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books]내가 다른 문인 작품 읽는 까닭?
[Book &books]내가 다른 문인 작품 읽는 까닭?
  • 이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13.07.1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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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명수 첫 번째 평론집 <시대상황과 시의 논리> 펴내

“헤아려보니 문학을 해온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비록 체계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동시대의 문학적 도반들의 글뿐만 아니라, 지난날 내가 공부했던 외국문학 작품들을 비평적으로 헤아려보는 계기가 있었으니 여기 모은 글들이 그것이다.

이 글들이 외견상 평론 형태를 띠게 된 것은 모두 내 의도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 대다수의 글들이 때로는 청탁에 의해서 씌어졌고 어느 순간 본분을 넘어 스스로 쓴 글도 없지 않으나 지금 살펴보니 부실하기 그지없으되 이른바 비평집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이 한 권의 분량이 되었다.” -‘책머리에’ 몇 토막

시인 김명수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월식’ ‘세우’ ‘무지개’ 등 시 3편이 한꺼번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명수 시인. <월식>, <하급반교과서>, <피뢰침과 심장>, <침엽수지대> 등 우리 시단을 이끄는 시집 여러 권을 펴낸 그가 첫 평론집 <시대상황과 시의 논리>(새미)를 펴냈다.

그동안 매우 깔끔하고도 짤막한 문장으로 뛰어난 서정시를 꾸준히 발표하면서 아동문학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가 이번에 펴낸 평론집에는 그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한 문학평론들이 서로 우쭐대며 한자리에 모여 있다. 이 평론집에는 그가 그동안 읽어온 동료문학인들이 펴낸 작품집에 대한 서평을 비롯한 시대상황과 문학이 지닌 역할에 대한 담론들도 어깨를 걸고 있다.

김명수 시인이 이번에 펴낸 평론집 <시대 상황과 시의 논리>는 젊은 평론가들이 우리 문학을 짧은 기간에 걸쳐 적당히 주무른 얄팍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가 작품활동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창작과 키재기를 하며 쓴 평문들은 여러 가지 시점을 지니고 있어 긴 시간이 흐름만큼이나 폭넓은 깊이와 색다른 사색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짜여 있다. 제1부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난 박남수, 이형기, 박정만 시인을 비롯한 김지하, 천양희, 김준태, 신경림, 황동규, 김경희, 정영상, 최영철, 이기철, 민영, 이선관, 이동순, 도종환 시인들이 쓴 시작품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제2부에서는 시인 스스로 창작을 함께 한 아동문학에 대한 글들을 실었고, 스스로 공부했던 외국문학에 대한 평문들이 실려 있다. 손춘익, 곽재구, 박해석 시인이 쓴 동화집과 동시집, 헤르만헤세, 앙드르제 자니위스키, 하이네 등이 그들. 이 글들은 오늘 우리가 지닌 동시문학과 외국문학에 대한 속내 깊은 비판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제3부는 민주화 과정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가 지닌 모순과 병리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과 올바른 세상에 대한 생각들이 들어 있다. ‘재야운동권으로서의 작가회의 실천전략’, ‘국제펜대회와 구속문인들’, ‘민예총 창립과 민족문학작가회의’, ‘문화정책의 양면성’, ‘김남주의 석방과 사상의 자유’, ‘한겨레신문 창간 후의 반응 및 평가, 전망’ 등이 그 글들.

김명수 평론집 <시대상황과 시의 논리>
인 김명수는 이 책 머리말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문학인들이 쓴 글을 읽으며 스스로 비평에 대한 기준으로 “개개인의 작가들이 진지한 모색을 통해 독창적 미학적 성취를 구축했는가 하는 점”에 포인트를 찍는다. 그는 “남들의 작품을 뜯어보고 분석하는 의미는 내 창작의 고양을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못 박고 있다.

그는 “그들의 작품에서 본받고, 그들의 미덕이 내 자양이 될 것을 믿으며 그들의 작품에서 흠결이 보이면 그 흠결이 자신의 문학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지기를 원했다”고 거듭 말한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숨 쉬고 살아가는 현실이 개선되고, 내일은 나은 세상이 되기를 염원하며 이런 바람과 기원은 문학에 있어서도 한 당위이며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문학에 매진하는 이유가 된다”고 마무리 지었다.

“나는 시라는 한 가지 주된 장르에만 머물지 않고 아동문학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글들을 써오면서 문학과 시대현실의 관계를 주목하곤 했다. 따라서 문학이 삶에서 태동되고 그것을 수용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꿈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시대적 상황과 문학이 어떤 상관을 이루고 결실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내가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는 독법일 듯하다.” -‘책머리에’ 몇 토막

시인 김명수가 작품활동을 시작하면서 40여 년 가까이 우리 시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읽으며 느끼고 깨우친 비평서 <시대상황과 시의 논리>. 이 책은 우리 시문학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날카로운 비판뿐만 아니라 우리 시가 더욱 활짝 꽃 피기를 바라는, 시인이 지닌 고민과 큰 사랑을 한꺼번에 되짚을 수 있다.

시인이자 아동문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명수는 195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월식’ ‘세우’ ‘무지개’ 3편이 한꺼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월식> <하급반교과서> <피뢰침과 심장> <침엽수지대> <바다의 눈> <아기는 성이 없고> <가오리의 심해> <수자리의 노래>가 있으며, 동시집 <산속 어린새> <마지막 전철> <상어에게 말했어요>와 시선집 <보석에게>를 펴냈다.

수필집 <솔아솔아 푸른 솔아> <해는 무엇이 떠올려주나>, 동화집<해바라기 피는 계절> <달님과 다람쥐> <엄마닭은 엄마가 없어요> <바위 밑에서 온 나우리> <새들의 시간> <꽃들의 봄날> <마음이 커지는 이야기>, 번역서 <이웃들> <문신이 새겨진 개> <비둘기와 독수리> <하나님의 굴뚝새> <쥐> <에밀리> <세계의 민화>, 등이 있다.

1980년 '오늘의 작가상', 1984년 '신동엽 창작기금', 1992년 '만해문학상', 1997년 '한국해양문학상'을 받았다.