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칼럼] 매칭을 통한 공립박물관, 설립·운영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하다
[윤태석의 박물관칼럼] 매칭을 통한 공립박물관, 설립·운영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하다
  •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 승인 2013.06.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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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문화학 박사(박물관학·박물관 정책)
매칭으로 문을 연 공립박물관들

소장자나 뜻있는 분들의 헌신에 의한 매칭형 공립박물관·미술관(이하 박물관)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항구적인 박물관을 희망하는 사립박물관장이나 소장자 그리고 작가(유가족)들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법하다.

매칭을 통한 최초의 공립박물관은 1993년 12월 29일에 전남 보성에 문을 연 ‘보성군립백민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호남 지역에서는 꾀 알려진 서양화가 백민 조규일(百民 曺圭逸, 1934∼)에 의한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미술관인 셈이다. 두 번째로는 1996년 9월에 개관한 ‘도립전라남도옥과미술관’(전남 곡성군 옥과면)으로 남농 허건의 제자이며 남종화가로도 잘 알려진 아산 조방원(雅山 趙邦元, 1922∼) 선생이 1988년 그가 소장한 미술품(6,801점)과 소유부지(4,263평)를 전라남도에 내놓으면서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 

다음으로 <박물관 많은 도시> 건설, 기증을 통한 박물관 활성화, 기존의 지역역사박물관을 탈피한 테마박물관 건립, 체험학습프로그램 운영과 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한 경기도 부천시(당시 원혜영 시장)의 박물관 조성 정책에 의한 부천지역 박물관이 그것이다. 2002년 4월 부천시와 ‘셀라뮤즈자기박물관’(관장 복전영자, 당시 서울 종로구 평창동 소재)간에 유럽자기 기증 협약(2002.9.2, 876점 기증)이 체결되었으며, 5월에는 ‘부천교육박물관’ 설치를 목적으로 교육자료 소장가인 민경남 선생이 교육관련 교구 및 자료 160종 4,700여 점을 10년간 부천시에 무상 제공키로 한 것이 실행의 발단이었다. ‘부천교육박물관’(2003.4), ‘유럽자기박물관’(2003.5) ‘부석수석박물관’(2004.10), ‘부천활박물관’(2004.12) 등이 들어섰으며, 2005년부터 부천문화재단에서 위탁관리하고 있다. 2011년 9월에는 ‘부천옹기박물관’과 ‘펄벅기념관’도 공립 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2003년 6월 마산시로 기증되어 ‘마산시립문신미술관’으로 관명을 변경한 ‘문신미술관’도 매칭으로 공립 화된 사례이다. 이 미술관은 1994년 5월 조각가 문신(文信, 1922~1995)과 그의 부인 최성숙(현 숙명여대문신미술관장)에 의해 문을 열었으나 문신선생이 작고함에 따라 그의 미망인이 부지와 작품을 마산시에 전부 기증하여 공립으로 전환되었다. 

또한 아직 관련 법령에 의해 박물관으로 등록은 되지 않았지만 2005년 공립화 된 경남 ‘고성탈박물관’(기증자 이도열)과 2008년 경남 ‘남해국제탈공예촌’(기증자 김흥우)도 그 과정은 대동소이하다.

매칭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과 시급성
  

그러나 적지 않은 박물관이 시간이 갈수록 기증자와 수탁자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개관 시에 기대했던 기능에 못 미침에 따라 자치단체의 관심은 저하되고 지원은 물론 정책적인 뒷받침도 소홀해지는 공통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증시의 상호약속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실적만을 염두에 둔 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당시 자치단체장은 바뀌고 예산 및 정책은 매해 자치단체의회의 승인이 필요해 초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부천의 경우 당초 상동호수공원 내에 박물관 타운을 건설하겠다고 하였으나 여러 이유로 무산되었으며, 기증당시 특정 박물관은 어느 정도의 사례비를 받았지만, 몇몇 박물관은 그 마저도 없어 상호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고성탈박물관’은 관내에 탈 공예작가인 기증자의 작업장을 지어주기로 했으나 의회의 반대로 무산되었으며, 기증자에 대한 인건비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고한 두루뭉술한 조건에 묶여 불안한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전남도립옥과미술관’은 보다 심각하다. 기증당시 도립으로 운영하기로 한 약속을 전라남도에서 파기하여 현재에는 기증자 가족에게 민간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공립도 아니고 사립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있다. 

기증은 분명 공공 화를 목적으로 한 숭고한 활동이다. 기증 후 기증자가 느끼는 허탈감 못지않게 수탁자도 뜻하지 않은 현실에 부딪치게 된다. 기증자는 박물관문화와 유물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수탁자는 차츰 예산과 정책에서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인식의 차이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가 한다.

이를 개선하기위해서는 수탁자의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한다. 중장단기발전방안을 마련하되, 반드시 수탁 전 일정기간의 유예기간을 두어야한다. 이는 기증자도 마찬가지이다.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반 공립 반 사립형태로 운영해보는 것이다. 공립이 되었을 때 또 완전한 기증이 이루어진 후의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서로 갖자는 것이다. 상호 이해되는 시점에서 공립화가 되어도 늦지 않다. 

정책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점은 정부차원의 법령을 마련하여, 기증의 최종 목적인 항구적인 박물관활동을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기증자 우대방안, 박물관에 대한 인적구성과 지원, 입체적인 활동이 담보되어야함은 물론이다. 즉흥적인 기증과 수탁은 큰 부담과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박물관은 소장 자료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보존관리에도 구멍이 뚫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마련해 숭고한 기증의 의도가 살아나고 인류공용의 자산인 유물을 통해 지역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