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서울발레시어터 ‘비잉(Being)’
[공연리뷰] 서울발레시어터 ‘비잉(Being)’
  • 김인아 기자
  • 승인 2013.05.14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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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의 현존(Being)을 확인하는 무대

2011년 하반기 강동아트센터 개관 기념으로 수정·보완하여 제작된 서울발레시어터(SBT)의 ‘비잉(Being)’이 3년 연속 강동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2013 제2회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GDF)에 재초청된 이 작품은 지난 5월 11일부터 12일 이틀 동안 총 3회에 걸쳐 대극장 한강에서 공연됐다.

1995년 서울발레시어터의 창단과 동시에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은 ‘Being Ⅰ’을 창작했고 이후 1996년에는 ‘Being Ⅱ’, 1998년에는 ‘Being Ⅲ’를 연달아 내놓으며 3막 작품을 완성했다. 현존(Being) 시리즈가 시간차를 두고 만들어진 만큼 각 장의 주제가 명확하고 무대배경, 의상 등의 작품 요소가 뚜렷이 구별되며 그 속에서 춤꾼들의 움직임도 다양하게 전개된다.

세 개의 막은 각각 ‘존재의 의미’ ‘혼란속의 삶’ ‘여정’을 주제로 하여 청춘의 열정, 사랑, 방황, 혼돈을 그린 뒤 구원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진정한 자유를 맞이하는 내용을 담는다. 어둠이 내려앉은 뉴욕의 어느 옥상을 시작으로 유리창이 듬성듬성 깨져있는 허름한 창고와 퇴폐와 쾌락이 공존하는 클럽, 마지막에는 어딘지 모르는 미지의 장소로 이동하며 작품의 극적 전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거기에 방황하는 젊음을 표출하기 위해 오토바이가 등장하는가 하면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인라인 스케이터들의 묘기에 가까운 장면, 탄성을 자아내는 공중 플라잉 장면 등을 연출하여 시각적 효과를 더한다. 특히 3막에 펼쳐진 공중 비상, 꽃가루가 흩날리는 피날레는 구원(salvation)과 자유를 매우 환상적으로 강조해냈다.

춤꾼들은 클래식 튀튀 대신 블랙 가죽 의상, 배꼽이 드러나는 화이트 탑과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무대를 종횡무진한다. 그들의 역동적인 군무는 ‘Being’이 보여주는 시각성의 정점일 것이다. 클래식 발레를 기본으로 현대무용과 재즈발레의 동작적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움직임이 강한 비트속에서 에너제틱하게 펼쳐지는 군무 장면은 그야말로 이 작품의 핵심이 되고 있다.

▲ 제2회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GDF) 초청작_ 서울발레시어터의‘Being’가운데 2막 장면 (사진=강동아트센터) 

이 시각성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데에는 록 음악이라는 탁월한 청각적 선택이 큰 역할을 했다. 시청각적으로 가장 뛰어난 구성력을 보이는 2막에서는 영국 록그룹 퀸(Queen)의 ‘돈 스톱 미 나우(Don't Stop Me Now)’ ‘언더 프레셔(Under Pressure)’와 같은 음악을 차용했다. 젊음을 상징하는 록음악의 특성이 젊음의 ‘Being’, 현존과 맞닿을 때 그 매력은 한층 배가되어 관객을 들썩이게 만든다.

퀸과 더불어 마이클 잭슨, 아바, 바네사 메이 등 여러 뮤지션의 음악 30여곡으로 작품의 줄거리를 전개하고 있어 이 작품에 댄스 뮤지컬과 같은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이밖에도 작품 ‘Being’은 록 발레, 익스트림 댄스 등의 장르적 부제가 따라붙는다. 기존의 발레작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음악구성, 강렬한 움직임, 무대장치 등이 새로운 장르적 부제마저 출현시킨 것이다. 게다가 청춘의 방황을 그리기 위해 마약 투여, 매춘부와의 정사와 같은 장면을 연출해 10여년 전 창작 당시에는 논란과 파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작품 ‘Being’이 10여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창작 당시만큼 새로운 감성을 자극해내고 있는가. 2011년 수정·보완된 버전에서 퀸과 마이클잭슨의 음악이 보강되었고 비보이와 인라인 스케이터가 가세했다. 공중 플라잉은 두 명의 무용수로 확대하여 아름다운 피날레를 담당하게 했다. 특히 이번 2013년 ‘Being’에서는 보스 역으로 박호빈 댄스시어터 까두 대표가 출연해 오랜만에 안무가가 아닌 무용수로 활약했다. 그는 젊은 무용수들이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와 연륜으로 보스의 캐릭터를 진중하게 그려내 보이며 작품에 보다 명확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다양한 캐릭터의 설정, 여러 움직임의 적절한 융합, 짜임새 있는 줄거리와 음악 구성 등은 이 작품의 작품성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여전히 파격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논란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작품 ‘Being’은 공연 당시의 춤 흐름에 맞춰 새 버전으로 수정·보완 가능하며 작품성을 갖춘 서울발레시어터의 대표 레퍼토리임에 틀림없다. 작품성의 공인은 강동아트센터가 3년 연속 이 작품을 초청함으로써 입증되고 있지 않은가.

한편 서울발레시어터는 1995년 창단, 내후년에 20주년을 맞는 민간 발레단체이다. 지난 5월 7일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 학술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한 서울발레시어터의 김인희 단장은 민간 발레단체로서의 행정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무용지원정책의 제도개선에 노력이 필요함을 피력한 바 있다. 더불어 강동아트센터는 5개 민간발레단체(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이원국발레단, 서발레단, 와이즈발레단)와 교류협력을 체결, 이들의 공연을 지원하며 오는 6월 25일부터 매달 1회씩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