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형주 육군 제7보병사단 감찰참모
인터뷰-이형주 육군 제7보병사단 감찰참모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글 윤다함 기자
  • 승인 2013.05.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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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제7보병사단이 전군 최초로 도입한 ‘아미북스타트(Army Book Start)’ 운동은 책과 함께 하는 군 생활을 목표로, 7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생 및 전역병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하고, 21개월 군 생활동안 책 200권 이상 읽기를 장려하는 문화운동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매 분기마다 독후감경연대회를 열어 우수작에는 표창과 더불어 수상자에게는 휴가를 제공하는 등 병사들에게 독서의 계기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만 1084편의 독후감이 접수되는 등 병사들의 독서열도 뜨겁다.

이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형주 감찰참모는 병사들의 정서적인 안정과 이상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독서를 권하기 시작했다. 양서를 접하면 심신이 안정돼 자신을 컨트롤 할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운동 전개 이후, 병사들 간의 사이도 좋아졌으며, 웃음도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병사는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입대해 진로, 취업 등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독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살펴보며, 꿈을 찾기도 한단다. 청년의 발전은 곧 국가 경쟁력을 뜻하기에 국가 발전과도 연관되니 ‘아미북스타트’ 운동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국민문화운동으로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병사들은 머리가 고픈 것이라며, 군에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간식 대신 책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하는 이형주 감찰참모를 만나 ‘아미북스타트’ 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아미북스타트’ 운동을 펼치고 있다. 소개 부탁한다.

“군 생활 21개월, 90주, 630일… 짧지 않은 이 시간은 남자의 인생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요즘 남자 아이들의 주문화가 먹고, 마시고, 컴퓨터 하는 게 전부더라. 그 이상은 모르던 아이들에게 입대 후 신병수료식부터 책 읽기를 권장하고, 최소 하루 1시간씩 독서시간을 부여한다. 병사들만 꾸준히 따라와 준다면 군 생활 내내 100권, 많게는 200권도 읽을 수 있다. 이는 창조경제와 상생력과 연결되고, 지식을 배양해 국가 발전에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지 않을까. 병사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함께 운동에 동참하도록 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님들은 책을 모아 증정해주시고, 그게 언론에 알려져서 단체에서 관심도 가져주고 해 1년 만에 2만 권 이상을 확보했다. 또한 군 최초로 신병들과 전역병들에게 입·제대 시 책 한 권씩 나눠주고 있기도 하다.”

   
▲장병들에게 책읽기를 장려하는 '아미북스타트(Army Book start)'운동을 펼치고 있는 육군 제7사단 이형주 감찰참모

-이 운동을 제안하고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병사들에게 하루 1시간 의무적으로 자기개발 시간을 부여했는데, 정작 뭘 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그냥 허비하더라. 혹은 영어공부나 자격증 준비를 하던데, 좋긴 좋지만 군대에서는 훈련 때문에 공부하는데 있어서 연속성이 떨어지고 단절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단장님과 고민 끝에 이 운동이 만들어지게 됐다. 도서관을 만들고 독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부대 내 당구장을 없앴다. 처음에는 반발이 엄청났지만, 도서관을 꾸준히 다양한 책들로 채워가고, 독서시간을 따로 부여하니 자연스레 도서관을 찾는 병사들이 늘어갔다. 나중에 내가 대대장을 마치고 나올 때 병사들에게 물었더니 군 생활 중 도서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하더라.

군에 오기 전, 아이들은 오로지 좋은 대학만을 꿈꾸며 그것에만 매달린다. 그것 때문에 자기가 진정으로 잘하고 좋아하는 건 모르는데, 병사들보면 명문대생은 극히 일부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아이들이 실패자인가? 그 아이들은 아직 자기가 잘하는 걸 찾지 못한 것뿐이다. 그러던 아이들이 잘 읽지 않던 책을 군에 와서 읽고 교육받으며 자기 꿈을 찾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보다 가치 있는 일이 있겠나. 토익공부 2년 동안 해서 50점 겨우 올리던데, 영어로는 이미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아이들과는 경쟁할 수가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독서에 힘 쏟아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게 보다 더 엄청난 수확일 거다. 더군다나 요즘은 신입사원 선발 기준도 점점 변하고 있지 않나. 학벌과 영어실력 외에 따뜻한 가슴과 자기가 잘하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한 이 시대에 유일한 경쟁력은 독서라고 본다.”

-책을 가장 많이 읽은 병사는 얼마만큼 읽었는지 궁금하다.

“군 생활동안만 500권 가까이 읽었던 병사가 있었다. 많이 읽었다고 하는 아이들은 200권정도 읽고 제대한다. 병사들에게 졸더라도 그냥 졸지 말고 책을 보다가 졸아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웃음) 그렇게 책 읽으라고 해도 100권 이상 읽고 나간 아이들은 실은 1~2%밖에 안 된다. 아이들 대부분 10~20권정도 읽는 것 같다. 그러면서 많이 읽었다며 만족하더라. 한 달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다시 공부하러 학교 간다는 게 말이 되나 싶다. 고작 20권에 만족하지 않길 바란다.”

-독서가 자기계발 외에 군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면담할 때면 항상 책 얘기를 물어본다. 책에 관해 서로 의견도 나누고…. 통상 군 생활 면담은 병사의 약점을 갖고 이어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병사들도 면담을 꺼려하고, 말하기 싫어하곤 했다. 하지만 난 오히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먼저 물어봐주고, 목표를 궁금해 하니까 아이들 눈빛이 달라진다. 대대장이 먼저 그런 걸 물어보니 자기들이 먼저 술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책을 통해 아이들이 목표를 다잡기도 하고,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목표를 세우기도 하더라.

그리고 부대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아이들 대부분이 화천에는 처음 와보는 건데, 물 좋고 공기 좋은 이곳에서 훈련에 치여 아름다운 풍광을 봐도 제대로 보지를 못하더라. 하지만 독서를 한 후로 아이들의 가슴이 따뜻해지고 웃음이 늘어가는 게 보인다. 또한 좋은 책은 수 십 권을 구매해 전원이 읽게끔 제공하고 일주일동안 읽은 후 서로 느낀 바와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따뜻한 내용을 담은 책일수록 아이들이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욕이 버릇이던 아이들도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지며 말을 할 때 신중하게 되더라.”

-병사들이 독서삼매경에 빠져가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겠다.

“처음에는 그저 병사들이 책을 좀 읽게 해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였는데, 도서관이 병사들 생활에 중요한 것으로 자리 잡으니 마침 사단에서 시행하고 있던 ‘목표지향적 자기 개발’과 연계해 보다 더 체계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단장님도 흔쾌히 응해주셨다. 그래서 ‘골든브릿지’라는 도서관을 구축해 현재 39개가 운영 중이다. 문학·역사·철학 관련 책을 100권, 200권씩 읽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책 읽는 습관을 길들이는 게 어렵지, 그 후에는 얼마든지 읽을 수 있게 되더라. 책을 읽은 아이들의 눈빛이나 생각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확연히 다르다.”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전역 전까지 1천권의 책을 읽을 목표를 세웠다는 이형주 감찰참모. 장병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독후감경연대회도 연다고 들었다.

“매 분기마다 하고 있다. 병사들에게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하게 됐는데, 초창기에는 29명이 접수했는데, 이번 1/4분기에는 무려 460편이 출품됐다. 참모들 20명이 모여 심사를 해 총 10편을 뽑는다. 아이들이 보통 자기개발서를 많이 읽어 그와 관련된 독후감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인문학, 역사, 철학책 독후감을 우선 선발하고 있다.

특히 역사 인식이 올바르게 서야 국가에 충성할 수 있는 것이기에 역사책 독후감을 눈여겨본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군 생활 중에 읽어서 쓴 독후감은 확연히 다르다.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는 부분이 많아 나 또한 심사하며 읽으면서 병사들의 때 묻지 않은 시각을 보니 흐뭇하기도 하고, 나도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깨닫기도 한다. 글도 잘 써서 국방일보 독후감 소개 코너에 보내볼 생각이다. 경연대회 수상작을 모아 책으로 내놓았다.”

-책 구입 예산은 어떻게 되나?

“예산은 따로 없고, 국방부가 자체 구입한 책을 중대별로 20권정도 배포한다. 대대장들이 알아서 운영비 중 일부를 책 구입에 쓰는 거다. 대대장들의 성향과 재량에 따라 책 구입량이 다르다. 보통 운영비는 먹는 데 많이 쓰곤 하는데, 나는 책 구입에 가장 많이 썼다. 특히 베스트셀러 같은 경우는 꼭 구매해 아이들이 읽게 해줬다”

-병사들이 원하는 책이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하나?

“부모님들께 부탁한다. 아이들이 읽고 싶다고 하면 안 보내주실 부모님 안 계시지 않나. 또 병사들에게 직접 책을 구매하라고도 권한다. 자신이 책을 직접 골라서 읽는 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봉급 중 10~20%를 책 사는데 투자하라고 한다. 사단 내에서 책들을 순환하고 있긴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직은 대형 도서관처럼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기도 하고…. 책이 보다 더 원활하게만 공급된다면 그런 시스템이야 바로 도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책이 기증하기에 적합한가?

“특별한 조건이나 분류는 없다. 책에 있어서 좋고 나쁨이 있겠는가. 꼭 신간일 필요도 없고 말이다. 오히려 옛날 문학전집이나 고전문학 서적이 필요하다. 또한 병사들뿐만 아니라 군인가족들을 위한 유아책도 환영이다.”

-‘아미북스타트’ 예비 기증자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세상이 너무 급변하는 탓에 읽었던 책을 계속 읽는 것보다는 순환이 필요한 것 같다. 전방에서 고생하는 장병이 누군가가 보낸 책을 읽고 자기가 잘하는 걸 찾았다고 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있겠나. 매주 책을 기증해주시는 목사님도 계시고, 대학교에서도 꾸준히 책을 보내주신다. 국회도서관과는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여기에 함께 동참해주시길 바란다. 언젠가는 이게 국민문화운동으로 자리 잡을 있도록 말이다.”

-참모님의 독서생활은 어떤지 궁금하다.

“난 하루에 한 권씩 읽어 전역 때까지 1천 권을 읽는 게 목표다. 다짐한 날짜로부터 지금까지 50권을 읽었어야하지만 현재 20권밖에 못 읽었다.(웃음) 대대장하면서부터 책을 더 많이 읽기 시작했다. 병사들보고 백번 말하는 대신 나부터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먼저겠더라. 내가 먼저 읽어 책 내용을 간파한 후 병사들에게 권해야 하고 그러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장병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군 생활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고,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면 21개월이란 시간은 결코 허송세월이 아니다. 그걸 깨닫는 건 오로지 독서뿐이다. 책을 죽기 살기로 읽어야 한다. 제대 후 복학하면 다들 돈 벌려고 하는데, 아르바이트나 장학금 둘 중 하나더라. 제대 후에는 책 읽을 시간이 더더욱 없는 거다. 남들 모두 하는 영어나 자격증에서 경쟁하려고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책을 읽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