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리듬은 유연함이며 자유로움이고 질서이다
[음악칼럼] 리듬은 유연함이며 자유로움이고 질서이다
  •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 승인 2013.05.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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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노바아르테 음악감독)
그리스 말로 ‘흐르는 것’이라는 뜻을 가진 일반적인 리듬의 의미는 긴장과 이완의 교체라 하겠다. 호흡, 일의 리듬 그리고 자연에 있어서 하루 혹은 계절의 변화 등이 그러하다. 리듬이 운동, 시간, 공간에 관련된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어떤 관련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은 시대나 민족 또는 개인의 견해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인간의 운동 속에 질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의미는 각별한 것이다. 감각에서의 리듬과 조화는 즐거움과 결합되어 있다.”라고 플라톤은 <노모스>(법률편)에서 리듬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정의를 ‘운동의 질서’로 말하였다. 그리고 에드가 윌렘스(Edgar Willems)는 “리듬이란 운동과 질서 사이의 관련성이다.”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철학자 클라게스(Ludwig Klages)는 리듬은 살아있는 원리인 영혼에 대응하는 것으로서 자유롭게 살아있는 것이라고 정의하였고, 그레고리오 성가에 있어서의 솔렘창법의 기초를 닦은 모크로(Andre Mocquereau)는 리듬을 아르시스(비약)와 테시스(휴식)로 정의하였다. 이와 같은 정의는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 즉 공간예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리듬의 분야에 해당되기도 한다.

음악에서의 리듬은 박절의 자유로운 결합을 의미하며, 음들의 지속과 진행을 이루는 질적인 근본요소이다. 마디, 박절, 박자에 비해 보다 우월한 질서라 할 리듬은 도식적인 음의 결합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될 수도 있고 긴장과 이완이라는 면에서도 임의롭다. 그러므로 박절 없는 음악이라든가, 박자 없는 음악, 심지어 마디가 없는 음악도 있을 수 있지만 리듬이 없는 음악이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정확한 의미의 파악이 없이 관용적으로 리듬이란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리듬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선 리듬은 흐르는 것이다. 즉 유연함이다. 어느 틈엔가 우리는 생각의 유연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특히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갖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문명의 이기들의 등장과 그 침투성으로 인해 생각이 점차로 고착되어 가고 있는 것만 같다. 나의 생각의 폭을 확장하기 보다는 타인에 의해 가공된 생각들을 마치 나의 생각인양 착각하는 대중 속에 있지 않으면 마치 도태라도 되는 것만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 작금의 세태로 보인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이 이제는 인스턴트 생각으로까지 되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요즘 회자되는 ‘창조경영’ 이나 ‘창의적 사고’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생각의 유연성이 아닐까? 생각이 유연해지려면 자유로워야 한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고 그 질서 위에 나만의 생각을 얹어야 한다.

작곡가들은 자신만의 리듬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연구한다. 선배 작곡가들의 작품을 분석하고 그리고 재배열하는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어 세상에 선보인다. 그냥 어느 순간 영감에 의해 툭하고 음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수많은 세월을 악기공부를 하고 악보와 책들 사이에 파묻혀 지낸 결과물이 하나의 작품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창조경영’이나 ‘창의적 사고’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유를 하려면 그만큼 많은 시간을 기초 지식을 습득하는데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투자도 없이 이것들을 얻으려 한다. 그저 어느 순간 무엇인가가 나오게 되는 것을 창의라 여긴다. 창의적 사고는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그것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나아가 내가 가진 기초지식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창조경영’이나 ‘창의적 사고’를 논하기에 앞서 기초지식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나는 감히 말한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야 한다.

리듬은 유연함이며 자유로움이고 질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