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특별기획] 흔들리는 한국문화사관학교 ‘한예종’ 무엇이 문제인가?
[단독-특별기획] 흔들리는 한국문화사관학교 ‘한예종’ 무엇이 문제인가?
  • 소정선 기자
  • 승인 2013.06.20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수선한 한예종..각종 비리,구설수로 곤혹

 

최근 문화 예술계의 이슈로 한국종합예술학교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세계대회의 입상 등 경사도 있지만 성희롱, 교수공채비리 등 비리, 구설수가 대부분이다. 문제의 원인분석에서도 “예술계의 관행이다, 보수정권의 도적적 해이다” 대립이 이어진다. 이에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최근 수년간 불거진 한예종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관계자들로부터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교수공채비리 의혹에 여교수 성희롱으로 해임.
예술계의 관행 Vs 보수정권의 도덕적 해이


‘한국문화예술 사관학교'로 불리는 한예종이 요즘 어수선 하다. 교수들의 퇴임공연 후원금 강매로 한차례 구설수에 오른 후 최근에는 여교수의 성희롱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여기에다 캠퍼스 이전을 둘러싸고 지자체간의 신경전이 불붙고 있어 한예종이 문화예술계의 이슈 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음대 부정합격 비리에다 무용원 교수공채 비리가 불거졌고 2년 전에는 4명의 학생이 잇따라 자살해 세인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다지 좋지 못한 일들로 학교의 이름이 알려진 사례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예술계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예종의 운영상의 구조적 문제에도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설립이후 기라성 같은 젊은 예술인들을 배출하면서 우리의 예술역량은 널리 알린 공헌도 크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이 빚은 일탈이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위상에 먹칠을 한다면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예종의 이러한 일탈을 MB 정권들어 이른바 ‘좌파인사 척결’바람이 불면서 정권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학교체제를 새로 구성하면서 초래된 구조적인 도덕적 해이의 문제로도 분석한다.  

서울 서초구에 자리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

□ 여교수의 성희롱 발언
여교수 성희롱..남녀학생에게 큰 상처 안겨

 성희롱은 주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하는 것이라는 상식을 깬 사건이다. A모 여자 교수가 남녀 학생들에게 입에 담지 못한 성희롱 말언을 한 것이다. 이 사실은 학생들이 총학생회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해당교수의 성희롱 발언에 모든 학생들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사적인 농담이 아닌, 여학생들이 동석한 상태에서 스승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한 남자학생은 '구멍' 발언에 대해 "담당 교수인데, 환장하냐고 묻는데 뭘라 말할 수가 없었다"며 "우리를 여자에 환장한 남자로 생각하는 것 같아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학생도 "남자 사이였다면 그렇다 칠 수 있겠지만 교수님은 분명 여자이고 그 말을 할 때 여학생들도 많아서 불쾌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발언은 단순한 성적 수치심을 넘어 20대 초반의 학생들에게 큰 상처가 된다. A 교수는 남학생 뿐만 아니라 여학생들에게도 이른바 '창녀' 운운 하는등 발언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발언을 했다. A 교수는 문제 불거지자 학생들에게 "기억 안 난다" 발뺌했으나 학교측은 해임 처분을 내려 일단락 지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에서 해당 교수가 수업과 공연연습 시간에 여러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과 폭언을 한 것으로 판단돼 해임 결정을 내렸다고 지난 5월 말 밝혔다. 그러나 이번 성희롱 발언으로 한예종의 명예가 크게 실추된것만은 틀림없다. 

성희롱 사건이 불거진 직후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해당교수의 해임을 촉구했다.

□ 무용원 교수공채 비리
관련 상임위..교수공채 심사측과 합격자간 커넥션 의혹제기
원장 일방주장으로 특정인에게 특혜 베풀어

 지난해 12월 불거진  "한예종 교수공채 비리 의혹"도 한예종 문제의 한 사례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홍지만(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8일 "작년과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공채에 비리 의혹이 있다"며 "한예종 교수공채에 대해 감사원의 전반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1년 1학기 한예종 무용원의 한국무용 전임교수 공채에서 심사위원을 위촉한 총장과 심사를 주도한 K원장, 합격자 J씨 간 커넥션 의혹이 있다"며 "합격자를 내정해놓고 공채는 형식적인 행위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1년 6월1일 1차 기초심사에서 K원장이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해 OㆍX로 심사했고 6월29일 2차 전공심사에서 지원자 J씨에게만 시간을 더 주는 특혜를 베풀어 J씨가 단독 선발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학교본부심사위원회, 총장 면접심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심사위원 의견을 학교 이미지를 내세워 묵살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 "2012년 1학기 한예종 무용원의 현대무용 전임교수 공채도 2011년 문제가 된 공채의 내부심사위원과 거의 같은 이들에 의해 `밀실 공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수의 후보자를 선정토록 한 심사 지침을 위반하고 단 1명만 선정했다가 문제가 생기자 공채 자체를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교수 채용비리는 해당 학교의 도덕성을 파악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한예종의 비리 등 뿌리 깊은 관행으로 이어진 것임을 암시한다.

□ 음대 부정합격 비리
뒷돈 받고 음대 부정입학 시킨 ‘한예종’ 교수 영장

 뇌물을 받고 합격을 시켜준 교수 비리도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음대 입시 준비생들에게 불법 교습을 하고, 수억원의 뒷 돈을 받아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에 부정입학까지 시킨 혐의(뇌물수수및 학원법상 교원의과외교습제한 위반)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원 A(44)교수를 지난해 4월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교수는 지난 해 입시 입시에서 B(22)씨를 부정입학시키는 댓가로 2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3월부터 10월까지 B씨 등 음대 입시준비생들에게 시간당 15만원씩 수십회에 걸쳐 불법교습을 하는 등 지난 2006년부터 지난 해까지 13명의 입시준비생으로부터 4000여만원을 받기도 했다. A교수는 실제 입시에서 자신이 가르친 제자 19명에게 최고점을 주고 한예종 음악원에 최종 합격시키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예종은 국립대학으로 국립대 교수의 과외 교습을 불법이다. 이번 사건은 예술관련 학교의 고질적인 비리로 한예종 교수의 도적적 해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A교수는 2004년에도 한예종 진상조사에서 입학생을 상대로 불법교습을 한 사실이 밝혀져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고 1년동안 입시평가 교수직도 내놓는 등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 교수 퇴임 후원금 강제
교수 퇴임공연 후원금 강제로 걷고, 티켓도 강매
구시대의 관행 재연..일류 학교 명예 먹칠

 지난해 국감에서 한예종에서 교수의 퇴임 공연을 위한 후원금을 강제로 걷고 티켓도 강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기현 의원(새누리당)은 한국예술종합학교로부터 제출받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민원 관련 특별 조사 결과보고서'를 확인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4월경 무용원 부교수 주도하에 공연비용 처리를 위해 통장을 개설했고, 퇴임 교수의 대한 감사의 표시로 졸업생들을 포함한 7명으로부터 100만원씩 총 1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 "무용원 소속 반주강사는 티켓판매를 관리하기 위한 통장을 개설하고, 공연장으로부터 공연티켓 전부(1142석)를 발권받아 무용원 학생들에게 직접 판매하게 하는 등 티켓 구매를 강요하여 3200만원을 입금 받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퇴임공연 티켓 강매 등은 다른 예술분야의 학교에서도 벌어지는 일부의 잘못된 관행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최고를 추구한다는 예술대학에서 구시대의 작태가 벌어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 낮아진 취업률
MB 정권이후 취업률도 반토막
새정권 운영진 마스터 플랜도 안세워


한예종의 취업률도 4년만에 반 토막났다. 지난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한예종의 취업률은 전 총장 재임당시인 2007년 83.3%였으나, 현 박종원 총장 취임이후 지난해 44.9%로 반토막이 났다. 진학률 역시 2007년 33.9%에서 지난해 18.3%로 추락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5년간 취업률과 진학률의 급속한 하락에도 불구하고 박 총장은 올 들어서야 취업진로대책을 마련하는 등 한동안 취업 및 진학에 계획이 없었다"며 "이는 학교 설립취지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광위의 전병헌 의원(민주당)은 "박 총장은 취임 이후 3년2개월 동안 학교 운영에 대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없는 상태로 학교를 운영했다" 무성의한 학교운영을 질타했다. 문방위 의원들은 "예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예종 교수공채에 대한 전반적인 문화부 감사 및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며 "또 잘못된 관행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예술계 지망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문화부가 앞장서서 제도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학교 이전문제
 과천시민 반대여전..고양시는 땅값 이견.
 대학측과 지자체의 기싸움 예견

학교 이전 문제도 한예종을 이슈 메이커로 부상시켰다. 물론 한예종 유치를 위해 과천시와 고양시가 경합하는 등 외면적으로는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이전과 관련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아 정부 여당과 지자체간의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도 크다. 또 다른 비리와 문제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과천과 고양시가 한예종 유치를 추진중이다. 과천시의 경우 송호창 의원의 공약집에서도 나와 있듯이 당선공약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과천주민들은 ▲ 질 높은 주거공간으로서의 과천의 장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과천의 세원을 확대하고 ▲과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는 시설의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예종의 유치를 적극 반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들은 한예총보다는 종합병원등을 선호하고 있다. 고양시는 적극적이다.

 경기도와 고양시, 도의회 김달수(민·고양8) 의원 등에 따르면 도와 시는 한예종 통합캠퍼스 이전부지로 고양 한류월드내 테마파크 잔여 부지(15만여㎡)와 한류월드에 인접한 고양 JDS(장항·대화·송산·송포지구) 부지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류월드 테마파크 부지에 1만5천석 규모의 국내 최대 K-POP공연장이 유치된 상황에서 '한국문화예술 사관학교'로 불리는 한예종을 유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는 판단이다.

경기도는 고양 JDS지구안에 한예종 통합캠퍼스 유치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나 땅값 문제 등으로 이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한예종측이 통합캠퍼스 부지 규모로 13만㎡가량을 요구해와 현재로선 테마파크 부지가 적정 부지로 평가되고 있다.

□ 문제를 보는 시각과 전망
MB 정권이 빚은 구조적 문제..예술계의 그동안 관행, 의견 대립
문화예술인들..과거 털어내고 내실 다져 새출발 기대해

한예종의 이같은 문제에 대해 예술계 일부에서는 그동안의 관행이 침소봉대 불거진 것으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입장과 MB 정권이 빚은 구조적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다. 우선 전자의 경우 성희롱 문제는 한예종의 특수 사안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한예종이라 문제가 더 커진 느낌이 없지 않다”면서 “물론 성희롱 자체는 비난 받아 마땅한 사안이지만 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교수 공채비리는 모든 대학에서 당연히 없어져야할 비리이다. 퇴임교수 공연티켓 강매 사례의 경우 수년전부터 일부 대학 등에서 거론되어온 사안으로 모든 예술계 대학들이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할 잘못된 관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 대해 일부 관계자들은 MB 정권들어 이른바 ‘좌파척결’을 내세우며 과거 진보적인 인사들을 내치고 친정권 보수인사들이 학교운영을 떠맡으면서 쌓인 비리로 보고 있다. MB 정권이 들어선 직후 이른바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를 통해 임기를 남겨둔 총장이 문광부가 감사를 통해 물러나고 정부가 학내 조직을 개편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학내인사들이 대거 물갈이 됐다.

당시 황지우 전 총장을 비롯한 학내외 인사들은  MB정권이 예술을 정치적인 논리 안에 편입시켜 그들의 입맛에 맞게 학교를 퇴색시킨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들의 예언(?)대로 한예총의 운영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학교운영에 관계하다보니 빚어진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이다. 내부적인 비판인사들이 없다보니 도적적 해이는 필연적이라는 분석이다.

문화예술인들은 그러나 이러한 분석시각의 대립에 상관없이 이제는 한예총이 새로운 예술사관학교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비리와 관계없이 열성있는 교수진과 학생들의 노력으로 최근까지도 예술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각종 문학상·신춘문예로 등단하면서 한예종 출신 문인들 늘고 있으며 최근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한예종 학생 3명이 입상하는 쾌거를 보였다. 문화 예술인들은 학교측과 관계당국이 과거의 문제를 털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학교가 세계적인 국립 예술 교육기관으로 새로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각종 공연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