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방_ 추억의 군 사진전
기억의 방_ 추억의 군 사진전
  • 이은주/ 아트스페이스 정미소 디렉터
  • 승인 2013.06.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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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큐레이터토크 28] 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2011년 국방부 주최로 개최했던 <기억의 방_추억의 군 사진전>은 사진작가들의 의해 꾸려진 전시가 아닌 국민 참여로 오래된 빛바랜 추억이 담겨 있는 사진을 모아 한국역사의 단편을 사람들의 인생과 추억의 의미를 통해 회귀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시는 인사동에 위치한 관훈갤러리 전관에서 10월 26일부터 11월 7일까지 2주간 진행되었으며 전시는 사진뿐 아니라 영상작품과 6.25전사자 유해발굴유품들이 함께 진열되었다.


이처럼 전시의 콘텐츠는 일반 국민 공모로 실시되었으며, 최초 원본 사진은 모두 6.25전쟁 당시부터 6.25 이후에 군대를 가게 된 군인들이 겪게 되는 삶의 내용을 아울렀다. 즉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빠, 누군가의 시동생, 누군가의 오빠의 역할을 조명하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군에 대한 직, 간접적인 체험을 해 왔던 감정의 정황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즉 군대, 부대와 군인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들은 국민 모두의 마음을 나누고 보태야 했던 우리들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역사는 아직도 쓰여지고 있지 않은가.

전시를 위해 모아진 사진들은 시간의 흐름을 감추지 못하고 전시참여자들의 가슴속 깊이 베어있는 오래된 장롱 속 밑에 켜켜히 보관해 왔던 빛바랜 이미지였다. 가끔씩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 묵묵히 꺼내어 가슴에 대보며 아련한 기억들을 떠올리고 다시금 장롱에 고이 넣어두는 행위를 수 십 번, 수 백 번, 수 천 번을 반복했던 바로 그 사진들이다.

이렇게 몇 십 년의 세월을 지닌 손바닥만한 사진들을 모아 전시장에는 현대사진작가와 같은 제작과정을 거쳐 전시물을 완성시켰다. 앨범 책 속에 들어갈 법한 손바닥만한 사진이 어느새 100x150cm 이상의 디아섹과 유리액자로 변하여 전시 되었을 때는 여느 사진작가들의 작품이상의 감동적인 장면을 자아냈다. 왜냐하면 작가의 사진은 아니었지만, 그 사진결과물에는 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유구한 시간이 쌓여 빚어진 역사 그 자체의 흔적이 베어났기 때문이다. 누렇게 빛바래고 구겨진 흔적의 사진은 아무리 발달된 사진술로도 일구어 낼 수 없는 결과물이다.  

이 뿐 아니라, 군대에는 시종일관 슬픔, 아픔과 시련만이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빚어지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현직 군인들의 유머러스한 삶 또는 가족과의 면회를 통해 획득되는 행복감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내무반에서의 장기자랑, 단체사진등을 빼놓지 않았다. 우리의 인생사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 그곳에서도 유유히 스며들어 있음을 드러내는데 또한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유해발굴감식단의 협력으로 실제로 전쟁당시 전사자들의 유해 중 발굴된 유품들을 전시해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 보기도하고, 전쟁 중 가족을 잃고 유해를 기다리는 오늘날의 이야기를 영상다큐멘터리로 제작하여, 과거와 현재의 시간의 축척이 실제로 우리의 삶에 깊게 개입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더 나아가 또 다른 역사가 쓰여질 한 순간에 머물러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포착하였다.

전시장에서는 군대의 아련한 아픔과 추억을 회상하기 위한 60대 이상의 국민관람객과 군대를 다녀온 젊은 청년을 비롯하여 기존에 전시장을 잘 찾지 않은 관객관람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결과로 인하여 관훈갤러리에서 진행했던 전시 일부는 국회도서관으로 옮겨져 다시금 국민들의 품에서 화두가 되기도 했었다. 본 전시를 기획하면서는 그 어떤 동시대미술보다 더욱 동시대적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느꼈고, 더군다나 한국의 역사의 흐름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그 어떤 전시보다 인터네셔널한 속성이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2013년, 정전 60주년이 된 올해에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며, 그 흔적을 찾아 전국곳곳의 아픈 흔적의 땅을 꼭 밟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글을 마친다.

에필로그: 본 전시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랗게 액자화된(마치 사진작품과 같은) 전시물품 전부를 그들의 품으로 되돌려 줌으로 이 전시는 막을 내렸다. 전시 참여자들에게 세상을 먼저 떠나간 이들을 추억하게 위해 손바닥만한 사진이 중요한 매개체 였다면 이제는 전시장에서 봤던 사진작품들이 그들의 집 곳곳에서 그 사진을 대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