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의 미(美)’… 예술적 ‘공감’
[전시리뷰]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의 미(美)’… 예술적 ‘공감’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06.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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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야나기 무네요시>展(~7.14까지 전시)
야나기 무네요시
내가 알고 있거나 또는 알지 못하는 많은 조선의 벗들에게 진심을 담아 이 편지를 보낸다. 일본의 정(情)이 내게 명하고 있다. 나는 모른 체 할 수 없는 이 마음을 당신들에게 이야기 하려고 한다. 또한 이 글이 받아들여지기를 절실히 바란다. 만약 이 글을 통해서 서로의 마음이 통할 수만 있다면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겠는가. 당신들도 그 외로운 침묵을 내 앞에서는 벗어났으면 한다. 인간은 언제나 마음을 트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벗을 찾는다.”
- 야나기 무네요시 <조선의 친구에게 보내는 글> 중에서 -

우리 민족의 잊지 못할 식민지배의 아픈 흔적을 역사와 함께 또 다른 시선으로 기록해온 야나기 무네요시. 그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미술계에 자신의 이름을 깊이 새겼다. 그가 수집한 조선 공예품은 2천여 점으로 알려져 있고 그런 그의 열정이  ‘순수한 우리문화의 애증’ 인 것인가, 일본의 ‘식민 지배 이데올로기에 일조한 동양주의’ 인 것인가는 여전히 논란이다. 그는 과연 조선인의 삶과 예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을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일본 민예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야나기 무네요시>전시가 열리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이 우리나라를 벗어나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민감하다.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 어쩌면 우리는 우리문화에 애착을 보인 그의 수집품을 통해 감춰진 일본 식민지배적 의도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공예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일본의 근대 공예운동가의 감각과 당시 서양 미술에 심취해 자신만의 시선으로 우리민족의 예술을 해석하려한 그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조선미술에 대한 그의 각별했던 애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하지만 이 전시를 통해 우리는 조선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야나기의 의도를 찾기보단 야나기 무네요시에 대한 끝없는 논란과 비판을 뒤로한 체 있는 그대로의 전시를 충분히 공감하고 냉정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일본 민예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야나기 무네요시가 수집한 작품을 공개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는 그가 조선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시선을 쫓아 그가 바라본 시선들에 고정되어 있다. 그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조선을 거쳐 중국과 대만에 이르렀고, 서양 예술인과의 교류를 통해 동서양 미술 전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시는 3개 섹션으로, 야나기 무네요시가 서양미술에서 시작된 관심이 조선의 공예문화에 애착을 갖기까지 전반을 훑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유럽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1910년 그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잡지 ‘시라카바’를 통해 그의 예술적 감각을 엿볼 수 있고, 윌리엄 블레이크와의 만남을 통해 감성적으로 조선의 미를 예술로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후 일본에서 만난 버나드 리치와의 지속적인 교류로 야나기 무네요시의 예술관은 동서양의 ‘미’를 찾는 시선으로 변화하게 된다. 버나드 리치는 우리의 분청사기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았고 그것은 야나기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시 섹션을 자연스럽게 돌며 전시실 전반의 둘러 볼 때, 야나기의 예술관을 관람객이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이 또한 흥미롭다.

필자가 생각하는 야나기 무네요시는 일제지배 아래 우리민족의 미를 ‘공감’하고 우리문화를 ‘보존’한 수집가로서 일본인으로는 유일했다. 하지만 그가 우리민족과 조선미술을 재단하려했던 근거 없는 비평은 ‘동서양을 바라보는 신선한 예술적 감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전시는 현 정치와 국제적 악조건 상황을 벗어나 순수 예술을 바라보고 문화주의 시각에서 상호이해의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것이 전시의 기획 의도가 아닌가 싶다. 필자 또한 이번 전시의 포인트를 ‘문화주의 시선’에 둬야 한다고 본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2천여 점의 조선 공예품 중에 30여 점 만이 소개돼 아쉬움으로 남지만 ‘조선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던 야나기 무네요시를 느끼기에 기억될 만한 전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