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태초에 리듬이 있었다
[음악칼럼] 태초에 리듬이 있었다
  •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 승인 2013.06.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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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노바아르테 음악감독)
우리는 리듬을 어떤 체계에 의해 인식하게 될까? 어떻게 각각의 리듬이 다른 다는 것을 구별하게 될 수 있을까? 리듬이 어떤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그것이 가능할까? 현대 작곡가인 크레스톤(Paul Creston)은 그의 저서『리듬의 원리 Principles of Rhythm』에서 음악의 리듬을 결정하는 요소를 4가지로 설명하는데, 그것은 첫째 박자(meter), 둘째 빠르기(tempo), 셋째 악센트(accent), 넷째 패턴(pattern)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음악(현대 음악 및 중세 이전의 음악을 제외한 18세기 ~ 19세기의 음악)들은 대개 그 박자의 기본 단위가 2분박()과 3분박()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 2분박이나 3분박이 몇 개 모여서 작은 단위를 이루어 반복의 구조로 나타나는데 이것을 우리는 박자라고 한다. 왈츠나 미뉴엣의 경우 3/4박자라고 하는데 이것은 2분박 즉 4분음표 3개가 모여서 하나의 단위를 이룬다는 뜻이다. 이를 오선보에 기록할 때는 그 단위를 마디로 표시하게 된다. 그러나 이 박자기호가 곧 리듬의 구조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박자는 단지 리듬의 한 요소로 작용하는 근간이며, 박자의 기본 단위인 2분박과 3분박의 개념과 2박자와 3박자의 구조만 파악하면 우리는 모든 음악의 박자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리듬을 결정하는 두 번째 요소는 빠르기(tempo)이다. 똑같은 구조로 되어있는 박자나 음악이라도 빠르기가 다르면 리듬이 다르게 인식된다. 시간성을 가지고 있는 음악은 빠르기가 매우 중요하다. 똑같은 음악이 빠르기가 약간만 달라져도 그 음악의 느낌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기를 확실히 알 수 없는 바로크시대 이전의 음악은 현재 그 빠르기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알레그로(Allegro)? 안단테(Andante)? 아다지오(Adagio) 등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들은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개념이다. 상대적이라는 말은 곡에 따라서 그 속도감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리듬을 결정하는 세 번째 요소는 악센트(Accent)이다. 똑같은 박자라도 악센트의 위치가 다르면 우리는 그 리듬이 다른 것으로 인식한다. 같은 4/4박자의 곡이라도 행진곡은 첫 박과 셋째 박에 악센트가 있으며, 탱고는 넷째 박에 2분박 단위에 악센트가 있다. 그리고 고고와 슬로우 록은 둘째 박과 넷째 박에 동일하게 악센트가 있으나 2분박과 3분박이라는 차이가 있고, 보사노바는 3-3-2??2-3-3의 구조를 바탕으로 악센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리듬의 악센트를 기계적으로 고정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리듬의 악센트는 경향성 정도로 이해하고, 그 리듬의 악센트는 선율이나 형식 등의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음악을 연주하거나 들을 때 음악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리듬이 음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음악은 리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리듬을 결정하는 요소는 패턴(pattern)이다. 리듬에서 패턴은 상층구조이다. 리듬은 한 소절의 반복구조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둘이나 셋 또는 넷의 소절이 하나의 리듬형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것은 리듬이 음악의 형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몇 소절이 모여 하나의 리듬을 형성한다는 것은 곧 음악의 짜임새를 설명하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위의 악센트에서 예로 들었던 ‘보사노바’라는 남미의 민속리듬은 4/4박자 두 소절이 하나의 리듬형을 이루고 있는 예이다. 

음악의 리듬은 4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그저 단순히 ‘리듬’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그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리듬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만의 리듬형을 만드는 것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왜일까? 그것은 리듬의 정확한 정의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삶의 목표를 정확히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목표를 위한 구조적인 생애설계를 하게 될 것이다. 이 설계의 기본이 바로 리듬이라 감히 말해 본다. 그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것은 엄밀한 의미의 리듬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듬이란 살펴본 바와 같이 박자(meter), 빠르기(tempo), 악센트(accent), 패턴(pattern)으로 이루어져 있다. 삶의 리듬도 이 4가지 요소를 갖추어 구성하고 이에 따라 음악 작품처럼 전체를 구성해야 한다. 어떤 리듬형을 가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나오듯이 인생도 리듬형의 구성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고 하겠다. 자신만의 리듬형을 만드는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인간들은 태초에 호흡과 맥박으로부터 리듬을 터득했을지도 모른다. 

“태초에 리듬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