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100년 전 '적벽돌 하수관거' 문화재 지정 추진
市, 100년 전 '적벽돌 하수관거' 문화재 지정 추진
  • 권지윤 기자
  • 승인 2013.05.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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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례 찾기 어렵다는 희소성 등 역사적 가치 높아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중구 을지로입구역 주변(남대문로)에서 발견된 근대식 적벽돌 하수관거 외 1900년 전후의 근대배수로 2곳(서울광장 밑·덕수궁 내)을 추가로 발견해 문화재 지정을 추진한다.

남대문로 하수관거

이들 하수관거가 문화재로 지정되면, 국내 최초로 하수도 시설물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이며 또한 국내 최초의 지하시설물 문화재가 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근대식 적벽돌 하수관거가 발견됨에 따라 추가 조사를 실시해 덕수궁 내와 서울광장 아래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배수로를 발견했으며, 그 중 서울광장과 남대문로 하수관로 2곳에 대해 문화재 지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발견된 하수관거 총 3개소는 △1910년 전후 만들어진 서울광장 밑 근대 적벽돌 하수관거(227m) △1910년 전후 만들어진 남대문로 밑 근대 적벽돌 하수관거(601.3m) △조선말기 만들어진 덕수궁 내 석축식 하수관거(290m)로서, 3곳 모두 현재까지 그 일대의 빗물과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물길로 사용되고 있다.

시는 이들 하수관거가 ①서울을 도읍으로 한 조선 개국 이래 수백 년에 걸친 하수체계와 물길을 근간으로 근대적 기술을 도입해 재구축했다는 점 ②국내의 다른 곳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 따른 희소성 ③숨겨져 있던 근대 하수도 기술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져 우리나라 토목기술사에 중요한 의미를 준다는 점 등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문화재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근대 적벽돌 하수관거」를 서울특별시 기념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

또한 이들 하수관거는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광통교지, 수표교지 등의 유적이 있는 청계천의 지류로서 청계천의 역사와 연계해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더해 국내 최초의 지하시설물 문화재인 만큼 현재 규정 등이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어 문화재지정 시 별도 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시는 하수관거 문화재지정과 더불어 시민들에게 역사적 가치가 있는 근대 하수관거를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기존 문화재와 달리 땅 속에 있고 현재 하수가 흐르는 하수관이기 때문에 시민에게 공개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으나, 시민청 등 공간을 활용해 모형을 전시하고 탐방을 원하는 시민이 가이드와 함께 직접 땅 속의 하수관을 걸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프랑스. 일본처럼 하수도 박물관에 전시해 하수도의 역사를 시민에게 널리 알릴 예정이며, 시는 향후 중랑물재생센터에 하수도박물관을 추진할 계획이다.

1910년 전후에 설치된 서울광장 근대 적벽돌 하수관거는 서울광장 남서쪽 모서리에서 시작하여 시청의 정면 가운데로 흐르며 최종적으로 청계천으로 합류한다. 간선은 직경 1.81m, 1.92m, 2개의 지선은 1.46m, 0.93m, 주재료는 적벽돌이다.

벽돌쌓기, 계란형 벽돌쌓기 등 하수량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원형암거 하부 절반 부분은 미리 벽돌을 20㎜정도 뒷물려 쌓고 표면을 다시 그 두께만큼 모르타르를 발라 하수가 원활이 흐르도록 했다.

지선과 간선이 합류하는 지점은 암거와 동일한 벽돌식, 혹은 콘크리트구조로 부분 변경해 부드러운 유선형 곡선을 이루어 하수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관경 확대를 위해 쐐기형 벽돌을 사용하는 등 기술적으로도 우수해 보존가치가 높다.

1910년 전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남대문로 근대 적벽돌 하수관거는 을지로입구 사거리에서 한국은행 앞까지 약 554m에 걸쳐 이어져 있으며 하류구간 길이 144m, 내경 1.46m, 상류구간 길이 11.5m, 내경 1.37m이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 소광통교 위치의 길이 27.3m, 폭 6m의 석축과 삼각동 방향으로 폭 400mm, 높이 835mm, 길이 20m의 벽돌 배수로가 조사됐다.

기본 구조는 원형의 벽돌 조적식 구조로 시청광장의 하수관거와 유사하지만 상부 절반은 적벽돌을 이용하고, 물과 맞닿는 하부 절반은 벽돌 대신 반원형의 콘크리트 구조를 채택한 점이 또 다른 특징이다.

또한 남대문로 하수관거의 하류에서 발견된 석축은 원래 조선시대의 소광통교가 있던 자리로 근대시기에 건축된 호안석축이다. 석축 남측의 남대문로 하수관거와 연결되는 입구시설은 총 18개의 화강암 석재를 정교하게 다듬어 둥근 원형으로 쌓아 만든 것으로 기술적 가치가 매우 높으며, 당시 하수관거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는 유적이다.

조선시대 말기에 설치된 덕수궁 내 석축식 하수관거는 덕수궁의 남쪽 영역에 위치하며, 지면에서 평균 0.68m 하부에 위치하며 길이 290m, 크기 1.9~2.2×1.1~1.7m, 3~4단의 화강석 석축(장대석 등 석재)로 만들어졌다.

석재천정 유구, 교각 유구, 덕수궁 내 여러 건물과 연결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선 유구 등 전통 기법이 적용된 다양한 유적이 발견되어 덕수궁 역사와 변천 연구에 소중한 자료로 쓰일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