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몰려든 전시, 미술관 흝기-① 해외거장 展
[전시리뷰]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몰려든 전시, 미술관 흝기-① 해외거장 展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07.1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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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가 수 일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폭우까지 더해지면서 장맛비가 쏟아질까 두려워 마땅히 야외나들이를 계획할 때도 신경이 쓰인다. 장맛비로 나들이가 아쉬울 때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전시 관람이 제격이다. 특히 올해 7월은 유난히 전시가 풍성하게 열린다. 게다가 전시기간도 9월까지 넉넉하다. 필자는 휴가철 전시나들이를 계획할 수 있도록 모처럼 몰려든 전시들을 소개하고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체코를 대표하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화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의 ‘아르누보와 유토피아’ 전시가 예술의 전당(7/11~9/22)에서 열린다. 몽환적인 이미지로 타로카드나 일러스트에서 많이 접해본 그림풍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이름만 들었을 땐 생소할 수 있지만 19세기 후기 작가임에도 동시대 작가로 착각할 만큼 전시된 그의 작품들은 대중적인 미술에 익숙한 우리들에겐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이번전시에는 드로잉과 판화, 사진과 소품 등 230점 이상 되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우리는 전시를 통해 그의 장식성이 강한 곡선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식물적 모티브에 의한 곡선들, 나뭇잎이나 넝쿨을 이용해 그가 표현한 곡선의 부드러움이나 여인의 머리카락에 곡선들의 신비감을 체험해보자.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관에서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의 전시가 9월29일까지 열린다. 고갱의 작품만으로 구성된 전시로는 국내 최초이다.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 전시주제는 19세기 후기인상주의 작가로 활동하던 고갱의 활동 전반을 미술사적 흐름에 맞춰 읽어 낼 수 있는 전시이다. 원주민의 강렬한 색채와 열대자연을 단순하게 표현한 고갱의 아프리카 흑인예술은 원시미술의 표현법으로 시작하여, 자유로운 색채와 자기방식의 표현으로 입체를 무시하고 평면화하거나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고갱의 내면성과 상징성이 마티스의 야수주의나 뭉크의 표현주의, 피카소의 입체주의 등 20세기 미술에 미친 영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 폴 고갱의 전시는 ‘아는 만큼 보이는’ 전시가 될 수 있다. 후기인상주의 고흐와 세잔의 작품을, 20세기 마티스와 뭉크, 피카소의 작품들을 한 번 쯤은 검색해보고 전시장을 찾는 것이 좀 더 흥미로울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전시가 국내 미술계를 다시 찾았다. 이번 전시는 순수 피카소만의 작품과 자료들로 구성된 피카소재단과의 단독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천시와 인천국제교류센터에서 스페인 말라가시와의 교류차원에서 준비한 이번 전시는 7월6일부터 9월 22일까지 인천종합문화회관에서, 10월부터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한다. 200여점의 판화와 삽화, 도자기 등과 100여점의 피카소 관련 사진과 책 등을 소개하며 기존에 전시된 바 있는 유화작품은 전시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폴 고갱의 후기인상주의 작품과 함께 작가세계를 읽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전시가 아닌가 싶다.      

20세기 조각사의 한 획을 그은 움직이는 예술, ‘모빌(mobile)’의 창시자이자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선구자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전시도 7월18일부터 한남동의 삼성갤러리 리움에서 열린다. 지난해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의 적은 작품수로 아쉬움이 남았던 팬들에게는 이번 리움의 대규모 회고전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싶다. 100점 이상의 작품이 소개되고 칼더의 초창기 주요작품이던 철사모빌을 시작으로 회화와 드로잉을 포함해 그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홍라희 리움 관장의 2년 9개월만의 복귀 전시라는 점에서도 국내 미술계 분위기 전환에 기대를 모으기도 한다.

몰려든 전시들로 ‘빨리 다 보고 싶다!’며 오랜만에 풍성해진 전시에 미술계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전시를 소개하였다. 지난 5월부터 국내 전시의 흐름이 긍정적으로 방향을 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명화 나열하기’식 방학시즌 일회성 전시에서 벗어나 개성 있는 기획전시를 찾으려는 미술계 분위기도 엿보인다. 전시사업은 대중들에게 ‘예술’이라는 생소한 콘텐츠를 소개하며 수익을 내야 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난히 기획이나 작품선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명작을 국내 미술계에 소개하는 전시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크고 작은 미술관의 시즌 기획은 유행에 민감한 미술계 전시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 기획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금쪽같은 예산 들여서 유명한 작품을 들여왔어도 미술관에 걸어 둔다고 전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더 이상 서툰 기획으로 제목만 요란한 전시로는 우리의 문화수준을 맞출 수 없을 것이다. 다양해진 전시를 골라보는 재미, 수준 높인 작품들을 바라보며 변화하는 미술계의 가능성을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