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3) -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야 할 지리산 남악제
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3) -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야 할 지리산 남악제
  •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3.05.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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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지난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지리산 남악제에 다녀왔다. 이미 69회를 맞은 구례군의 축제이자 제32회 군민의 날 행사도 함께 열렸다. 전국의 어지간한 축제들은 대개 가 보았지만 남악제에 직접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다. 유래가 깊은 축제를 처음 견학하고서야 필자의 평소 게으름을 자책했다. 아울러 구례군 측에서 장차 전국적인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삼국사기』권제32 잡지제일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보인다. 대사(大祀)를 지내는 삼산은 나력(현 경주), 골화(영천), 혈례(경주)이고, 중사(中祀)를 지내는 오악은 동쪽 토함산(청도), 남쪽 지리산, 서쪽 계룡산, 북쪽 태백산, 중앙 부악(대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통일신라시대부터 지리산 남악제는 국가적인 제사로서 중시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남악제는 줄기차게 계속되었고, 1908년 망국의 혼란 속에서 불행하게 단절되었다. 1945년 구례의 유림들은 남악제를 복원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천년이 넘는 세월, 그간 제를 올렸던 사당은 천왕봉에서 점차 산 밑으로 이전되어 현재는 1969년에 신축한 화엄사 문전 건너편의 남악사(南岳祠)에 신위가 봉안되어 있다. 광의면 당동에는 조선시대 사당의 구지가 산기슭에 그대로 남아 있다. 제삿날인 20일에는 봄비가 촉촉이 내렸다. 골안개 속에 꽃이 만발하고 어린 나뭇잎이 피어나는 지리산의 풍치는 과연 천하의 명산임을 실감케 했다. 때마침 곡우절이었는데, 이렇게 곡우절을 제일로 삼은 것은 비가 내리고 봄날이 화창해지며 파종을 비롯한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를 잡은 것으로 여겨지고, 주민과 나라의 풍년을 기원하는 국민적인 염원을 산신께 기원해 온 데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19일 군민의 날 행사는 근래에 보기 드믄 성황으로 주민들의 저력을 과시했다. 구례 인구는 2만7천여 인, 과거의 3분의 1로 줄었다. 이렇게 인구가 적은 구례의 군민들이 모두 한 자리에 다 모인 듯한 행사에서, 1읍 7개면에서 출전한 선수들이 축구, 씨름, 게이트볼, 단체줄넘기, 족구, 남녀4백미터계주 등을 겨루었다. 주변은 온통 응원과 웃음 소리로 가득했다. 특히 종합운동장에서 오전에 열린 읍면입장식은 실로 장관이었다. 지역적인 장기와 특산물을 소재로 가장행렬을 벌이는 것인데, 질서 있는 단결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여 큰 박수를 보내고 싶은, 흥겨운 행사였다.

20일 오전 10시에 남악제가 엄숙하게 봉행되었다. 제의에 앞서 약 1킬로에 이르는 거리행렬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복색과 무기를 든 병졸들과 군마, 유림 원로를 태운 가마, 각종 읍면기를 앞세운 주민들이 비를 맞으며 사당을 행해 긴 행렬을 이루었다. 행진을 따라간 필자 역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식전행사로 춤과 식후행사로 제례악이 헌정되었다. 이어서 지리산에서 채취한 야생차 시음식이 있었다. 제례 자체는 간단히 끝났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의 그윽함을 사람들에게 함께 전해주었다. 20일에 공연된 거석마을 전래민요, 잔수농악, 남원농악, 호남여성농악은 남악제 행사만의 자랑거리이자 최고 절정이라 할 정도로 향토적인 가치와 놀라운 기량을 과시해, 참가자들을 흐믓한 행복감에 젖게 했다.

이처럼 오랜 전통과 역사적인 의의, 주민들의 활력과 우수한 기량을 간직한 남악제가 왜 지금까지 지역의 축제로만 전승되었는지 안타깝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중요무형문화재로 보전되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보다 역사가 짧고 새로 만들어진 축제들도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들이 적지 않은 실정임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미래의 큰 일들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군민들의 확고한 역사인식, 문화적 자긍심과 적극적인 참여 노력, 그리고 폭넓은 전문가들의 의견 수렵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구례군과 남악제의 획기적인 발전을 충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