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화 쇼핑몰 ‘롯데피트인’ 동대문 상권 뒤흔든다
지역 특화 쇼핑몰 ‘롯데피트인’ 동대문 상권 뒤흔든다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3.06.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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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통 노하우 접목해 상권 전체 수준 업그레이드 기대

유통대기업 롯데가 패션 브랜드로 동대문 상권에 진출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유통대기업이 동대문 상권에 본격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지역에서 장기간 터를 잡아온 두산타워와의 맞대결이 주목된다.

롯데피트인 전경

롯데자산개발은 서울 중구 을지로 6가에 있는 옛 ‘동대문 패션 TV’ 건물을 ‘롯데 피트인(FITIN) 동대문점’으로 리뉴얼해 지난달 31일 개점했다. 피트인(FITIN)이란 이름은 ‘고객에게 꼭 맞는다’, ‘지역 특성에 잘 맞는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앞으로 다른 지역에도 피트인을 낼 예정이어서 동대문점의 성공여부가 향후 브랜드확대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롯데는 피트인의 기본개념을 동대문의 최신 트렌드에 롯데만의 백화점 노하우를 입혀 동대문 패션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존 동매문표 패션사업을 고수하고 있는 기존 상권과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피트인은 지하 3층부터 지상 8층까지 총 11개 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영업면적은 1만9500㎡(5900평)로 일반 백화점과 비교해 그리 넓지 않다. 반면, 점포 개당 평균 면적은 40㎡(12평)로, 매장이 크고 넓다는 인근 두타에 비해서도 두 배 수준에 이르러, 층고도 높고 복도도 넓어 기존 동대문 쇼핑몰 특유의 답답한 분위기가 전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롯데피트인 쇼핑몰 내부  풍경

1층과 2층에는 주로 도매만 하던 동대문 기반의 패션 업체들이 입점해 있고, 3층에는 홍대 앞·가로수길 등에서 인기를 얻은 업체들이 입점해 있다. 4층은 남성 의류 매장이며, 6층은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화장품·기념품 매장이 있으며, 7층과 8층은 식당가다. 지하 2층에는 롯데하이마트가 들어와 있어 생활 가전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했다.

특히 5층 ‘K-디자이너관’에는 이상봉· 진태옥· 신장경· 홍은주 등 한국을 대표하는 10인의 디자이너와 신진 디자이너 20명이 매장을 냈다. 각각의 매장 인테리어 또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옷 콘셉트에 맞춰 직접 설계에도 참여했다.

‘주주’의 홍은주 디자이너는 “그동안 콘셉트가 어렵고 고가인 디자이너 의류를 젊은 감성에 맞추고 가격도 낮췄다”며 “디자이너 옷이 비싸지만은 않다는 인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상시 패션쇼를 열 수 있는 공간인 런웨이가 설치돼 눈길을 끈다.
 
편의 시설은 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1층을 제외한 전체 층에는 발의 피로를 덜기 위해 카펫이 깔아져 있으며, 여성 화장실에는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드레싱룸이 마련돼 있다. 7층 푸드코트는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카림 라시드의 작품으로, 흰색과 연두색을 사용해 곡선으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더불어 180여 개 브랜드 중 60% 이상이 기존 백화점에는 없던 신규 브랜드로 채워지며, 일주일에 두 번씩 새 옷이 들어오는 ‘패스트패션’을 추구한다. 가격 정찰제도 시행한다. 가격대는 백화점의 40%, 아웃렛의 60% 수준으로 파격가에 판매한다. 아울렛은 이월상품 위주인데 비해 피트인은 신상품을 판다는 점에서 큰 차별화를 지닌다.

롯데 측은 올해 매출 13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고 밝혔다. 피트인의 등장이 과연 새로운 소비의 창조일지 혹은 기존 상권의 잠식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유통기업 등장에 인근 쇼핑몰들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이다. 특히 15년째 상권을 지킨 두산타워는 수성전략을 짜느라 부산하다. 두타만의 단독 매장을 확대하는 한편, 외국인 대상의 마케팅 강화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고객 편의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매장 개편도 준비 중에 있다.

인근 상인들은 피트인의 개점으로 인근 상권 전체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감을 동시에 내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트인의 개장으로 전통 재래시장 형태로 발전해 온 동대문 패션타운이 대기업간의 브랜드 경쟁구도로 이어져 중소쇼핑몰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근 상인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 ‘피트인’이나 ‘두타’로 유입될 것”이라며, “두 쇼핑몰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반면, 상권 전체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도 예측되고 있다. 기존 이미지로는 외부인구 유입이 힘들기 때문에 도심형 패션 타운이 조성되면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가 거대 자본력과 다양한 유통채널을 운영하며 익힌 노하우를 집결시켜 새로운 행태의 사업방식으로 경영에 나서면 주위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자산개발 측은 “피트인이 잘되면 동대문 상권이 넓어지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는 “두타 패션에서 시작해 장충동 족발골목까지 이어지는 관광벨트 조성에 ‘롯데 피트인’이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대문은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유일한 상권이자, 외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서 지하철 1·2·4·5호선이 통과해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다. 특히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드는 동대문 상권에 눈길이 쏠리며, 피트인의 설립으로 동대문 상권이 확대되고 브랜드 가치가 커져 명실상부한 ‘K-패션’의 원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