정안에 들어 있다. 이 개정안에는 신간 도서 할인율 최대 19%에서 10%로 제한과 신간·구간 18개월 기한 구분 폐지, 마일리지·할인쿠폰 제공 폐지 등이다. 이는 신간·구간 관계없이 도서할인율을 10%로 묶고, 인터넷서점에서 꾸리는 마일리지나 할인쿠폰을 없애자는 것이 뼈대다.

출판계는 ‘출판문화살리기 비상대책위’를 꾸려 도서정가제 개정운동을 벌이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인터넷서점들의 지나친 할인경쟁 때문에 다양하고도 좋은 도서가 잘 나오지 않고, 이 때문에 중소형 출판사와 서점들은 고사 직전”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빨리 처리해야 중소 출판사들과 서점들이 더불어 사는 길”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지난 17일 도서정가제 강화 법안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알라딘은 “도서정가제처럼 책 판매가를 올려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발상에는 찬성할 수 없다”며 “스마트폰이나 게임, 영화 등으로 밀려난 책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은 물론 싹을 내리기 시작한 전자책 시장에도 버거운 짐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알라딘은 “일본 출판시장은 완전 도서정가제가 실시된 2003년 이후 서점이 매일 평균 1.2개씩 폐업, 지난 10년간 서점 수가 28%나 감소했다”며 “같은 기간 한국 서점 감소 비율 22%보다도 높다”고 설명했다.

신간·구간 18개월 기한 구분, 신간 도서 할인율 상한 10% 제한에 찬성했던 몇몇 인터넷서점들도 ‘마일리지·할인쿠폰 제공 폐지’에는 반대하고 있다. 마일리지까지 주지 말라는 것은 기업끼리 경쟁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고, 독서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려면 도서정가제보다 연말 정산 때 도서구입비 세액 공제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박형동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이에 대해 “관련 부처 의견을 조회하고 국회 논의와 공청회 등을 통해 입장을 조율할 것”이라며 “독서율이 떨어지는 것은 국민들의 책 수요가 떨어지는 게 문제인데, 독자를 끌어들이는 데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판사는 책을 만들고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지 않는다면 서점이란 있을 수가 없다.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출판사에서 아무리 좋은 책을 많이 만들어도 책을 팔 곳이 없다면 그 책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출판사와 서점이 서로 티격태격하지 말고 하루속히 악어와 악어새처럼 더불어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